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경영서가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이 벌써 10년 정도 된 듯 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s Theory은 애당초 범죄학 연구에서 나온 이론으로, 사소한 위법행위(예를 들면 동네 유리창을 깨거나 낙서를 하는 밴달리즘이나 도로무단횡단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살인과 같은 중범죄도 함께 줄어든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기업 경영에 대입해도 마찬가지 결과, 즉 기업 조직 내의 사소한 실수들을 없애면 기업의 성과가 향상된다는 가설을 증명한 책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Broken Windows, Broken Business’ 이었습니다.
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읽다보니 영어에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소위 ‘영어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 Broken English, Broken Business’라고 할까요? 비즈니스 상황에서 만나는 눈에 거슬리는 문법적인 오류들은 비즈니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신뢰’를 구축하는데 역작용을 하기 때문에 소위 ‘선수’, 즉 프로페셔널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영어의 깨진 유리창’들입니다.
한국에 웰빙 열풍이 불던 초기에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은 가족 단위의 패키지 상품을 열심히 마케팅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 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서초동에 있는 미국계 M 호텔에 묵게 되었죠. 그런데 체크인을 하는 과정에서 부터 서비스가 너무 좋지 않고 로비에는 우리 말고는 다른 손님도 보이지 않는데 별다른 설명도 없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모처럼의 가족 여행인데 기분을 망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꾹 참았지만, 객실로 가는 길에도, 객실 안에서도 불친절과 불쾌한 경험이 계속 이어지자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당직 지배인을 객실로 불렀습니다.
객실로 온 지배인에게 있었던 일들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지배인은 관련 부서들에 확인을 해보고 자신들이 너무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과, 서비스 개선 필요에 대해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 후 지배인은 그 호텔에서 이번에 새로 개발한 피자 메뉴가 있는데 그것을 사과의 뜻으로 줄테니 받아달라는 제안을 했고, 굳이 필요없는 피자였지만 사과를 거절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을 듯 해서, 가족들과 외출할 지 모르니 방에 없으면 그냥 두고 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예정대로 가족들과 외출에서 돌아오자 방에는 큼지막한 과일 바구니와 함께 메모가 한 장 남아있었습니다. 그 메모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서체와 쓰여진 스타일 모두 그대로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이 메모를 보고 저는 말 그대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과연 이 메모가 ‘미국계’ 특급호텔에서 고객에게 남긴 메모인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호텔은 한국에 있고, 지배인도 한국사람, 저도 한국사람, 그리고 호텔 직원들과의 모든 대화는 한국어로 했는데 도대체 왜 망가진 영어로 메모를 남겼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기 위해 이 메모에 있는 ‘깨진 유리창’들을 밑줄과 박스로 체크해 둔 것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어휘, 시제, 인칭, 품사 무엇 하나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food again’은 마치 피자를 가져갔다가 제가 돌아오면 ‘다시 데워서’ 갖다주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아마도 ‘새 것을 가져다 주겠다’는 뜻으로 ‘다시 갖다 주겠다’를 쓰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렇다면 ‘a new one’을 갖고 오겠다고 썼어야 합니다.
제가 세미나, 특강 등을 하면서 이 메모를 보여드린 분들의 수만도 1000여 분이 되는 듯 하니, 이 호텔이 이미지를 좀 떨어뜨린 것은 분명한 사실일테죠.
최근의 영어 교육은 예전처럼 ‘문법’을 공부하기 보다 ‘언어’를 공부하는 추세가 되어서 상대적으로 ‘문법’에 대한 중요성이 폄하되고 있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문법이 망가져 있으면 그 영어를 쓴 사람 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 조직에 대한 이미지마저 실추될 수 있는 ‘깨진 유리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문법’은 철저히 지키는 습관이 중요하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본적인 문법’이란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으며, ‘성문종합영어’ 식의 문법책을 공부하셔야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 한편, 최근의 문법학자들과 문법이론 모두가 동의하는 한 가지 중요한 ‘법칙’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현대 영어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법칙은 바로 문법파괴 현상이다’라는 점입니다. 언어는 마치 유기체처럼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그런 변화에 따라서 ‘문법’ 또한 바뀌어야 현상을 설명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영어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한가지 현상이 바로 ‘문법파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영어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데 큰 실마리가 됩니다. 문법 파괴 현상은 다음 호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작성자 : 이성연 원장 – 팀스 2.0 영어학원 대표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교 경영학석사
(전) 한성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겸임교수 및 시간강사
(전) 산업정책연구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육부문 이사
(전) 한국경제신문사 글로벌커뮤니케이터 과정 주임교수
(전) 한국리더십센터 성공을 도와주는 영어 과정 주임강사
(전) 삼성 SDI 전속 통번역사
(전) SK TELECOM 전속 통번역사
종로/대치동/삼성동/역삼동 영어학원 강사경력 총 10여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