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바실리 칸딘스키

고정관념깨기

한학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 저희 화실은 미래의 예술가들로 북적입니다. 보통 미대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 위주로 기초 수업이 이루어지곤 하지만, 매년 저희 화실의 가장 큰 행사인 화실 정기 전시회를 앞두고 모두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느라 열심입니다. 다들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중에 한 학생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림을 180도로 돌렸다가 다시 또 돌려서 제자리에 놓다가 하며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니?”
“선생님, 처음에 구성한 것 보다 뒤집어 놓은 것이 더 마음에 들어요.”
그림을 뒤집기 전에는 그림의 구성이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보였지만 어딘가 조금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는데 그림을 뒤집어보니 그림 속 대상이 향하는 방향이 바뀌어 신선함이 느껴졌습니다. 뒤집어서 작업하다가 다시 또 익숙해져서인지 결국 다시 캔버스를 정방향으로 돌려 놓고 작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발전된 작품을 위해 스스로 그림을 뒤집었다가 또 뒤집으면서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보였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이 화가 또한 뒤집어진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미술사 속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화가입니다. 소개합니다. 뜨거운 추상하면 떠오르는 화가, 현대 추상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오늘의 주인공, ‘바실리 칸딘스키’ 입니다.

칸딘스키가 야외스케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에 낯선 그림 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매우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놀라운 그림이 마음에 들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 그림은 거꾸로 놓아져 있던 자신의 그림이였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칸딘스키’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일화이죠? 그 때부터 칸딘스키에게 변화가 일어나며 생각을 합니다. 형태를 똑같이 그리거나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도 점, 선, 면과 색채를 이용해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하고요.

지난 호 칼럼에 등장했던 ‘몬드리안’ 의 초기작 기억나시나요? 나무를 점점 단순화 했었던 그림들이요. 칸딘스키 역시 몬드리안과 마찬가지로 그의 추상화가 너무도 유명하기에 ‘초기작’ 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위의 우연히 일어난 특별한 경험을 겪기 전까지는 칸딘스키는 추상이 아닌 이런 구상화들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의 획기적인 추상화들보다는 평범해 보이지만 독특함도 살짝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의 색을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색을 사용하여 그리는 사람의 감정을 듬뿍 느낄 수 있어 보통의 풍경화들보다 특별해보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칸딘스키의 추상화들을 보면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림 속의 선과 색들이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처럼 정적으로 사물이나 풍경의 겉모습만을 표현한 것이 아닌 화가의 내면의 감정과 소리를 표현했기에 마치 칸딘스키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의 그림이 정확히 대상을 묘사한 그림보다 쉬워보이기에 ‘대충 물감을 캔버스에 바른 거 아니야? 이런거면 나도 그리겠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칸딘스키는 어느 한 작품도 대충 그리는 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데생 실력 또한 탄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면 구성과 색, 선들이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도 부족하지도 않게 느껴져서 꽉 차게 느껴집니다. 평면스러울 법만도 한데 공간도 느껴지기도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 유행하던 ‘보통 그림은 자연을 묘사해야돼’ 하는 일반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상의 형태를 없앤 충격적이며 파격적인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하고 관객들을 설득한 그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전시회 안내
2월 28일에 ‘갤러리 퐁당’ 에서 주최하고 ‘화실퐁당’ 에서 기획한 ‘제 3회 화실 퐁당 정기 전시회 – #렛잇퐁당(#let_it_pongdang)’ 전이 열립니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듬뿍 담아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학생들의 유화부터 아크릴화, 수채화, 색연필화, 연필화, 콜라쥬 등의 회화 작품은 물론, 설치 미술과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 패션 디자인, 메이크업 디자인 등 미래의 예술가들의 열정과 꿈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매년 정기전이 열릴 때마다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분명 선생님께서 다 고쳐주셨을꺼야.” 저희 화실에선 개개인 모두 한 명의 예술가로 존중받기에 그들의 작품에 제 손을 대어 제 느낌이 섞인 이도저도 아닌 작품을 완성하지 않습니다. 해외에 살면서도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미래의 예술가들이 직접 마련한 전시이니 많이 오셔서 그들의 작품들을 함께 느끼고 격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전시명 : #렛잇퐁당(#let_it_pongdang)
전시 개막일 : 2016년 2월 28일(일요일) / 오후 5시부터 8시
전시 기간 : 2016년 2월 29일(월) ~ 3월 5일(토) – 일주일간
전시 기간 내 갤러리 개방 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전시 장소 : Gallery Pongdang 갤러리 퐁당
SL – 41 Panorama, Phu my hung, Q.7(스타벅스 파노라마점 옆)
관람 문의 : 093 326 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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