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December 18,Wednesday

Parent Advise – 학부모 조언

많은 친구들이 다양한 이유들로 상담실 문을 두드립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상담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유난히 속상한 마음이 드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가지는 기관 생활에서 의도치 않게 브레이크가 걸리는 경우입니다. 또래관계의 어려움으로, 자조기술 능력의 부족함으로, 학습 부진으로, 부주의 함으로… 이유는 다양하지만, 친구들이 가진 어려움의 공통점에는 느린학습자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느린학습자란, 넓은 의미에서는 느리게 학습을 따라가는 아이를 뜻합니다. 공식적인 명칭은 경계선 지능아이를 말합니다. 경계선 지능이란, 지적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보다 낮은 지적능력으로 표준화된 지능평가에서 IQ 70- 84에 해당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경계선 지능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고, 올 4월에 교육부에서는 경계선 지능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경계선 지능 아이에 대한 교육이 아직은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몇 년전, 교육평가원에서 ‘학습부진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생활의 전환기를 앞둔 초등 저학년 학생, 초등 고학년 학생, 중학생 세그룹으로 나뉜 총 44명의 학습부진 아이들을 3년에 걸쳐 추적조사하며 질적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때 우리 아이들의 성장 동력은 가정에서의 관심, 의미있는 선생님의 포기하지 않는 지도, 의미있는 친구들과의 관계로부터 나온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얼마전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중 ‘추적60분’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경계선지능’에 대해 다루었는데, 경계선 지능이어도 적절한 자극을 주면 인지기능의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러한 보고들을 통하여 볼 때,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고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환경에서 분명하게 성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긴호흡을 가지되, 체계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준비하고 있을 느린학습자 친구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상담실에서 만난 친구들의 사례와 자료들을 참고하여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1. 오픈을 주저하지 마세요
아이를 처음 학교로 보내는 시기가 되면, 부모님들의 마음에는 아이의 학교 적응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 고민 중 한가지는,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일 것 입니다.
“아이에 대해 오픈하면 낙인되지는 않을까?”
“오픈을 하면 아이에게 기회가 충분히 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사소한 문제도 아이의 특성 때문에 오해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부모님은 긁어 부스럼을 내는 것은 아닐지에 대해 고민하시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접근이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ADHD에서 보이는 산만함과 경계선 지능의 산만함은 조금 다릅니다. ADHD는 충동성 조절이 어렵고 한가지에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경계선 지능은 이해능력의 어려움과 처리속도의 어려움으로 나타납니다. 예를들면, 교과서를 펴는 연습이 안되어서 자꾸 페이지를 찾는 행동이 산만함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또한 난독은 클리닉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것을 모르고 무작정 책읽기를 시키면 안됩니다. 학교에 오픈을 하지 않게되면 아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연계된 지원이 아니라 서로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남겨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 아이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은 선생님임을 기억하고 가능한 자세하게 아이에 대한 정보를 오픈하여 학교안전망을 구축한다면 학교 적응이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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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혼자할수 있는 것의 가짓수를 확인해보고 늘려주세요.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하는 느린 아이들에게 자조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늘려주어야 합니다. 혼자할 수 있는 능력들이 길러지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신발을 혼자 신고 벗는 것, 실내화로 갈아신는 것, 숟가락, 포크 및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 자기 물건을 챙기는 것, 화장실에 혼자 가서 뒤처리까지 할 수 있는 것, 능숙하지는 못하더라도 옷을 혼자 입어보는 것 등. 하나하나 구분해서 아이에게 훈련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조 기술은 한번에 완성되어 지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엄마품을 떠난 학교에서 스스로 해야하는 기술들을 연습하며, 아이가 독립적인 생활에서 성공경험을 해나갈 수 있게 가정에서 연습이 필요합니다.

3. 등교 전, 학교를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3월이 되면, 유난히 상담실로 문의 전화가 많이 옵니다. 그 중 많은 친구들이 ‘기관의 규칙을 수용하지 못해서 지적을 받는다’는 이유입니다. 착석 해야할 때 착석하지 못하는 아이, 활동을 하는 시간에 돌아다니는 아이, 친구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아이 등입니다. 만약,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친구가 느린학습자라면, 처리속도가 느리다는 특성을 이해 해야 합니다. 교실을 들어서면, 의자에 앉고, 인사를 하고, 가방을 자리에 두는 등 기관생활에서의 기본적인 규칙을 주의 깊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당연하게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또 한가지 어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처리속도가 느린것이지, 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명확하고 반복적인 루틴안에서 연습을 할 수 있어야 해주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기관에서 느린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 주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가능한 기관을 가기 전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전에 학교를 방문하여, 교무실은 어디에 있는지,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교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탐색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에게 학교가 친숙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아이는 예측가능한 범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쉽게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에, 예비소집일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 그것도 상황이 안된다면, 가정에서 예측할 수 있는 교실규칙을 함께 연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관생활을 시작하며, 느릴지라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음을 믿어주고 함께 걸어주는 좋은 어른들이 많음을 알아가는, 행복한 자립을 해나갈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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