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아! 베~한민국

20분이나 기다렸지만 자리가 나지 않는다. 토요일이라 빈 테이블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 했기에 약속시간보다 일찍 와서 기다렸지만, 쇼핑몰내의 푸드코너에는 빈 테이블은 생기지 않고 대기하는 손님만 늘어간다. ‘짱’과 그의 학과에서 친한 친구들은 애인을 동반하여 2주에 한번 정도 토요일 저녁에 만나 같이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떤다. 취업을 하기 전까지 에어컨이 있는 실내 식당이나 까페에서 만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보통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너나 브랜드가 있는 까페로 약속을 정한다.
‘짱’은 동나이에서도 깊은 시골이 고향이지만 4년전부터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기 위해 호찌민에 살고 있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한 학기와 영어 졸업시험을 남겨 놓았지만 대부분 취업에 성공 했고, 어떤 친구는 그의 판단에 따라 4개월사이에 직장을 두 번이나 옮긴이도 있다. ‘짱’도 지금 다니고 있는 방직 회사가 첫 직장은 아니지만 회사가 호찌민 시내가 아닌 것 때문에 또 다른 이직을 고민 중이다. ‘짱’이 학기 중 취업을 위하여 메일로 이력서를 제출 하였을 때 4곳의 한국 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짱’은 그 중 급여가 가장 높은 인테리어회사를 선택 하였다. 하지만 한번씩 사장을 따라가는 공사 현장의 통역 때문에 두 번째 월급을 받고 난 후 이력서를 낼 때와 같이 메일을 보내고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지금의 방직 회사를 선택 할 때도 3곳에서 출근 제안을 받았지만 그녀는 급여와 회사의 규모를 보고 회사를 선택하였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팽창하는 베트남 경제의 혜택으로 취업은 전쟁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녀는 얼마 전부터 빨리 감기 버턴을 누른 동영상을 보고 있는 듯 빠르게 변하고 있는 도시를 눈으로 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초고층 빌딩이 스카이 라인을 바꾸고 있는 도시의 용트림을 경험 한다.

그녀가 매일 지나가는 돈덕탄 옆길에는 사이공 강을 건너는 지하터널이란 것이 개통되어 강속으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지나 다니게 되었고, 그의 고향 동나이로 가는 길은 어느 날 갑자기 차가 지상을 달리는 고가도로가 몇 개나 생겨 났기에 그가 고향을 갈 때는 사거리를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혜택을 보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 뚜이제 신문이 ‘세계은행, 베트남 경제 성장률 6%로 상향 조정’ 이란 제목을 경제면 톱기사로 올려 놓은 것을 본 것 같은데, 어제 날자 신문은 아시아개발은행이 올해의 경제 성장률을 6.1%로 다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기사화 되고 있기에, 그녀는 이번 모임보다 다음 모임에 갈수록 고급 식당의 빈 테이블을 찾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 예상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국의 대 베트남 투자규모가 더욱 증가 한다는 뉴스와 진출회사가 다변화 되고 있다는 소식을 일상적으로 듣고 있기에 한국어를 전공한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 질것이고 그들의 다음 모임이 이어질수록 더욱 풍요로워 질것이라 예상 한다.

성철이는 이번 여름 방학기간 동안, 학교에서 지원되는 해외취업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베트남에 오게 된다.
한 달 동안 베트남에 있는 대학교에서 베트남어 연수를 받게 되는데, 이 프로그램은 이미 3개월전부터 시작되어 한국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받고 있다. 성철이는 정상적으로는 이번 학기가 졸업 반이었지만 취업 때문에 학점 신청을 조정하여 다음 학기로 졸업을 미루었고, 그 덕분에 이분 프로그램 혜택도 볼 수 있었다.
이번 코스 지망생 20명중 5명이 졸업을 연기한 학생들이고 그 중에는 두 학기를 연기한 학생이 2명이나 있기에 졸업학기를 연기 한 것을 두고 쪽 팔림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미 대학 진학률이 80%후반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대학생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취업을 보장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그와 그의 친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나마 성철이는 강력한 의지가 있기에 아직도 취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먼저 졸업한 그의 친구 태식이는 이미 취업을 포기하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그나마 부모가 재산이라도 조금 있는 진태는 되지도 않을 공무원 시험을 준비 한답시고 세월을 보내고 있다.
성철이는 그의 절친 태식이와 진태를 만나 본지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다. 아무도 애인이 없는 아니 있을 수 없는 그들은 단지 SNS로 만나고, SNS에서 위로하고, SNS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이상 그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함을 슬퍼한다.

성철이는 취업 준비 때문에 태식이는 알바 때문에 진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압박 때문에 주머니가 비워 있는 그들의 청춘은 더욱더 찌그러짐만 느낀다.

그가 취업 준비를 위하여 학교 도서관에서 아침마다 읽게 되는 신문에서는 지난달에 3%로 하향 조정한 경제 성장률을 또 다시 2.7%로 하향 조정한다는 기사가 메인을 장식 하고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의 생산 공장들이 동남아의 어떤 나라에서 기공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기사 거리도 되지 않는 듯 경제면의 한쪽 귀퉁이에 삽을 들고 있는 포즈사진과 함께 아무런 논평도 없이 실려 있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무와 상관없이 먹이를 찾아 먹이 없는 대한민국을 떠나가고, 성철이는 없어져가는 일자리가 왜 없어지는지도 모르고 없어진 일자리 때문에 대한민국을 떠나려 한다. 청년 일자리를 해결 주겠다고 그렇게 피 토하게 외친 정치는 세월호가 침몰한지 1년이 지나도록 젊은 영혼을 바다에서 구해낼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또다시 메르스란 역병을 맞아 대한민국 호를 다시 한번 침몰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도 나라님은 배신한 것 같은 나리 똘마니를 잡겠다고 칼을 휘두르고, 나리들은 그 칼을 피해 도망 다닌다고 정신 줄마저 놓고 있기에 파고다 공원에도 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노부부는 석가탄 마저 사돈이 없어 투신으로 목숨을 던지고, 취업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3평짜리 고시원에서 목을 메고 죽어가고 있다.

이제 성철이는 대한민국을 떠나려 한다. 어린 시절 축구를 보며 목 터져라 외친 대~한민국에 그의 청춘을 맡기는 것을 포기 하려 한다. 그리고 그의 미래가 있고 그의 희망이 있을 것 같은 ‘베~한민국’에 청춘을 맡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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