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피에트 몬드리안

고정관념깨기

오늘의 주인공은 네덜란드의 화가이자 추상화의 선구자, 몬드리안입니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낯이 익죠? 몬드리안의 그림들은 자로 잰 듯, 그리고 감정 표현을 최소한으로 하기 때문에 ‘차가운 추상’이라고 불립니다. ‘뜨거운 추상’의 대표적인 화가인 ‘칸딘스키’의 작품과 비교하면 차갑긴 차갑지만, 몬드리안의 그림은 어딘가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밖에서 이런저런 일에 시달린 후에 잘 정돈된 집에 들어가서 편안히 소파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몬드리안의 작품은 그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저 단순하기만 한 그림이 어떻게 닮을 수가 있지?’하는 궁금증이 무색할 만큼 정말 똑 닮았습니다. 생전 그의 작업실은 작업에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이 있어 깨끗하면서도, 그림처럼 완벽히 정돈되어 있었다 합니다. 모든 가구들도 흰색으로 칠해 놓았고, 전축만 빨간색으로 채색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작업실에 있던 꽃의 잎조차 거슬려서 흰색으로 칠했던 일화도 있습니다. 그의 사진과 작업실의 사진도 사람들이 함부로 찍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가 의도한 대로 정확히 설정한 후에 촬영해서 사진으로 남겼다고 하니 어찌 보면 주변 사람들은 조금 피곤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삶과 작품이 완벽히 일치한 너무나도 바람직한 화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몬드리안의 작품을 볼까요? 몬드리안의 이 나무 연작들을 처음 봤을 때, 신선하면서도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헉, 몬드리안도 이런 그림을 그렸구나.’ 하고요. 그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이 너무도 유명하기에 그의 초기작이 있을거란 생각을 미처 못했었던 것입니다. 초기 몬드리안의 작품에는 자연주의부터 상징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점묘화 법, 야수파, 표현주의 등 미술의 다양한 양식이 시도되었을 만큼 그는 그의 작품 속에 그만의 철학을 녹이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냅니다.
다시 나무 그림들을 볼까요? 평범한 나무 형태에서 나무 형태에 맞춰 잘게 나눠지며 가로지르는 선들로 단순화되고 있습니다.
‘붉은 나무’를 봤기에 나무를 그린 것인 줄 알겠지만 만약 제목의 도움 없이 ‘나무가 있는 타원형 구성’을 본다면 ‘나무인가? 아닌가?’ 하고 그림 앞에서 한참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그림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암호처럼 복잡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그림은 몬드리안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림, 위에서도 언급되었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입니다. 칼럼 첫 부분에 제가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면 편안해진다고 했었는데, 이 또한 그가 의도했던 것이었습니다.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부분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보는 사람이 편안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그림입니다.
작업 과정도 흰 배경에 검정 선을 그린 것이 아닌, 나눠진 면에 꼼꼼히 색을 채워 넣은 것입니다.참 간단해 보이지만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몇 달의 시간을 투자했다고도 합니다. 우리가 완성된 그의 그림을 보며 비슷하게 따라 그리는 것은 쉽고 간단하겠지만, 정밀하게 무언가를 재현하지 않는 그림이기에 정해진 방향이 없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되어 완성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색다른 작품을 볼까요?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라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알던 몬드리안의 작품과는 조금 다르죠? 몬드리안 작품 특유의 검은색의 선이 사라지고 노란 선 위에 빨간색과 파란색의 네모들이 재잘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레고 블록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대도시의 네온사인 같기도 하고, 자동차 불빛들이 바쁘게 이동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몬드리안이 그의 나이 70즈음인 1943년에 그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몬드리안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드리운 유럽을 떠나서 활기찬 뉴욕에 정착했을 때, 뉴욕의 재즈 음악과 재즈 바를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림의 제목 속에도 뉴욕의 거리인 ‘브로드웨이’ 와 당시 유행했던 빠른 재즈 음악인 ‘부기우기’가 담겨 있습니다.

“아름다운 감정은 대상의 외형에서 방해받는다. 대상은 추상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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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하면 무언가를 똑같이 재현을 잘 하는 사람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 ‘잘’ 그리는 기술은 개인의 시간차가 있겠지만 노력을 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몬드리안 역시 초반에는 ‘잘’만 그리던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일생 동안 보이는 것에서 나아가서 그 대상이 가진 본질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고민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직선과 직사각형이 균형 있게 주를 이루며 절제된 그만의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매력적인 작품들이 이렇게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술과, 건축, 패션 등 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독창적인 그의 작품들을 보면, 혹은 그의 작품이 아닐지라도 그의 작품에 쓰인 것 같은 직선과 사각형, 삼원색들을 보면 바로 그가 떠오를 만큼 자신의 작품을 관객에게, 그리고 미술사 속에 강하게 각인시켜 놓았습니다.

이제 너무 ‘잘’ 그리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너무 ‘잘’ 그린듯한 작품에만 감탄하기보단 몬드리안처럼 ‘어떻게’ 그릴 것인지 고민해보고 작품을 감상할 때에 ‘어떻게’ 표현한 것일까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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