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인기업으로서 한국경제신문사와의 계약을 통해서 ‘글로벌비즈니스커뮤니케이터(GBC) 과정’을 운영하던 중, 원어민 강의를 담당하기 위해서 채용했던 한 미국인 친구를 만난 것은 2005년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 온 지 7년 정도 되었던 제이슨이라는 이름의 그 친구와 첫 만남에서 커뮤니케이션의 3C법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3C 법칙(The 3C Rule)이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늘 명확성(Clear), 간결성(Concise), 응집성(Coherent) 등 세 가지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인데, 그것을 설명하려고 제이슨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본인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문화적 충격이 대단했다. 나는 성격이 내성적인 편인데 한국사람을 처음 소개받을 때면 한국사람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당황스러웠다. 가족, 나이, 취미 등 내가 생각하기에 불필요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나도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황당함이 수 개월 반복되다 보니 ‘아, 이것은 한국의 문화일 뿐 내가 불편해야 할 필요가 없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한국 생활 7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한 가지 남아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인들은 처음 만나는 외국인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중 취미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취미 이야기를 할 때 예를 들어 그 취미가 독서라면, 10명 중 8~9명은 ‘My hobby is reading a book.’이라는 식으로 영어를 한다.
이것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This drives me crazy.)”
영어를 할 때 문법을 얼마나 지켜야 하는지, 반대로 어느 정도까지 문법이 망가져도 괜찮은지는 또 다른 토론입니다. (문법학자들 마다 문법이론은 조금씩 다르지만-예를 들어 영어의 동사의 시제는 3가지 인가, 9가지 인가, 12가지 인가, 아니면 달랑 2가지 인가-모든 문법학자들이 동의하는 한 가지 원칙은, ‘현대 구어 영어의 특징은 문법파괴이다’라는 현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C법칙이란, ‘문법’과는 다른, 하지만 문법을 지키는 것 보다 어떤 측면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입니다. 3C법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의 원천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니까요.
위에 예로 든 ‘My hobby is reading a book.’이라는 문장은 언뜻 보기에 ‘문법’은 틀린 부분이 없어 보입니다. 주어는 3인칭 단수에, 현재 시제를 썼으니 동사는 is가 맞고, book 이라는 명사 앞에 관사 a를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제이슨의 말에 따르면 이 짤막한 한 문장이 명확성, 간결성, 응집성의 3C 법칙 세가지를 모두 위반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짧은 문장에 그렇게 많은 문제가 있단 말인가요?
우선, ‘독서’라는 말을 ‘reading a book’이라고 표현한다면, 이 말을 한 사람은 평생 책을 ‘단 한 권’만 읽는 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 book’은 분명히 ‘책 한 권’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명확성(Clear)이라는 첫번째 원칙의 위반입니다.
또한, “내 취미는…”이라는 말을 표현하기 위해서 “My hobby is…”라는 문장 구조를 쓴 때문에, ‘독서’라는 말에 대응시킬 ‘reading a book’을 쓰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My hobby가 책을 한 권 읽고 있다’는 뜻의 문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말에서는 쓰지 않는 소위 ‘무생물 주어’를 영어에서는 흔히 쓰기 때문에, my hobby를 reading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되죠. 이것은 세번째 응집성(Coherent)의 위반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굳이 명사로 쓰자면 ‘reading’이라고만 표현하면 되었을 문장이 ‘reading a book’하고 불필요하게 길어졌으며, 굳이 My hobby is///이렇게 쓰기 보다는 “I like reading.”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으면 훨씬 정확하고 분명한 문장이 되었을테니,두번째 간결성(Concise)의 위반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어떤 전문가들은 두번째 간결성(Concise)의 원칙을 ‘KISS’ 법칙이라고도 부릅니다. Keep It Short & Simple, 즉 문장은 길이도 짧게(short), 그리고 복잡한 문장구조보다는 단순한(simple) 문장구조를 쓰라는 원칙입니다.
같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 똑같은 두 개의 문장이 있다면 그 중 더 짧고 단순한 문장이 더 ‘예쁜’ 문장이고,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과거의 토플에 있던 문법 섹션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입학을 앞둔 수험생들이 치르는 SAT 시험의 Writing Section, 그리고 특례지필시험의 영어과목에서 다루어 지는 문법 문제들 중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수의 문제들이 바로 이 3C법칙을 지켰는지 위반했는지를 찾아내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더더욱 3C법칙을 지켜서 영어를 써야 ‘영어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피할 수 있을 테지요.
3C법칙을 정리하자면, “영어를 할 때 명확성(Clear), 간결성(Concise), 응집성(Coherent)있는 문장을 써라”이며,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중요한 원칙은 이들 ‘3C는 그 순서대로 우선 순위’가 된다는 점입니다. 즉, 아무리 짧아도 명확성이 없으면 깨진 유리창이 되어 버리니까요.
다음 호에서는 ‘영어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문법파괴’현상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작성자 : 이성연 원장 – 팀스 2.0 영어학원 대표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교 경영학석사
(전) 한성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겸임교수 및 시간강사
(전) 산업정책연구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육부문 이사
(전) 한국경제신문사 글로벌커뮤니케이터 과정 주임교수
(전) 한국리더십센터 성공을 도와주는 영어 과정 주임강사
(전) 삼성 SDI 전속 통번역사
(전) SK TELECOM 전속 통번역사
종로/대치동/삼성동/역삼동 영어학원 강사경력 총 10여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