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는가?
요즘 호찌민 한인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평소에는 거의 한인회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별 관심없이 지내던 사람들도 매번 선거 때가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모아지는데 그러나 그들의 시각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하긴 호의적일 리가 없다.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이번에는 좀 심각하다. 마치 3공화국이나 유신 혹은 5공화국에서나 나올만한 스토리가 믿기지 않게 지금 호찌민 한인회에서 쏟아져 나온다. 도대체 뭔일이 있는데? 그래서 얼마전 한인회 정관개정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성되고 그 공동위원장으로 항상 교민들에게 상식적인 언행으로 존경받는 오덕 목사를 만나 뭔 난리가 일어난 것이지 들어 보았다. 대담_ 한영민 주필
한영민 주필(이하 한) 또 뵙니다. 자주 뵙는군요.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별로 유쾌한 일로 뵙는 것 같지 않습니다. 바로 질문에 들어 갑니다. 자, 한인회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오덕 목사(이하 오) 좀 시끄럽죠? 뭐 주필님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독자분들을 위하여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한인회가 정관을 개정한다는데, 그 정관개정의 대상이 한인회장 선거에 관한 겁니다. 직접 비밀 투표로 진행되던 회장 선거를 간접 선거로 바꾸는데, 방법은 운영위원회에서 추대 후보를 한명 뽑아서 대위원들의 과반수 찬성으로 회장이 된답니다. 이유는 그동안의 회장 투표 방식이 금권 선거를 조장하기 때문에 간접선거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제 5공화국에서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던 낡은 제도가 다시 이곳에서 살아나는 건가요? 거참, 머리들도 참 좋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오래된 고리짝 제도를 찾아내시는지. 그런데 그런 변형의 선거제도가 비민주적 방법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도를 택한다면 그 단체의 기본 정치 사상도 바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한인회의 한인이라는 것 자체에 한국이 채택한 민주주의 하에 사는 국민이라는 뜻 아닌가요?
오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비 상식적인 정관 개정은 불가하다는 사람들이 모여 비상 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저를 추대 하기에 함께 일을 합니다만 정작 들어가보니 정관개정 반대라는 순수의도를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려는 일부 인사가 보입니다.
한 어느 단체나 다 그런 사람들이 항상 있죠. 어디는 그런 사람들만 있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교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번 정관 개정은 대부분 반대를 합니다. 이렇게 많은 반대를 무릅 쓰며, 이미 1차 연임을 하여 더 이상 회장 출마가 불가한 이회장이 이렇게 무리한 정관개정을 한이유는 무엇인가요?
오 그 속뜻을 누가 알겠습니까? 일단 한인회의 입장은 황의훈 전임회장이 한인회에 해를 입혔다고 이사회에서 징계를 결의하고 5년동안 회원자격을 발탁한다고 했습니다. 이건 좀 상식에 벗어난 일이죠. 이충근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정관을 초월하고 선거도 없이 단일후보로 나와 박수로 회장이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분명히 반대의사를 표하고 선관위원으로서 사퇴를 했었습니다. 그런분이 다른 이를 징계한다는 것은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재선이 아니고 정관을 초월한 재 추대와 같은 형식이네요. 자신이 회장이 될 때는 정관을 무시하고 이번에는 정관을 비상식적으로 고치겠다 하면 그런 일들이 부메랑이되어 돌아갈 것 같은데, 그런데 이런 사실을 영사관에서는 모르는 것인가요?
오 지난번 19일에 총영사관에서 비대위와 이충근회장, 황의훈씨, 그리고 김재천 영사와 총영사가 참석하여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저희가 가기 전에 이미 이충근회장, 황의훈씨 그리고 김영사와 총영사가 회의를 마치고 황의훈씨는 이미 자리를 떠난 상황에서 저희와 다시 앉아 회의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이충근회장에게 요구한 모든 사항을 이충근씨는 다 수락했습니다.
