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영어로는 youth라고 표기되는 청춘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맘을 설레게 만든다.
그런데 왜 그럴까? 왜 청춘이라는 단어는 우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가? 그저 젊다는 이유?
하긴 그렇긴 하다. 젊다는 말은 세상의 다른 가치보다 우리 생에 가장 희망을 안겨주는 단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다는 사실은 앞으로 기회가 많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청춘이란 희망이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희망이 있다는 가설은 사실 타당하지 않은 얘기다.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꿈이 없다면 살날이 많은 것이 축복만은 아닐 것이다. 나이든 필자에게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청춘이라는 단어를 새삼 인식하고 이런 글을 쓰게 만든 계기는 우연한 곳에서 생겨났다.
필자가 즐기는 유일한 운동은 골프다. 거의 30년 넘게 골프를 쳐왔으니 골프가 갖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그러나 최근 한 3년간은 거의 골프채를 접어두고 지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해부터 인가 갑자기 비거리가 줄어, 골프를 게임으로 즐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자연히 흥미가 사라지며 필드 출입이 뜸해지더니 급기야는 1년에 4~5 번 정도 나가서 그린의 향기나 맡다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미 스코어를 좋게 내겠다는 욕심은 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비거리가 줄어 든 것인가?
수많은 고민을 해봤다. 이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주로 여자 프로골퍼들의 스윙을 보면서, 아무리 필자가 나이가 들어도 20대 여성보다 힘이 모자라지는 않을 건데 왜 그들보다도 거리가 나지 않는 것일까? 거의 30년 동안 골프를 쳐왔는데 왜 갑자기 어느날 거리가 50야드 가까이 줄어 든 것일까?
천성이 그리 부지런하지 못한 성품이라 연습장 보다는 집에서 스윙에 대한 이론을 살펴보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나름대로 연구를 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빼먹고 있었던 것이다.
즉, 골프 스윙의 기본, 스윙 중 클럽 헤드가 공에 맞는 순간 헤드 속도가 가속 상태여야 하고, 그 가속된 힘을 공에 전달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고 근력이 쇠약해지다 보니 스윙시 임팩트 순간 가속이 아니라 감속의 상태로 다가서서, 공을 맞추는 순간 힘이 짤라지는, 칩샷같이 끊어지는 스윙을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시니어 골프 대회가 있다고 해서 임의의 동반자들과 라운딩을 하는데 한 분이 제 드라이버를 보더니, “공이 맞아서 나가는 것은 힘이 있는데 가다가 어느 순간 뚝 떨어지는 것이 아마도 드라이버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싶다.”며 의문을 표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내가 힘있게 못 때리고 있구나 싶었는데, 집에서 연습 스윙을 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다. 단지 헤드가 공을 만나는 순간 가속을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다음 날 클럽 몇 개를 달랑 들고 연습장에 나가 가속에 신경을 쓰며 스윙을 해봤다. 그렇구나, 그런 스윙을 하니 비거리가 당장 한 20야드는 길어진다. 장타자들이 드라이버를 치면 공이 출발한 후에 공중에서 다시 한번 치고 올라가는, 이중 도약하는 공의 궤적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가속의 힘이 공에 전달된 탓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 싶다. 클럽 헤드가 공을 때리는 순간, 헤드의 속도를 더욱 가속시키는 요령이 바로 제대로 된 비거리를 내는 요령이다. 바로 공에 가속의 힘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속상태, 바로 이것이 도약하는 힘이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더니 사고가 발전하여 그것이 바로 청춘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다가선다. 뭔가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있는 상태를 아마도 청춘이라 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도출된 사고다.
한국에서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문제는 청년 실업만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경력자들이 조기 은퇴를 하고 밀려나 다시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집에서 소일거리나 찾아야 하는 상황 역시 심각한 일 중에 하나다. 그런데 왜 회사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을 다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나이가 많아서 급료가 높기 때문인가?
구멍가게라도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유를 찾아봤다. 문제는 연세가 든 분들의 삶은 대부분 감속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변화를 시도하는 젊은이들에 비하여 나이 든 사람들은 그런 도전 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기에, 그런 분들을 채용하면 안정은 되겠지만 조직의 혁신이나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가에는 의문이 들기 때문에 나이든 분을 뽑는데 주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어 취업을 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상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활 패턴이 가속 상태인가 아니면 감속 상태인가? 조직에 들어가서 그 조직에 도움이 되려면 먼저 자신의 사고가 항상 가속 상태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뭔가 발전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불쑥 다가온 백세시대를 효율적으로 살기 위하여는 정신부터 개조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매 시간 한 걸음 아니 반 걸음이라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시작보다 이후에 더 큰 속도를 내는 도전 정신으로 다시 무장을 한다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밀려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가속의 삶.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삶의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하고 영원히 청춘으로 살아가는 효율적 방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