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종전 50년’ 베트남, 화해·개혁개방 통해 발전”

-뚱 전 주한대사 “과거 적대 국가들과 화해…성장에 집중”

종전 50년 베트남…"화해·개혁개방 통해 발전·번영"

오는 30일 베트남 전쟁(1955∼1975) 종전·통일 50주년을 맞는 베트남은 50년 전 최빈국에서 이제 대표적인 신흥공업국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한국과 베트남의 전문가들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승전국’ 베트남이 미국·한국 등 과거 적대 국가와 미래지향적으로 화해하고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것이 이 같은 베트남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고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북베트남은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수도인 사이공(현 호찌민)을 장악하고 남베트남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 전쟁과 남북 분단을 끝냈다.

이후 1986년 ‘도이머이'(쇄신) 구호를 내건 개혁·개방 정책으로 전환했으며, 1992년 한국·1995년 미국과 잇따라 수교했다. 이어 외국 기업 유치 등에 힘입어 지금까지 연 5∼9% 수준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20∼2024년 주한 베트남 대사를 지낸 응우옌 부 뚱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교수는 “이제 베트남은 전후 재건을 대부분 완료하고 전쟁 피해와 손실을 극복했다”면서 “세계 모든 국가, 특히 이웃 나라들과 우호적 관계를 누리는 국가로 고속 성장했다”고 밝혔다.

뚱 교수는 “베트남은 미래지향적 접근, 효과적인 전방위 협력을 통해 과거 적대 국가들과 화해하는 과정을 진행해 왔다”면서 “모두와 우호 관계를 맺고 신뢰를 구축하려는 베트남의 전반적 외교 정책에서 화해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안정적·평화적·협력적인 대외 여건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사회 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베트남 전문가 중 한 명인 이한우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초빙교수는 이에 더해 개혁·개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베트남은 통일 이후 남부를 사회주의화하는 동시에 개혁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았다”면서 “따라서 초기에는 베트남의 개혁 속도가 중국 개혁보다 느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 이후 경제 침체 상황에서 베트남 지도자들이 교조적 사회주의에서 벗어나 사고를 전격적으로 전환한 것이 개혁의 기반이 됐다”면서 “이런 점에서 베트남의 실용주의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뚱 교수는 한국과의 관계에도 베트남 정부의 화해 추구 기조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는 30년 이상 지속한 양국 간 효과적인 협력의 산물로서 두 나라가 전쟁 잔재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는 과거사에 대해 건설적 대화, 객관적 연구를 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두 나라의 과거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중순 서울중앙지법은 1968년 한국군 군인들이 민간인 70여명을 학살한 ‘퐁니 사건’으로 가족들을 잃었다는 응우옌 티 타인(64)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달 팜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 포괄적 전략동반자 정신에 따라 한국이 전쟁의 후과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국군 민간인 학살 논란과 관련해 이 교수는 우선 퐁니 학살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근거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 정부는 이 문제가 경제협력 등을 저해할 가능성을 우려해 민간인 학살 쟁점화를 바라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한국 정부가 이 사안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면서도 “민간, 특히 피해자의 견해는 양국 정부와 다를 수 있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지금까지 시민사회가 했던 것처럼 화해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전쟁 피해 지역인 다낭 등 베트남 중부 지역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을 통해 학교·종합병원을 지어준 사업을 예로 들면서 “이런 노력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뚱 교수는 “물론 화해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라면서 베트남을 상대하는 외국도 베트남과 유사하게 미래지향적인 화해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02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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