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하는 성수기가 바로 명절 연휴다. 명절 영화란 어떤 것일까? 아마 전 가족들이 함께 볼 만한, 훈훈한 가족영화들이 될 것이다. 이 시기에 개봉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들을 보자면 ‘7번방의 선물’ ‘과속스캔들’ ‘수상한 그녀’ 등을 들 수 있다. 전형적인 온 가족 관람 영화였다.
올 명절 영화로 가장 기대를 받은 작품은 바로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다. ‘조선명탐정’은 이미 2011년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478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의 성공은 사실 의외였다. 당시 ‘평양성’ ‘글러브’ ‘헬로우 고스트’ 등의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조선명탐정’이 최고 흥행 성적을 가져갈 것이라는 예측이 쉽진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김석윤 감독의 데뷔작이었다는 점이다. 김석윤 감독은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했던 예능 PD였다. TV 예능 프로그램 PD의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두 번째는 주연 김명민이었다. 김명민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지만 유독 영화계에선 흥행의 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방비도시’ ‘내 사랑 내 곁에’ 등의 작품에 쟁쟁한 여배우들과 함께 출연했지만 어쩐지 흥행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조선명탐정’이 흥행에 성공했다.
우려의 반전이었다.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의 촬영 방식과 호흡을 고스란히 가져 온 김석윤의 연출이 오히려 새롭게 받아들여졌고 늘 진중했던 김명민의 코믹 연기가 신선했다. 이번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두 번째 이야기 ‘사라진 놉의 딸’은 전편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다. 전편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아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작품이라는 의미다. 영화는 전편의 성공 모델을 고스란히 따른다.
김석윤이 그대로 감독을 맡고, 코믹 케미의 진수를 보여줬던 김명민과 오달수 커플도 여전하다. 탐정이라는 직함이 등장할 수 있었던 정조 무렵의 시대적 배경도 그대로다.
변한 게 있다면 주인공 김민(김명민 분)이 유배 중이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해 그다지 친절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전편과 같은 것은 비단 감독과 주연 배우들 뿐 아니다.
어떤 점에서 ‘사라진 놉의 딸’은 전편의 호흡 그대로를 답습한다. 김명민과 오달수가 웃음을 만들어 내는 개그 코드가 그렇다.
전편이 주로 시간차를 이용한 반전 개그를 이용했듯 2편 역시 시간차 반전 개그를 폭소 지점에 매설한다. 아쉬운 것은 1편의 문제가 꽤나 납득 가능하고 개연성 있는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있었던 데 비해, 2편의 문제는 탐정극을 풀어나가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명민이나 오달수의 캐릭터는 일관적이라고 보기보다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표현이 더 맞다. 물론 일부는 김석윤 감독과 ‘조선명탐정’의 고유한 코드이자 색깔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영화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각 편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이야기가 있어야만 한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는 성공한 연작이 없다. 조선명탐정이 성공한 시리즈물이 되기를 바라기에 더더욱 2편의 동어반복이 아쉽다.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이연희
글 : 강유정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