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배우며 울컥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담담하게 그려내어..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관련 국제학생•청소년 작품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서현진양 (호주국제학교_AIS 재학)
재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단에서는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고 (재)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관련 국제 학생•청소년 작품 공모전 <일본군 ‘위안부’ 평화 나눔 콘서트 – 제2회 ‘합창’> 공모전이 지난 8월 12일 개최되었다. 음악과 미술 두 개 분야에서 300여 편이 응모하였고 1차 예선 심사를 거쳐 72편이 2차 본선대회에 올랐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술부문 우수상에 베트남내 유일한 수상자 서현진양.
국가 대 국가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삶 까지도 돌아본다는 점에서 뜻 깊은 수상이라 여겨진다. 어떤 계기로 수상의 영광까지 누릴 수 있었는지 서현진양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우선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해요
제 이름은 서현진입니다. 한국나이로 16살이고 현재 호주국제학교(AIS) 10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부모님의 사업으로 인해 호찌민에서 산 지 5년 정도 되었고 그 전에는 하노이에서 3개월 가량 지낸 적이 있습니다.
원래 그림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나요? 언제부터 그림을 시작했어요?
한국에서부터 쭉 미술 학원을 다녔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라기 보다는 그림이 좋아서, 그림에 대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여러 전시회를 다니거나 영화를 즐겨 보는 등 생활 속에서 미술을 가까이 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생활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포착해 미술로 재해석하면서 얻는 기쁨이 지속적으로 그림을 공부할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푸미흥에 있는 갤러리 퐁당에서 주 3회 소묘를 이용한 다양한 그림을 그리며 다양한 재료를 접하며 경험과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지원하게 된 계기나 대회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었는지?
우선 한국학교를 다니는 친구로부터 대회 관련된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위안부라는 무거운 주제를 받았을 때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돕기위해 ‘갤러리 퐁당’ 미술선생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각종 관련 자료나 그림을 통해서 실상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었구요. 처음에는 위안부에 관련된 많은 영상과 자료를 보면서 감정이 복받치기도 하고, 조금씩 내 안에 그 아픔의 역사가 느껴지면서 아프고 힘들었지만 이내 그림으로 잘 풀어가야 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2주 가량 걸쳐 깊이 고심 후 그림을 완성해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안 볼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해요.
이 그림에 나오는 여성은 동일인물입니다. 시대가 아무리 흘렀어도 마치 어제 일처럼 소녀의 기억은 생생하기만 합니다.
2015년 현재를 사는 그녀는 어느덧 나이를 먹어 할머니가 되었는데요. 스스로를 위한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위로로도 그 마음이 달래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마저도 곧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것 같은 찰나의 아슬아슬함을 캔버스에 아크릴로 담아보았습니다. 굴곡진 손 마디마디를 잘 표현해내어 사람의 표정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할머니의 현재가 끝나버리기 전에 문제를 상기하며 풀어나가야만 하는 절박함을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그림을 한결 잘 이해할 수 있겠네요. 사정상 한국에 수상하러 가지 못했다고 들었는데요. 이 자리를 빌어 수상 소감을 얘기 한다면?
일단 수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해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경험을 쌓는 것에 의의를 두었기 때문인데요. 어떤 수상인지도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퐁당 미술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비록 베트남은 환경적으로 다양한 전시회나 미술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어디에 있든지 원하는 바를 향해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의 꿈은 정해진거나 다름없네요? 계속 미술 공부를 할 건가요?
우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대입학이 일차적인 목표이고, 최종적으로는 국제학교 미술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학생들에게 각종 재료를 다양하게 쓰며 재미있게 미술을 알려주고 싶고, 창의적으로 사고 한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동서양 아이들에 대한 편견 없이 공평하게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친다면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국위선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영어 성적을 관리하며 미술실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베트남에서 미술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미술에 매진하며 꿈을 이루어 나가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창한 날, 해사한 미소에 뽀얀 피부를 가진 꿈이 있어서 더욱 반짝거렸던 학생과의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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