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September 18,Wednesday

조선왕조실록 – 권력 (설 민 석)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조선왕조 518년 동안 재임하셨던 26명의 임금님들의 묘호입니다. 당연한 상식이었는지, 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는지 화학시간의 주기율표 처럼 26개의 글자를 외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물론 지금은 ‘태정태세문단세’ 까지만 기억하고 있어 학창시절 총명했던 기억력을 그리워하고 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기억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교육 방법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태정태세문단세’는 재미있고 의미있어야 할 국사가 암기과목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주범이기도 하지요. 사극이나 영화를 통해 인상이 강했던 태조, 태종, 세종, 세조, 연산군, 광해군, 선조, 숙종, 영조, 정조, 고종 등의 임금님들 사이사이에 계시는 임금님들의 묘호는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잘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어 강제로 외운들 쉽게 잊어버릴수 밖에 없습니다. 경종이라는 임금님은 장희빈의 아들이라는 ‘업적(?)’이라도 있어서 조금은 기억에 남아있지만, 유명한 어머니나 신하가 기억나지 않고, 전쟁 같은 일이 없었던 임금님은 기억을 소환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임금님들이 실행했던 정책들도 균전법, 대동법, 정전제 등 비슷비슷합니다. 여기에 세계사의 중국 역사까지 짬뽕이 되어 둔전제, 양세법 같은 조세정책을 만나면 우리의 좌뇌와 우뇌는 추석연휴 첫날의 경부고속도로 처럼 흐름을 멈추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험생활을 끝내면 국사책을 덮어버리고 다시 펴지 않는 이유입니다. 변별력있는 시험 문제를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에게는 좋은 일일지는 몰라도 국가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낭비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은행에 입사한 한 후배가 외국인들에게 우리 나라 화폐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질문을 받을때마다 곤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1000원권의 인물(퇴계 이황)과 5000원권의 인물(율곡 이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모자(삼각형 모자, 5각뿔모자)와 수염 색깔외에는 본인도 두 분의 특별한 차이점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2009년도에 5만원권 화폐(신사임당)가 나왔을때 그 친구는 쾌재를 불렀는데 외국인들의 질문이 들어올때 5만원권 지폐를 펴놓고 ‘ 이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어머니인데 5000원권의 주인공은 바로 이분의 아들이다’ 라는 설명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그 후배나, 저나 그때는 기발한 생각이라며 흐뭇해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조금은 씁쓸한 기억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배운다고 개탄할 상황이 아니라, 국사를 정규 수업으로 배운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해야할 상황인거죠.


한 학원강사가 엄청난 책을 썼습니다. 2016년도에 출판되어 한국사 분야에서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설민석의 조선왕조 실록’이라는 책입니다.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책은 고등학교 3년동안 배운 국사 교과서보다 조선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저에게 남겨준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로 돌아가 국사시험을 다시보고 싶다는 패기까지 심어준 이책은 한권의 좋은책이 가진 힘에 대해 증명해줍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그가 왜 역사 분야의 스타강사가 되었는지 알게 되고, 역사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스타강사가 된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책입니다.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인간세계에서는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가보면 1300만권의 책이 있습니다. 한달에 2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1년에 읽을수 있는 책은 24권입니다. 10년에 240권, 바쁜 시간을 쪼개 50년을 꾸준히 읽어도 우리가 읽을수 있는 책은 1,200권에 불과합니다. 평생을 읽어도 우리가 읽을수 있는 책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도서의 0.01%라는 사실이 독서인으로서 너무나 슬픈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좋은 책을 만나면 더 기쁘고, 지식을 얻고, 그것을 나누는 방법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설민석의 조선 왕조 실록은 일반인은 접근이 불가능한 ‘조선왕조실록( 원본을 쌓아놓으면 2,000권 정도 된다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자로 쓰여졌습니다.)’이란 방대한 책의 내용을 한권의 책으로 잘 정리하여 전달해줍니다. 대학입학 시험을 다시 볼일이 없고, 공무원 시험도 준비할 일이 없는 일반사람들이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 좋은 이유는 명쾌합니다. 이책은 ‘권력’에 대한 책입니다. 26명의 왕중에는 본인이 나라를 세운 왕도 있고, 아버지의 동료를 베고 왕의 자리에 오른 왕도 있고, 어쩌다 왕이 되었지만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대왕’이 되신 분도 있고, 권력을 남용하다가 ‘폭군’이 되어 왕의 자리에서 쫒겨난 분도 있고, 큰 전쟁이 났을때 백성을 버리고 도망을 갔다가 전쟁영웅이 되어 인기가 높아진 장군을 질투하여 관직을 박탈시킨 왕도 있습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고두고 안좋은 소리를 들으시는 왕이시죠. 신하들이 추대하여 왕이 된 사람도 있고, 신하들을 이간질시켜 왕의 자리를 오랬동안 유지하셨던 왕도 있고, 엄마를 잘만나 왕이 된분도 계시고, 허수아비처럼 자리만 지킨 왕도 계십니다. 맘에 안드는 아들을 후계자 자리에서 몰아낸 왕도 계시고, 심지어는 자신의 결정으로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왕도 계십니다. 부지런하고 영민했으며, 인재를 등용하여 나라를 바로세우고 성군의 자리에 올랐지만, 차기 리더를 준비하지 못해 갑작스러운 붕어(왕의 죽음을 높이는 말)후 결국 나라가 기울어지는 결과를 낳아 전국민적인 아쉬움속에 기억되는 왕도 계십니다. 이 이야기는 비단 조선 왕조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속한 가정, 조직, 나라에서도 반복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것은 ‘지혜’이지 지식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식함은 미덕이기는 하지만 나만 알고 있는 지식은 자기만족에 불과합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 실록’은 지식이 어떻게 지혜로 나아갈 수 있는지, 내가 아는 지식을 어떻게 남에게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모범이 되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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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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