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초현실 세계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겠습니다.
지금 저는 한밤중에 가로등이 켜져 있는 집 앞에 서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림의 윗부분은 낮이었죠?
밤 하늘이 아닌 낮 하늘이 어떻게 보일지 너무도 궁금합니다.
궁금함을 못 견디고
‘하나, 둘, 셋!’
마침내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밤에 보는 낮 하늘은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두 눈이 갑자기 무거워졌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저 는 꿈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면서 꿨던 꿈을 기억해놨다가 뜻을 찾아보고 이렇게도 엮어보고 저렇게도 엮어보며 스스로 해몽을 하며 뿌듯해하곤 합니다. 제 해몽이 맞던 틀리던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그러고 있는 순간이 재미있습니다.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가끔 그 날 꾸었던 꿈의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아주 아주 불길한 꿈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꿈 속에서는 기분이 좋았었어.’ 하고선 ‘의미보다는 꾸었던 꿈의 느낌이 더 중요할꺼야.’ 하고선 제멋대로 생각하고 해석하고 재빨리 기억 속에서 날려버립니다. 종종 이렇게 혼자 꿈꾸고 해몽하고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계신 저희 어머님께서는 답답하다는 듯이 ‘미신 좀 믿지 마라.
아직 나이는 젊으면서 나이 많은 할머니 같다.’ 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이 소소한 재미를 놓칠 수 없습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습니다. 한참 잠에 취해, 어떤 꿈 속을 헤매다가 깨어났는데 아직 꿈 속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될 때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의 그림을 볼 때에도 이런 기분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소개합니다. 꿈 같은 현실일 수도 있고, 현실 같은 꿈의 세계일 수도 있는 그림을 그린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입니다.
마그리트의 그림들은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그림 속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생생하고 탄탄한 표현력 덕분이겠죠. 현실같이 잘 묘사된 그의 그림 속에서 어딘가 낯설면서도 묘한 일탈을 발견했을 때 오는 짜릿함은 글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학창 시절, 학교 미술 수업 시간에 보게 된 ‘초현실주의’ 에 푹 빠져서 미술로 진로를 결심한 이야기는 예전 ‘달리’ 칼럼에서 이미 말씀드렸었죠? 그 때에 ‘마그리트’ 그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다른 일을 하면서 살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제 마그리트의 그림을 볼까요? 첫 번째로 소개시켜드릴 그림은 ‘빛의 제국’ 입니다. 한 그림 속에 낮도 있고 밤도 있습니다. 혹시 이상함을 느끼셨나요? 한 그림 속에 현실에서는 공존할 수 없는 낮과 밤이 함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낮이고 어떻게 보면 밤인 이 그림. 서로 다른 낮과 밤의 분위기가 상반되게 잘 표현되어 있어서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마음껏 상상하고 싶어집니다.
조심스레 물에 비친 제 얼굴을 보았더니 제 눈 속에 하늘이 담겨있습니다.
분명 저는 ‘빛의 제국’ 그림 안으로 들어갔었는데 나와서 확인하니 ‘잘못된 거울’ 그림 속이었습니다. 이 그림 속의 눈 위로 구름이 있는 하늘이 있습니다. 실제로 하늘을 본 다 해도 이렇게 밝은 색의 하늘이 눈동자에 그대로 비춰질 수는 없겠죠? 보통 우리의 눈은 직접 보는 역할을 하지만 이 그림 속의 눈은 하늘이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수동적으로 그 비춰짐을 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림입니다.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 다가 아니다? 무언가를 볼 때 그냥 바라보기 보단 자신의 생각과 잣대로 보니까 잘못된 거울이다? 무엇을 어떻게 보든 간에 아름다움만 보고 싶다?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는 건 역시 이 그림을 그린 마그리트 본인 뿐일테니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일까 하고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팝아트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등 여러 분야에도 다양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또한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마그리트의 그림 덕분에 미술을 하게 되었는데 오늘 또 칼럼을 쓰며 마음껏 신나게 상상을 하다 보니 갑자기 그리고 싶은 그림 구상이 떠올랐습니다. 빨리 그림 그리고 싶어 몸과 손이 근질거려서 더 이상 못 앉아있겠습니다. 지금 바로 작업하러 가기 전에 마그리트 그림 몇 점 더 보여드리며 오늘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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