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라오스의 중국열차, 동남아의 새로운 기회인가?

최빈국에 주어진 교통혁명의 기회

비엔티안 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가 탑승할 열차의 규모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21년 12월에 개통된 중국-라오스 철도(LCR)는 동남아시아의 작은 내륙국가 라오스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엔티안에서 중국 쿤밍까지 가려면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버스로 24시간 이상 달려야 했지만, 이제는 10시간 남짓한 열차 여행으로 두 도시를 연결한다.

새벽의 출발, 국경을 넘는 여정
2025년 4월 6일 일요일 아침 일찍, 비엔티안 기차역은 이미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국경을 넘는 D888 열차를 타기 위해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3시간 일찍 도착했다. 왜냐면 표를 미리사야 하는데, 전날 구매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날은 중국의 국경일 씨즌이 겹치면서 역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기차역은 비엔티안 시내에서 약 17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택시로 20분 정도 소요됐다. 역 건물은 웅장한 모던함과 라오스 전통 양식이 혼합된 삼각형 지붕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고층 천장, 타일 바닥, 넓은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내부는 마치 중국의 일반적인 고속철도역과 닮아 있었다.

출국 수속은 철저했다. 여권 확인, 보안 검색, 티켓 검사까지 총 4번의 검사를 거쳐야 했다. 짐이 많은 여행객들에게는 다소 번거로운 과정이었지만, 무사히 모든 절차를 마치고 플랫폼에 도착했다. 잠시 후, 흰색과 파란색 줄무늬가 있는 현대적인 열차가 역에 들어섰다. 열차 측면에는 라오스와 중국의 국기와 함께 LCR(Laos-China Railway) 로고가 부착되어 있었다.

오전 9시 8분, D888 열차는 정확히 예정된 시간에 출발했다. 2등석 차량에 탑승한 나는 넓고 편안한 좌석, 깔끔한 실내, 쾌적한 에어컨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라오스, 중국어, 영어로 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열차 내 표지판도 세 가지 언어로 되어 있었다.

1,035km, 두 나라를 잇는 철로
1,035km 길이의 이 철도는 총 167개의 다리와 75개의 터널을 지나간다. 라오스 구간(422km)만 해도 약 60%가 교량과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산악 지형이 많은 라오스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열차는 최고 시속 160km로 달린다.
CNN 트래블의 보도에 따르면, 이 철도는 여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고, 국가 전역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까지 버스로 8시간이 걸리던 여정이 이제는 기차로 2시간이면 충분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우리는 울창한 열대 우림과 계단식 논, 깊은 계곡과 웅장한 산맥을 통과했다. 특히 메콩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의 전망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두 개의 메콩강 다리는 각각 1,220m와 1,436m 길이로, 이 철도 프로젝트의 공학적 성취를 상징한다.

첫 번째 정차역인 방비엥에 도착했을 때, 많은 관광객들이 열차에 탑승했다. 방비엥은 라오스의 인기 있는 관광지로, 카르스트 석회암 지형과 블루 라군으로 유명하다. 이전에는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 버스로 4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본 열차로 단 55분이면 충분하다.

국경에서의 긴장감
오후 들어 열차는 라오스 북부 국경 도시 보텐에 도착했다. 여기서 모든 승객은 출국 심사를 위해 열차에서 내려야 했다. 보텐 역에서의 출국 수속은 약 1시간이 소요됐고, 이어서 열차는 중국 국경 도시 모한으로 이동해 입국 심사가 진행됐다.
국경 검문소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국 세관 직원들은 엄격하게 여권과 비자를 확인했고, 개인 현금 제한(최대 2만 위안 또는 5천 달러)도 철저히 점검했다. 다행히 사전에 위챗 미니프로그램을 통해 건강 신고서를 제출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보텐은 국경 도시답게 두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리 표지판과 상점 간판은 모두 라오어와 중국어로 쓰여 있었고, 현지인들은 영어보다 중국어에 더 능숙했다. 국경 지역에는 라오스와 중국 문자가 새겨진 수많은 화물 컨테이너가 쌓여 있어, 두 국가 간의 활발한 무역 활동을 엿볼 수 있었다.

