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개 국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한국에서도 한창 문해력이 뜨거운 이슈인데, 외국에서 특히 영어권 나라도 아닌 베트남에서 아이를 키우면, 한국어도 안되고 영어도 안되고 베트남 어도 안되는 소위 0개 국어인 아이로 자랄까 걱정이 많습니다. 짧은 지문이지만, 씬짜오 베트남을 통해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베트남에는 많은 형태의 가정이 있고 다양한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주 만나는 언어발달 환경으로 세 가지 유형을 추려보았습니다.
1번 아이들은 한인 커뮤니티가 활발한 호찌민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언어발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라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어 자극이 적고, 영유아 검진 등으로 조기에 아동의 발달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또한 원가족을 제외한 가족들과 만남이 제한적이고 문화생활의 폭도 좁아 특히 영유아기에는 오롯이 부모에게 의존적 입니다. 그리고 한국과 비교해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어릴때부터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베트남인이나 필리핀인의 nanny 와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보육에만 치중될 가능성이 있고, 신생아 시기부터 필수적인 부모님과의 상호작용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번 그룹,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이지만 영어(혹은 외국어)를 사회언어로 사용하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경우입니다. 이 아이들은 취학 전까지 언어발달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또래에 비해 말이 빨랐기 때문에 일찍이 영어교육을 시켰고 국제학교로 진학하는경우입니다. 하지만 학습적인 언어가 필요한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 되면 모국어가 탄탄하지 못한 아이들은 구멍이 생깁니다. 아무리 영어학원에 보내도 더 이상 영어가 늘지 않습니다. 유치원때부터 국제학교에 다녔는데 초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어도 EAL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간혹 학교에서 이 아이들의 모국어 발달 평가를 의뢰하면, 대개 부모님들은 의아해하십니다. 우리 아이가 영어학습이 좀 더딘 것이지 한국어는 문제없이 너무 잘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정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이상, 어린 나이에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모국어 발달 챙기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 시기 모국어 또한 학습적인 언어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우선 학교생활을 위해 영어가 급하니까 늘 차선으로 밀리게 됩니다. 하지만 학령기 시기에 모국어 기초가 없다면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영어를 습득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학령기에 꼭 필요한 상위언어(meta linguistic)1) 발달은 범언어적(cross-lingual)인 특성이 있어서 태어나서 가장 많이 듣고 말한 언어로 배우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은 영어사용국가가 아니므로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순차적 이중언어(sequential bilingual) 또는 외국어 학습자 (foreign language learner)로 보는 것이 적당합니다. 영어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도구로 배우는 시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모국어인 한국어 언어발달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꽤 늦은 시기에 난독증(alexia), 난서증(agraphia)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모국어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을 때 놀랍게도 영어 실력이 늘게 됩니다.
세 번째 유형은 부모 중 한 분이 한국인이고, 한국어 교육기관에 다니거나 다니길 희망하는 경우입니다.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을 이루었고 부모님은 주로 한국어로 대화를 합니다. 하지만 육아는 베트남어가 모국어인 어머니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조부모가 함께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이 베트남어 화자이고 환경 또한 베트남어 환경인데, 아이는 한국어를 배워서 유치원에도 가고 학교에도 가야 합니다. 어머니는 마음이 조급합니다. 어쩐지 나의 한국어 실력이 미비해서 아이가 말이 느린 것 같습니다. 아이와 열심히 한국어로 놀아주지만 이내 아는 한국어가 바닥을 드러내고, 결국은 한국어 유튜브를 틀어줍니다. 귀가 트이고 입이 트이겠지 기대합니다. 다른 한베 가정의 아이들도 이렇게 해서 한국어 교육을 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말을 하긴 하는데, 어딘가 이상합니다. 영상에서 들은 복잡하고 긴 문장을 줄줄 따라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그 상황에 되면, 본인이 하는 말보다 훨씬 단순한 말인데도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유치원에서도 지시 따르기가 되지 않아 활동에서 자꾸 소외된다고 합니다. 때로는 본인의 의사표현을 위해 가장 원초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울고 바닥에 드러누웠더니 어른들이 깜짝 놀라면서 아이의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면서 방법을 발전시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여러번 혼내 보고 타일러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도저히 다른 표현 방법을 몰라서 하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가 무엇인가요?
