지난 호에 본지에 안내문을 올린 것과 같이 소라쇼핑이 당분간 업무를 중지했습니다. 이 소라쇼핑 이야기가 에디터 칼럼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인가 하는 점에 편집부에서 갑론을박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주제가 베트남에서의 대 교민 사업에 대한 사례 연구도 될 것 같아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편집팀의 눈총을 외면하고 소라쇼핑에 대한 얘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6년 전, 이국에서 생활하시는 교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이 소라쇼핑입니다. 많은 교민들이 생소한 땅에 들어와 생활하면서 느끼는 작은 불편, 필요한 물품을 어디서 어떤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교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마음이 소라쇼핑이라는 유통업을 시작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6년 동안 교민들의 쇼핑 옵션의 하나로 등장하며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민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교민들이 하시는 사업 역시 다양해지면서 소라쇼핑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물품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을 인정하고 이제 소라쇼핑도 사업의 틀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을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업이란 이익을 창출해야만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비록 교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하여 시작한 사업이라고 해도 적절한 이윤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소라쇼핑의 경영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하여 지난해 7월부터 소라쇼핑을 씬짜오베트남에서 분리시키고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어 운영을 해봤는데 결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조직이 아니라 사업자체가 가진 수입과 지출의 구조적인 불균형입니다. 과다한 광고비로 인지도는 높였지만 인지도가 바로 실적으로 드러나기에는 사내 조직이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유치해야 할 머천다이징(MD) 조직이 너무 허술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을 부르는 마케팅은 아예 전무했습니다. 머천다이저나 마케터는 다른 분야보다 전문화된 자질과 경험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과다한 인건비가 소요되는 인사라 이런 저런 눈치를 보면 충원을 못하고 있었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사람이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카탈로그 제작에 주력함으로 모자란 인력을 대처하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카탈로그 제작에 과다한 비용을 쏟아 넣습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방식 카탈로그에 대한 고객 응답률은 고전적인 분석에 의하면 2%가 고작입니다. 만 부를 뿌리면 200명 정도가 전화를 한다는 것이죠. 그 200여 명의 전화 문의에 실제 오더로 발전되는 것은 절반 정도로 보면 100여 명이 구입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인 당 구입액을 약 100만 동으로 본다면 카탈로그 만 부당 1억 동의 매출이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생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하죠. 그럼 어쩌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텐데, 일단 이런 구조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한데 어떻게 개편을 해야 하는지 쉽게 대처할 만한 방안이 안 나옵니다. 이를 고민하느라고 지난 반 년 동안 체중이 무려 10킬로나 빠졌습니다. 그리고 일단 시간부터 벌어보자고 한시적 휴무를 결정했습니다.
언제든지 회사가 문을 닫아도 거래처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손해가 되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가 지키고 있는 사업 철학입니다.
그래서 휴무를 결정하고 경리부에 모든 벤더들의 미지급금부터 최우선적으로 남김없이 정산을 하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벤더는 혹시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지 득달같이 달려와 정산을 요구하며 전시된 물품을 챙겨가느라고 분주합니다. 소라쇼핑이 시작된 이래 6년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신용을 지키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건만 정리도 되기 전에 내 것부터 챙기겠다고 일방적으로 물건을 걷어가는 일부 벤더에게는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함께 걱정하며 도와줄 것이 없는가 하며 배려하는 진짜 파트너도 나타납니다. 다시 업무를 시작하게 될 때, 함께 가야 할 파트너를 선정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줘서 한편 고맙기도 합니다.
이 일을 통해 배운 것은 벤더들의 성향만은 아닙니다. 베트남 매니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베트남의 신세대들의 일에 대한 열의를 발견했다는 것도 커다란 자산이 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위에서 내리는 일방적인 지시만 따르는 종속적인 자세 대신 자신의 일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해를 스스로 갖기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고객에게 정책적인 가격 조정이 있는 경우, 왜 이 고객에게만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이런 경우 한국인 직원이 제대로 설명을 못했을 시 상호 협력 대신 베트남 직원과 한국인 직원 사이에 묘한 의구심이 깔리고 뭐가 모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잠재된 위험요소로 남게 됩니다. 거기에 보태어 스스로 왕이 된 한국의 고객들, 사실 이 일에 직접 뛰어 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의 왕고객을 상대하는 일이었습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은 판매자가 가져야 할 자세인데 한국인들은 이런 자세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며 판매자 위에서 군림하려 덤빕니다. 또 이렇게 왕이 된 고객들은 남의 회사의 베트남 매니저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왜 베트남 매니저가 한국사람 위에서 군림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베트남 친구들이 알아들을까 두려워 서둘러 화제를 바꿉니다.
최근에 저는 베트남 직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특히 요즘 뜨고 있는 SNS를 활용한 쇼셜네트웍은 카톡 하나만 열심히 쓰고 있는 우리들보다 그들이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그 활용도도 우리보다 훨씬 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한 이 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새삼스럽게 배웠습니다.
이런 생활을 몇 개월 하고 났더니 나는 정말 베트남에 대하여 아는가? 새삼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우리가 알던 베트남은 이미 저만큼 시간을 따라 떠나갔는데도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베트남은 처음 만났을 때 본 그때 그 모습뿐이니 이제는 베트남에서마저 현실감각이 떨어진 채로 살아가는 구나 하는 자책이 밀려옵니다.
아무튼 이번 사례를 통해 이미 상당부분 변화한 베트남의 신문화와 베트남 신세대들의 사고를 많이 배웠습니다. 이런 학습을 기반으로 소라가 닦아 놓은 오프라인 영역에 온라인 옷을 입혀서 베트남의 젊은 사고와 문화가 녹아있는 사이버 영역을 만들어 국적에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손 끝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웹과 앱 제작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명실공히 우리 교민사회에서 자생된 토종 홈쇼핑으로 교민 생활의 동반자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을 당부 드립니다. 그리고 저희와 함께 베트남의 유통시장을 호령할 장사꾼을 찾습니다.
또<소라쇼핑>과 <씬짜오 베트남>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한 사업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이나, 세상의 선입견을 망설임 없이 깨버리고 새로운 개념의 창조하실 분,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좀 다르게 산다고 잘 못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영민 (Hanyoung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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