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조르주 쇠라


수업을 할 때 종이에 까만 점 하나를 찍어 놓고 학생들에게 묻곤 합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그런데 이 질문을 했을 때 나오는 대답의 재미와 다양성은 종종 나이와 반비례하곤 합니다. 성인이나 고등학생들은 ‘점’ 이라고 주로 딱 정석의 대답을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물었을 때에는 ‘강아지 눈이요!’, ‘수박씨요!’, ‘코딱지요!’ 등의 개성 있고 참신한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방금 그 ‘점’ 들을 모아서 일렬로 나열하면 ‘선’ 이 되고 또 이 선들을 나열하면 ‘면’ 이 되고 면들을 나열하면 ‘입체’가 됩니다. 점이 바로 면이 될 수도 있고, 입체가 될 수도 있는 거지요.
오늘 소개시켜드릴 화가는 보통의 그림처럼 선을 이용한 것이 아닌 점을 찍어서 그림을 완성한 사람입니다. ‘점’ 하면 바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화가, 오늘 칼럼의 주인공은 ‘신인상주의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조르주 쇠라’ 입니다.

위에서 ‘쇠라’ 를 ‘신인상주의의 창시자’ 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그럼 ‘신인상주의’와 ‘인상주의’ 가 어떻게 다른 걸까요? 먼저, ‘인상주의’ 는 순간의 인상을 중시해서 그 순간의 빛의 표현이 중요했습니다. 즉흥적이고 빠른 표현을 위해 화면의 구도가 어지러워지기도 합니다.
그와 다르게 ‘신인상주의’ 는 빛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철저한 계산에 따라 표현했습니다. ‘인상주의’ 에서 빛에 의해 흐려지는 윤곽선도 ‘신인상주의’ 는 명확하게 표현합니다.

그럼 이제 ‘쇠라’ 의 작품을 볼까요? 이 작품은 ‘쇠라’ 의 대표작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입니다. 이 그림은 쇠라에게 ‘신인상주의의 창시자’ 라는 멋진 수식어를 갖게 해준 ‘점묘법’으로 그려졌습니다. 보통 그림을 그릴 때, 팔레트 위에서 색을 섞어서 그리지만 ‘점묘법’ 은 색채 대비와 보색을 이용해서 캔버스 위에서 시각적인 혼동을 이용해 색을 만드는 회화 기법입니다. 화가가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원색의 작은 색점을 하나 하나 찍어서 그려놓으면 감상자가 멀리서 감상할 때 캔버스 위의 점이 감상자의 눈에서 섞여 보이는 것 입니다.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면 한 화면 속에 많은 사람이 있어서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느껴질 만도 한데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에게서 한숨 소리가 들릴 것 같기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에 잠겨서 고독하게 느껴집니다. 문득 4년 전 ‘유화부’ 강의 때의 생각이 납니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명화를 재구성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 때 한 학생이 이 작품을 ‘그랑자트 섬의 월요일 오후’로 바꾸고선 월요일이니까 모두 일하러 갔다고 텅 빈 ‘그랑자트 섬’을 위트 있게 그려냈었습니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쇠라’ 는 그랑자트 섬에서 60~70점 이상의 유화 스케치와 드로잉을 했습니다. 그런 작업 과정을 걸쳐서 2년 동안 약 세로 2m, 가로 3m 의 대작을 완성합니다. 그 당시에는 환영 받지 못했던 작은 점들로 그려졌지만 그림 속에서 그의 인내와 끈기 그리고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부드러움 속의 강인함이라고 해야할까요. 과학적이며 철저한 계산에 의해져 그려졌지만 딱딱하고 메말라 보이지 않고 따스합니다.

그가 많은 작품을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32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10년 동안 화가로 활동하는 기간 중에 작품을 완성하는데 오랜 작업 시간과 고된 노동이 필요하기에 드로잉을 제외하면 7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큰 붓으로 칠해도 큰 캔버스에 작업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작은 점들을 색을 바꿔가며 하나 하나 찍으려면 시간은 물론이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끈기가 필요했을까요. 물론 요즘에는 빠른 시간 내에 작업하거나 대량 생산을 하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작품의 가치를 시간으로 정할 수는 없지만 그가 연구하고 노력한 시간만큼 작품 속에도 마치 인스턴트 식품은 따라올 수 없는 깊은 맛과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쇠라’의 시대가 아닌 지금도 이런 깊고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게 되길 바라며 오늘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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