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기사에 나오는 정책의 족보 –
우리는 경제 기사를 읽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GDP가 예상보다 낮게 달성될것 같다’부터, ‘물가인상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는 얘기가 뉴스에서 흘러 나옵니다. ‘불안정한 외부환경에 의해 환율이 올랐다’고 하고, ‘이런 저런 경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국은행은 이번달에 금리를 동결하였으나 다음달에는 내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가 침체될 것 같아 정부가 금리 인하 등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펼치니 시중에 자금이 넘쳐, 물가가 올라 삶이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옵니다.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니,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집 마련을 한 소위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이 사회 문제가 되고, 계획보다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 ‘쓸돈’이 없어지면서 옷가게, 식당에 손님이 줄어듭니다. 기업들도 높은 금리에 신규 사업 진출 시기를 미루고, 신규 고용과 임금 인상을 최소한으로 진행합니다. 경기 침체가 옵니다. 경제 기사를 신경써서 보다 보면 이솝 우화에 나오는 ‘부자와 당나귀’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몰고 가고 있는데 그것을 지켜보던 동네 청년들이 왜 아무도 당나귀에 타지 않고 당나귀라는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지 비웃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당나귀에 타니 아동 학대라고 동네 아주머니들의 비난을 받고, 그래서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니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막장 가족이라고 동네 할아버지들의 비난을 받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급기야 기다란 통나무에 당나귀의 앞발, 뒷발을 묶어서 둘이서 당나귀를 메고 가는 지경에 이르고, 강가의 다리를 건너는 길에 몸부림치는 당나귀를 강물속으로 떨어뜨리고 맙니다. 이솝 우화에서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예전에 한글과 컴퓨터 타자 연습 지문으로 매우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타자를 빨리 치는 것만으로도 ‘컴퓨터를 잘한다’라는 대접을 받았던 꿈만 같던 시절이네요. 여하튼, 모두를 만족시킬수 있는 절대적인 경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 정책의 특성입니다.
경제학은 모든 학문 중에서 우리와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불경기’와 ‘호경기’를 주기적으로 겪게 되고 그 골이 깊을때는 침체, 호황이라 부르고, 더 깊을때는 대공황, 대호황이라 부르는 시기를 만나게 됩니다.
Todd Buchholz
몇년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인턴으로 입사한 회사의 어린 후배가 저에게 ‘IMF 대란과 코로나 대란 중 어떤 때가 더 큰 위기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정말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마치 “람보가 셉니까? 코만도가 셉니까?”, “이소룡과 성룡이 싸우면 누가 이깁니까?”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한 대답은 ‘내가 더 힘든 대란이 더 큰 위기야’ 였습니다. 사주 팔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태어난 시기,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 리더로 있는 시기’가 경기 침체 시기인지, 경기 호황 시기인지가 ‘팔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말하던 ‘천시(天時)’ 가 현대 사회에서는 경기의 흐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아갈때와 물러날 때를 알기 위해 , 그리고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해 경제학적 지식과 교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드 부크홀츠라는 탁월한 경제학자가 하버드에서 강의하던 내용(89년 하버드대 최우수 강의상 수상)을 책으로 엮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은 한국에서 1994년 한국에서 초판 출간후 주기적으로 개정판이 나오다가 최근 2023년에 30주년 기념판까지 나왔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의 내용은 영감과 시사점을 줍니다.
지난 300년간의 경제학의 역사를 중요한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고, 그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낸 이론이 역사책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늘 아침의 신문과 뉴스에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뉴스에서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가 불황으로 가느냐, 호황으로 가느냐하는 정보입니다. 정부가 현 경제 상황에 맞게 올바른 대처를 하고 있는지를 기대하고, 평가하고, 선거 때가 오면 자신의 마음에 따라 투표를 합니다.
정부의 경제정책 책임자들은 ‘케인즈’의 처방에 따라 국민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정부 지출을 계획하고, 중앙은행은 ‘밀턴 프리드먼’ 같은 통화주의자들의 처방에 따라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물가 인상을 억제 하기 위해 금리를 올립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예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하며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데이비드 리카도의
<자유무역론>은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경제학 300년의 역사를 이렇게 진지하면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쉽게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책을 다 읽고 나서 경제 뉴스를 보다보면, 지금 각 국의 정부가 쓰는 경제 정책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족보를 찾아보는 재미를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재정적자율, 취업율 등 어떤 목표 수치를 정하고, 현재 경제 상태에 맞추어 처방을 내린다는 점에서 ‘의학’과 비슷하지만 처방약이 쥐나 원송이 등의 임상시험을 거치기 전에 인간에게 바로 사용된다는 점과, 처방전을 내리는 사람이 11년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의사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과 관료라는 점이 다른 점입니다.
약의 효과는 사용한 다음에만 알수 있고, 때로는 정치인과 관료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엉뚱한 약이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실험용 쥐가 되야 한다면, 실험자가 무슨 약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는 실험용 쥐가 되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여줍니다. 경제학 지식은 직업 선택, 사업보고서 작성, 자녀 진로 결정, 재산 증식, 올바른 리더 선택에 직접적이고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누군가에 의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삶을 잠시 멈추고, 삶의 원리를 깨닫고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