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중에, 업무중에 Chat GPT 사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이것 어떻게 했나요?’
‘ 네, Chat GPT로 했습니다’
업무 결과물을 두고, 이런 패턴의 대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보고를 위해 베트남어 공문 9장을 밤을 세워 번역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이제 지게차로 한번에 옮길 짐을 사람 9명이 들어서 낑낑대며 옮겼다는 하소연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2시간을 찾아도 나오지 않던 참고 사진이, Chat GPT에 원하는 조건값을 넣어 질문하면, 몇초만에 기대했던 것 이상의 그림이 나와 깜짝 놀랍니다. 대학의 교수님들은 낮에는 학생들이 Chat GPT를 써서 레포트를 작성했는지 찾아내느라 고민하고, 밤에는 본인이 Chat GPT를 써서 해외논문 검색 및 본인 논문 작성에 활용합니다. 그리고 ‘왠만한 조교 보다 낫다’ 라고 감탄합니다. 국정감사 도중 어떤 정치인이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검찰조사 결과를 Chat GPT 답변 결과를 근거로 검찰총장과 논쟁을 벌입니다. 아직 Chat GPT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이 있지만, 이미 Chat GPT 사용은 사회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날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들을 나오고 있고, 나오게 될것입니다. ‘ Chat GPT가 우리 직원들보다 낫다. Chat GPT가 신문 보다 낫다, Chat GPT가 의사보다 낫다, Chat GPT가 판사보다 낫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인정하는 날이 올것입니다. ‘Chat GPT가 나보다 낫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의 저자, 전세계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인플루언서인 유발하라리가 2024년 9월 신간 ‘넥서스(Nexus)’를 발표했습니다. 10월에 발간될 한국어판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9월에 베트남 서점에 영문판책이 나오자 마자 구매하여 핫한 신간을 읽었습니다.역시 그로부터 또 하나의 읽을만한 책이 탄생하였습니다. AI(인공지능)라는 뜨거운 감자를 전면에 내세워 ‘정보의 역사’와 AI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서 이 책 자체의 완성도를 넘어, 앞으로 이책이 몰고올 논쟁들을 더 기대하게 되는 책입니다. 2024년 11월 현재, AI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파티에 가는 아들에게 ‘너는 술을 적당히 마셔라’라고 얘기할때 들을 수 있는 반발과 무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친구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당하는 손해를 아버지가 감당해 줄수도 없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접근은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위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유발하라리는 파티에 가기 위해 머리에 무스(이제 아무도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스프레이로 스타일을 고정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기성세대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를 바르고 있는 아들을 불러 세워 차분히 이야기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아들, 파티까지 아직 2시간 남았지? 아빠랑 한시간만 얘기해 보자. 아빠가 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 젊었을때 얘기를 들려줄께. 젊었을때 일찍 사업시작하셨다가 집안 말아먹으신 작은 할아버지 알지? 그리고 파티에 가서 술을 적당히 먹을지는 니가 결정하렴, 오케이?”
이 책은 ‘정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정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정보는 사실과 동일어가 아니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전제를 제시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빨간약(혼란과 고통이 있는 진실을 보는 약)과 파란약(진실을 볼수 없지만 안정과 질서와 만족을 느끼며 살수 있게 해주는 약)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빨간약을 먹고 진실을 마주치는 장면처럼, ‘정보가 사실이 아니다’라는 유발하라리의 선언은 사실이지만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문자, 기업, 돈, 계약서, 종교, 정치체계 (왕정, 나찌즘, 파시즘, 전체주의, 민주주의) 모두 필요에 따라 선택된 다수의 인간들 사이의 약속이고 최선의 선택지일 뿐이지, 절대적 진실이나,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최고의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이 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파란약 먹고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 유혹이 들지만, 네오처럼 총알을 피하고 건물과 건물을 뛰어나닐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선 빨간약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실은 아니더라도 정보는 인간이 협력할 수 있는 집단의 규모를 넓히는 역할을 하였고, 그것이 인간의 실제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같은 조상을 믿는 20명의 원시인들이 창을 들고 거대한 맘모스 사냥을 성공시켰듯이, 1840년 아편전쟁 때는 같은 종교와 왕을 믿는 2만명의 영국인들이 총을 들고 거대한 중국을 굴복시키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게 정보의 힘이고 인류가 걸어온 길입니다.
인간이 동물을 굴복시키고, 인간간의 전쟁을 통해 서열을 정리한것이 인류의 역사인데, 이제 인류가 인공 지능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음을 알려줍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차이는, 컴퓨터는 말없이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라면, 인공지능은 스스로 판단하여 의견을 내는 조력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본 상황을 설명해주고 ‘니가 알아서 해’라는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은 기본 명령에 따라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국에는 인간 위에서 굴림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입니다.
유발하라리의 책의 특징은 결론만 놓고 보면 황당한데, 책을 처음부터 읽다보면 논리적으로 설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학자(서양 중세 전공)로서의 방대하고 다양한 사례 제시, 학자로서 진실을 추구하는 논리적 태도, 작가로서 어려운 얘기를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풀어쓰는 그의 책의 특징이 신작 넥서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바쁜 세상에 이런 내용을 알아 무엇에 써먹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최소한 이책을 읽으면 우리가 빨간약을 먹고 살고 있는지, 파란약을 먹고 살고 있는지 자기 진단이 되고, 또한 누가 빨간약을 만들고, 파란약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AI의 위험을 핵폭탄의 위험과 동일한 선상에서 바랍봅니다. 그리고 인류가 서로간의 협의와 약속을 통해 핵폭탄을 규제하고 통제하여 공멸의 길에서 벗어났듯이, AI도 상호간의 협의와 약속을 통해, 우리 인류가 자멸의 길을 가지 않기를 희망하고 권유합니다.
AI의 활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입니다. 저역시 현재 세상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를 업무에 활용할 것이고, 학습과 여가에도 사용을 늘릴것입니다.하지만 이 책이 주는 경고의 내용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인류의 파멸이라면 공상과학영화의 경고처럼 들리겠지만, 내 자신이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일거수 일투족이 끊이없이 감시당하고 착취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조금 생각이 달라지실수도 있을 겁니다. 단지 AI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류가 저지른 수 많은 오류들에 대한 지식도 함께 얻을 수 있어 삶의 지혜를 넓힐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에게 강력히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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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