중국 남방 영토를 달리다
중국 운남성 모한역에서의 입국 심사를 마친 후, 열차는 본격적으로 중국 영토를 달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라오스의 자연 그대로의 열대 풍경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정돈된 농경지와 인프라가 눈에 띄었다.
중국-라오스 철도의 중국 구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쿤밍-유시 노선은 88km 길이로 최고 시속 200km로 달리고, 유시-모한 노선은 507km로 최고 시속 160km다.
열차가 시쌰팡나(西双版纳)를 지날 때, 많은 승객들이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시쌰팡나는 윈난성의 남부에 위치한 열대 지역으로, 중국 17%의 식물종과 25%의 동물종이 이곳에 서식한다고 한다. 풍부한 생물 다양성으로 유명한 이곳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목적지다.

중국-라오스 철도의 경제적 함의
이 프로젝트의 총 비용은 60억 달러(약 5.3억 유로)로, 라오스 GDP(2021년 기준 188억 달러)의 약 3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건설비의 60%는 중국 수출입은행의 대출로 충당됐으며, 나머지는 라오스-중국 철도 회사(라오스 30%, 중국 70% 지분)가 부담했다.
라오스에는 다행인 점도 있었다. 이 거대한 금액 중 라오스 정부는 실제로 약 2억 5000만 달러만 지출했다. 나머지는 수출입은행으로부터의 두 번째 대출로 충당되었다. 하지만 이 대출은 막대하며, 신용평가기관 피치 레이팅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해 ‘백만 마리 코끼리의 나라’라고 불리는 라오스는 매년 약 11억 6천만 달러의 상환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 철도는 이미 경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개통 첫 해에만 850만 명의 승객과 1,120만 톤의 화물을 운송했다. 베트남 매체 ‘르 쿠리에 뒤 베트남’에 따르면, 이 중국-라오스 협력의 결과로 같은 기간 쿤밍 세관을 통과한 수출입 화물은 193만 톤에 달했으며, 이는 약 18억 8천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쿤밍에 도착: 중국의 새로운인프라가 현실
저녁 6시 38분 쿤밍 남역에 도착했다.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리는 쿤밍은 온화한 기후로 유명하며, 중국 윈난성의 성도이다. 쿤밍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핵심 거점으로, 이 철도는 궁극적으로 쿤밍-싱가포르 철도 프로젝트의 일부다. 완공되면 중국,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를 지나 싱가포르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쿤밍 남역은 현대적이고 거대한 규모로, 중국의 첨단 인프라를 과시하는 듯했다. 역 앞에는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여러 버스 노선이 연결되어 있어 도시 내 이동이 편리했다.
2023년 4월 국경 간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개통된 이후, 하루 평균 4천 명 이상이 이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관광에 크게 의존하는 라오스 경제에는 이러한 방문객들이 매우 환영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객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과제
이 철도가 가져온 혜택과 함께, 라오스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관광객 증가는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특히 루앙프라방과 같은 세계문화유산 도시에서는 문화적 정체성 보존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철도와 함께 라오스는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비엔티안에서는 기차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를 따라 급행버스 서비스(BRT) 또는 경전철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무앙사이 역은 향후 동서 경제 회랑의 교차점이 될 전망이다.

편의와 교역의 양면성
비엔티안에서 쿤밍까지의 10시간 여정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이 철도는 라오스에 분명히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었지만, 그 기회를 누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미지수다. 쿤밍에서 비엔티안으로 달리는 본 노선은 동남아시아의 미래를 교역의 틀이 바뀐다는 점을 상징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지역 경제 통합과 ASEAN의 국가들이 글로벌 파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복잡한 현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