언어치료에 대한 안내에 앞서 의사소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의사소통(意思疏通) 은 ‘뜻과 생각이 막히지 않고 통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편의상 말이 늦는다고 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의사소통이 늦는 것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의사소통장애(communication disorder)2)입니다. 따라서 언어치료가 아니라 의사소통치료 입니다.
의사소통의 개념 안에 “언어”와 “말”이 있습니다. 언어란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을 구사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말이란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발음을 하며 유창하게 말하는 것 입니다. “말이 늦는다”는 것은 사용하는 단어가 풍부하고 또래와 비교했을 때 긴 문장을 구사 할 수 있는데 발음만 좋지 않은 경우를 가리킵니다. “언어가 늦는다”는 것은 발음은 꽤 정확 하지만 쓰는 어휘가 제한적이고 문장이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더, “화용언어가 늦는다”는 것은 발음도 좋고 어휘도 풍부한데다가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기는 하지만 혼잣말처럼 하거나 눈치없이 말해서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는 것입니다.
언어치료는 이러한 말, 언어능력을 파악하고 각 영역을 촉진하는 활동입니다.
언어평가와 치료의 절차
언어치료에서는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 혹, 전문가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척하면 척”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굳이 평가가 필요한지를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치료사의 촉만 믿고 치료를 하기에는 의사소통을 구성하는 부분이 많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목표를 잘못 세우는 경우 아이에게 금 같은 결정적 시기를 빼앗을 수 있기에 저는 반드시 정확한 언어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가 이후에는 언어치료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장기목표와 단기목표를 세웁니다.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어떻게 하면 가장 쉽게 뜻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될지,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그게 늘 우리가 음성으로 뱉는 말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광의의 의사소통으로 gesture나 몸짓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아이에게 요구할 때 손을 뻗어 손바닥을 보여주는 “주세요” gesture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말은 언젠가는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어가 지체되어 있는 이 시기 동안 세상과 통하는 채널(channel)을 열어 주자는 의미입니다.3) 다른 사람이 알아들으면 그것 또한 의사소통입니다. 목표를 정했다면, 치료의 형태와 방법을 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부모님, 특히 주양육자 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40분씩 치료실에 와서 치료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치료를 한다고 해서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보호자 교육을 통해 치료실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해보고 아이에게 적당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만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때로는 아이가 잘못된 방식의 의사소통을 시도했을 때, 무반응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 있습니다.
한국어가 부족해도 상관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동의 언어능력은 할줄 아는 모든 언어 능력의 합 입니다. 주 양육자의 모국어로 아이와 편안하게 놀아주시면 됩니다. 어색한 외국어로 상호작용을 하다보면 쉽게 지칩니다. 하고픈 말을 다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사소통 능력은 매우 섬세한 기술이라 눈빛, 말투 등을 포함합니다. 어떤 언어든 이러한 뉘앙스는 대부분 모국어가 아닌 이상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의사소통 기술위에 다양한 언어(한국어, 영어, 베트남어 등)를 입힌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우선시 되는 개념은 의사소통 기술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동반된 장애가 있어 목표한 의사소통 능력이 기본적인 의사표현과 이해에 국한된다면 자극 언어의 종류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언어치료사는 보호자와 아동 사이의 조력자일 뿐입니다. 엄마로서, 아빠로서 이미 가장 좋은 치료사입니다. 다만, 치료실에서 먼저 성공하고 집에서도 성공하고 학교에서 성공하도록 징검다리를 놔줄 뿐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가 말을 잘하게 될까요?”
마지막으로,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가 말을 잘하게 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저는 언어치료사로서 15년 넘게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2만여 사례를 경험하였습니다. 구태여 저의 경험을 언급하는 이유는 위의 다양한 유형의 말, 언어장애를 통틀어,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핸드폰을 끄고 눈을 맞춰주세요. 복잡한 문장을,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먼저, 아이들과 눈을 맞추세요. 의사소통의 시작과 끝은 상호작용이고,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과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라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