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는 현대사회의 커다란 이슈입니다. 가정에서도 친환경 먹거리, 기업에서도 친환경 경영, 각 나라의 정부에서도 환경세, 친환경 정책 등을 통해 끊임없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지금처럼 PC방이나 놀이터, 지방자치단체에서 멋지게 만들어준 도서관, 공원 등이 없었던 시기에 보냈던 저의 유년시절을 생각해보면 환경적인 면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실제로 느껴집니다.
뒷산 개울가에서 동네 형들과 개구리와 가재를 잡아서 구워 먹고, 메뚜기도 잡아서 튀겨 먹었습니다. 개울가에서 개구리를 삼킨 뱀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겨울에는 꽁꽁 언 논에서 썰매를 탔고, 뒷산에서 누가 토끼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부러워했습니다. 소독차가 나타나 하얀 연기를 뿜으며 돌아다니면 무리 지어 쫓아다녔고, 정원 대보름이 되면 분유 깡통에 나무조각, 천등을 넣고 불을 붙이고, 철사줄을 맨 불붙은 깡통을 빙빙 돌리던 쥐불놀이는 어린시절 가장 스펙타클했던 놀이였죠. 쥐불놀이를 하다가 누구 집 산소를 태워먹었다는 소식도 들렸지만,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습니다)에 들어가던 80년대 중반부터 동네에 하나둘씩 큰 공장이 들어섰던 것 같습니다. 당시 TV광고도 하던 패션브랜드의 봉제 공장이 들어왔는데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개울물이 무지개 빛으로 변했습니다. 그게 제 유년시절 친환경 놀이의 마지막 기억이었던 같습니다. 썰매를 타던 논은 아파트 단지로 변했고, 그 섬유공장은 언젠가 해외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와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고, 아이들은 해외여행을 하며 개구리나 곤충을 먹는 나라의 아이들을 놀라운 눈으로 쳐다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삶은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졌습니다. 많은 문제들을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고 그 부작용도 과학의 힘으로 풀 수 있다고 자신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고, 그것이 우리 자신과 다음세대에게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친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기에 환경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상이 된 환경 운동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 레이첼 카슨은 환경운동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 책 <침묵의 봄>은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 중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고, 환경 분야에서 최고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입니다.
이 책이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이유는 환경 문제를 대중들의 사고속에서 ‘사회 문제’에서 ‘나의 문제’로 인식의 전환을 시킨데 있는데 있다고 봅니다. ‘사회 문제’란 내 집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입니다.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바라보는 느낌이죠. 뉴스를 볼 때는 안타까운 마음, 분노, 해결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인터넷 창을 닫거나 핸드폰에서 눈을 떼는 순간 잊게 되는 문제인 거죠. ‘나의 문제’란 내 집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내 집 앞마당에 폭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죠.
이 책은 살충제의 무분별한 살포가 타겟인 곤충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토양에 흡수되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그 위에서 자라난 곡식으로 이동되어 결국 우리 식탁에 올라온다고 경고합니다. 생물 농축 현상도 소개합니다. 농약이 뿌려진 토양에서 서식했던 닭, 소, 돼지들에게 농약 성분이 검출되고, 당연히 우리가 즐겨먹는 닭고기, 소고기, 우유, 돼지고기로 이동된 농약은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생물농축’ 현상을 대중들에게 소개한 책인데,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의해 최하위 포식자에게 섭취된 독성 물질 (중금속, 살충제 성분 등)이 먹이사슬을 올라가며 계속 농축되어 결국 최상위 포식자에게 가장 높은 농도로 섭취된다는 이론입니다. 생물계의 최상위 포식자는 사자도, 상어도 아닌 우리 인간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 인간이 가장 높은 농도의 독성물질을 먹게 된다는 공식입니다. 무섭죠? 1962년 출판된 이 책은 출판직후 60만부가 팔린 슈퍼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출판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읽히며 영향력을 끼치는 책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 아이가 태어났을 때 평소 비싼 가격이라 외면했던 오가닉 과자를 사서 먹이고, ‘벌레 먹은 야채가 좋은 야채다’ 라는 이상구 박사 (80년대 말에 엔돌핀 박사로 불리며 채식 열풍을 일으켰던 초대 건강 전도사 )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저 역시 이 책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책이 끼친 영향력만큼 이 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살충제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에 대해 실제 농사를 해본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작고 못생긴 제품이 나와 상품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둘째 치고, 생산성이 50%미만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80억으로 인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유기농법으로 모든 농사를 짓는다면 독성 물질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 전에 40억의 인구가 먹고살 방법이 막막해집니다. 실제 살충제의 독성에 대해 과학적 증명보다는 감정적으로 과장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미국의 살충제(DDP) 수출중단으로 인도, 아프리카 등 모기로 인한 전염병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 전염병 피해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사회에 만연된 먹거리에 대한 지나친 염려증(이론적인 불안감)도 재고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지나치게 마케팅 차원(오가닉 원료 성분 일부만 사용한후 가격을 배로 올린 오가닉 제품)에서 사용한다던 지,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용(탄소 배출량 조작 자동차 브랜드)으로 사용한다던 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사용되는 사례(정작 환경은 자신들이 오염시켜놓고 개도국들에게 환경보호를 강요하는 일부 선진국) 등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모두가 공감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능력만 있다면 은퇴후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은 분이 대부분이지, 배기가스가 가득한 도심속에서 냄새나는 하천 옆에 석면 단열재(1급 발암물질로 현재 사용금지)로 가득 찬 아파트에 살고 싶은 분은 없을 것입니다. 개울가에서 개구리 잡아먹고, 논에서 썰매 타며 눈을 한움큼씩 씹어먹던 시절이 불과 몇 십년 전이지만, 이미 우리는 내아이가 태어났을 때 오가닉 푸드에 손이 가거나 공기청정기 구매를 고려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지나 마트에서 산소 탱크를 1+1로 구입하는 일이 오기 전에 (외국에서는 물을 돈 주고 사먹는다는 일이 뉴스로 나오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 ‘진짜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일독을 권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