이사회 결정으로 결의한 모든 사항을 무효로 하여 정관개정도 않고 황의훈씨 징계도 않고 불출마 선언과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저희가 이메일로 정식적으로 그 발언에 대하여 확인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답은 없이 9월 1일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일방적인 통고가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요?
한 총회를 연다는 것은 정관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가 되지 않나요? 그런데 그부분, 총영사관에서 이루어진 미팅에 대한 얘기는 황의훈씨가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나 봅니다. 황의훈씨 쪽 얘기로는 오덕 목사가 오기 전에 황의훈씨, 이충근씨, 김재천 영사 그리고 총영사가 모여 회의를 했는데 김 영사가 정관을 개정하여 이충근씨가 다시 나오게 하고, 황의훈씨도 나오도록 징계를 피하도록 해서 두분이서 경쟁을 하면 어떠냐? 하는, 한쪽으로 편향된 제의를 하는 바람에 그냥 일어섰다고 합니다. 그때는 중재가 깨졌는데 오덕목사와는 아주 호의적인 대화를 나눈 셈이네요. 근데 ‘영사관에서의 한인회 선거 관련미팅’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리 잘 맞는 조합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 저도 그 일이 잘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민간단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관이 하는 일입니다. 너무 지나친 관심으로 교민사회의 민간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될 일이죠.
한 아무튼 부디 잡음없이 잘 넘어가기를 바라지만, 제 개인적으로 이런 한인회의 다툼을 매번 선거 때마다 보면서 ‘저기에는 도대체 뭐가 있길레 저리지’ 하는 호기심도 들면서 저렇게 시끄러운 장판만 열고 마는 한인회의 존재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오 사실 이 한인회는 제가 초안을 짜서 만들었습니다. 1996년인가 한인이 얼마되지 않지만 수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도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인회를 만들자며 저와 저희 형님과 정관 초안 등을 짜서 서울 법대 출신의 박옥만씨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여 출범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인회가 전체 한인회가 아니라 우리 교민들이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한인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안타깝습니다. 가끔 제가 한 일에 자책을 합니다.
한 한인회가 교민들에게 인정받고 존중되는 진정한 한인의 대표기관이 되기 위하여는 고쳐야 할 것이 많겠지만 일단 독립된 별개의 감사기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 저도 그것에 공감합니다. 한인회에 소속된 감사가 아니라 별개로 독립된 한인사회 조정위원회같은 초 교민적 단체를 덕망있고 정의로운 인사들로 구성하여 그 안에 감사기능을 두어 한인회와 기타 교민단체들의 활동을 감사하고 그 결과를 교민들에게 여과없이 알려줘 교민들 스스로 그들의 공과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도 이제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교민사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인회라는 행정기관은 있지만 이를 견재하는 어떠한 다른 단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국가와 같이 입법부 사법부와 비슷한 기능으로 한인회의 행동을 지원하고 또 견재하는 독립된 위원회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가는게 좋습니까?
오 순리대로 진행되어야 하겠죠.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민주방식에 벗어나지 않는 틀에서 발전적인 변화가 있어야지 한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한인회의 정관이나 조직변화가 생겨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큰 틀의 변화가 있는 경우 공청회를 열어 교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취합한 후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충근회장은 저희와 약속한 대로 8월 10일 이사회의 결정(징계건, 한인회관 건립건, 정관개정 건)에 대하여 무효 선언을 하고 자신의 불출마 선언과 사과 성명서 발표 등을 이행하여야 하고, 약속과 다르게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고한 총회를 강행함으로 교민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는 어두운 역사의 주인공으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황의훈 전임회장 역시 이번 사태의 유발에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한인회장 후보는 내가 아니어도 된다” 라고 평소에 말한 것처럼 그 역시 불출마 선언으로 교민사회가 화합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전임 회장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주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이영진씨는 비대위 공동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 같아 이것으로 그일을 마감하려 합니다.
한 마지막까지 의도하시는 성과를 이루어 교민사회에 화합의 모범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여러가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