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의 마지막이 한인회장 선거로 교민 사회가 시끌벅적 하다. 여러 교민 소식지의 칼럼에서 이 선거 판을 지적하고 있기에 나까지 선거 판에 훈수를 두고 싶은 맘은 전혀 없다. 다만 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을 대표로 모실 것이냐, 도덕성은 높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표로 할 것이냐, 아니면 도덕성도 있고 능력도 있는 후보를 대표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검증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잘 못 선택하고 난 뒤에 교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뒷다마 까는 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독한 맘 먹고 술은 줄이고, 베트남 말은 열심히 배우고, 담배는 매몰차게 끊을 것을 결심하며 2015년도를 시작한 것이 어제 인 것 같은데, 벌써 달력의 뒷장은 한 장도 남지 않았고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추리는 걸려 있고, 징글벨소리들은 땀이 삐질 삐질 흐르는 무더운 거리를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2014년도의 마지막에 그랬던 것처럼 내 인생에 있어 2015년도에도 다시 돌아 오지 못할 1년이 떠나감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인다. 내가 1년이 지나감을 받아 들인다는 것은 내가 이세상에 살아 있을 날들이 1년 줄었다는 심각한 면을 받아들이는 것도 있겠지만 2014년도 년 말에 그랬던 것처럼 각종 모임의 망년회에 참석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각종 망년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각종 모임에서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새벽에 쓰레기 차가 올 때까지 퍼 마시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 하기도 한다. 그래서 12월의 몇 번 남지 않은 토요일 밤에 동문 망년회에 참석하였기에 술 깨지 않은 일요일 아침이 늦게까지 이어졌다.
술 깨지 않은 2015년 늦은 일요일에 2016년 마저 닥치는 대로 살 수는 없기에 술 깨지 않은 채로 내년을 설계해 본다. 2016년에 중점적인 목표는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정했다.
한마디로 인간 같이 살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제일 먼저 술자리는 일주일에 딱 두 번만 할 것이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먼저 해놓았으나 신년의 첫 주부터 이미 두 번의 술자리가 약속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두 번으로 했다. 단 술은 1인당 2병을 넘기지 않기로 한다. 물론 1병으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지금까지의 술자리 통계상 단 한 번도 1병으로 끝나본 적이 없었기에 무리한 목표치를 설정해 공약을 포기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두 병을 목표로 하였다. 단 상대방이 강력하게 2차를 요구하거나, 지속적으로 “한 병만 더”를 요청 할 때는 예외로 하여 두 병에 국한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한다.
왜냐하면 술자리 거절 때문에 대인관계는 물론 비즈니스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 계획대로 2016년 음주 계획을 실행만 할 수만 있다면 2015년 대비 50%이상 술자리를 줄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음주량도 대폭 감소 하기에 술 깨어 있는 시간이 배 이상 늘어날 것이고 음주로 인한 분실물 또한(휴대폰 및 각종 소지품) 줄일 수 있기에 경제적인 삶의 질 또한 급격하게 향상 될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두 번째 실천 사항으로 베트남어를 배우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신년에는 독한 맘 먹고 베트남 어학원에 등록 것이다. 최소한 일주일에 3일 이상은 수강을 할 것이며 하루에 2시간 이상은 개인 학습을 할 것이다. 물론 일 주일에 5일이상 하는 집중 반에 등록하여 1일 4시간 이상 죽을 각오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주 2회 술자리가 계획되어 있고 각종 비즈니스 관계로 주 5일반은 도저히 불가능 한 일이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수업에 참석하겠지만 중요한 바이어를 만난다든가 또는 몸이 심하게 아픈 경우 등은 예외로 하여 수업을 빠질 수 있는 것으로 한다.
왜냐하면 베트남어 때문에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줄 수는 없는 것이고 나이 50이 넘으면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예외조항이 있다 하드라도 베트남 학습을 위한 계획을 실천만 할 수 있다면 나의 베트남에서의 삶은 질은 급변 할 것이다.
먼저 현지 비즈니스에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다.
난 아직도 베트남 비즈니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베트남어라고 생각 한다.
가끔은 내가 베트남어만 완벽하다면 베트남을 완전 정복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본적도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현지인 친구들이 생김으로 인한 삶의 질 향상은 상당하리라 예상이 된다. 두 명이나 되는 통역원의 거취가 문제 될 수도 있겠지만 베트남어 학원은 등록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일 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제일 먼저 사이공 스퀘어에 가서 몸매를 살려주는 고가의 스키니 런닝복과 과학적으로 발을 보호한다는 런닝화를 구입 할 것이며 2016년을 기점으로 아파트 앞에 있는 헬스장의 회원이 될 것이다. 물론 올해 상반기에도 회원이었지만 헬스장에 런닝머신이 몇 개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회원권 유효기간이 끝나버렸다. 계획대로 실천만 한다면 2016년 하반기쯤에는 난 몸짱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계획하다 보니 2014년 말에 세운 목표와 너무나 흡사한 느낌이 든다. 지난해도 베트남어를 배우겠다고 그렇게 다짐하였지만 학원을 등록한 후 3번도 나가지 않은 것 같고 술을 줄이겠다고 세부 계획까지 수립한 기억이 나지만 최소한 3일에 한 번은 술 취한 아침을 맞이 한 것 같고 6개월짜리 헬스장 회원권은 딱 두 번밖에는 사용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인생은 계획보다는 실천이고 공약보다는 실행인 것 같다. 계획 없는 실행은 유효할 수 있지만 실천 하지 않는 계획은 정말 무의미 하다. 그래서 술 취한 채로 세운 계획은 무시하고 2016년은 닥치는 대로 살아볼 생각이다.
교민 여러분!
2016년도는 닥치는 대로 베트남어도 공부 해보고, 닥치는 대로 술자리도 피해보고, 닥치는 대로 운동도 해 보고,
닥치는 대로 돈도 벌어 봅시다.
2016년도는 닥치는 대로
잘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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