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베트남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노이는 38도, 호찌민은 34도를 기록하며 연중 가장 견디기 힘든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극심한 더위 속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에서는 복날을 맞아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 하여 이열치열의 방식으로 더위를 이겨냈습니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통해 기운을 북돋우며 여름을 이겨낼 힘을 얻었던 것입니다.
이번 Food story에서는 이러한 전통의 의미를 살펴보고, 베트남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보양식을 소개합니다. 복날의 유래와 그 의미, 그리고 베트남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여름 보양식들을 통해 무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더위에 지친 여러분의 건강과 입맛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베트남의 특별한 여름 음식 이야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복날은 한국의 전통적인 절기 중 하나로,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지혜가 담긴 문화입니다. ‘복(伏)’이라는 글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양을 나타내며, 이는 여름철 무더위에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엎드려 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복날의 기원은 고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에 따르면, 진(秦)나라 시대에 음력 6~7월 사이에 여름 제사를 세 번 지냈다고 합니다. 이때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고, 일반 백성들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 먹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습이 복날 문화의 시초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에서는 복날을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누어 삼복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의 절기로,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 네 번째 경일을 중복, 그리고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을 말복이라고 합니다. 이 세 날짜가 일반적으로 가장 무더운 시기와 겹치면서 ‘삼복더위’라는 표현이 생겨났습니다.
조선시대의 문헌인 ‘동국세시기’에는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개고기의 효능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과거에는 복날에 개고기를 주로 먹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개고기 식용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여, 이제는 삼계탕이 대표적인 복날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복날의 의미와 풍습은 다소 변화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보양식을 찾고 있습니다. 삼계탕 외에도 오리고기, 전복, 민물장어, 추어탕 등 다양한 음식이 복날 보양식으로 즐겨 먹힙니다. 또한 호텔이나 식당에서는 특별한 복날 메뉴를 선보이는 등, 현대적인 방식으로 복날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복날에 먹는 보양식은 어떻게 유래됐을까요?
보양식의 정의와 기원
보양식(保養食)은 심한 몸고생이나 체력 소모로 인해 고갈된 체력을 회복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섭취하는 음식을 일컫습니다. ‘보양’이라는 단어는 ‘몸을 보호하고 기른다’는 의미로, 근현대에 들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양생음식(養生飮食)’이라는 용어로도 불리는데, 이는 ‘생명을 기르는 음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보양식의 개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습니다. 허약해진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을 섭취한다는 생각은 인류 역사상 언제나 있어왔으며,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본능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형태와 내용은 다양하게 변화해 왔습니다.
보양식의 역사적 발전
보양식의 역사는 인류의 식생활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고대부터 고단백 식품이 보양식의 주를 이루었는데, 이는 인간이 무리 생활을 이루고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육류 섭취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농경문화가 정착된 이후, 사냥은 위험하고 힘든 활동으로 여겨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의 전문가만 하는 활동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육류를 자주 먹을 수 없게 되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보양식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보양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것입니다. 농사로 인해 탄수화물을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섭취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행위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복날에 육류를 섭취하는 풍습이 남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보양식의 다양한 형태
보양식은 단순히 육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단백질 섭취 개념에서 보면, 우유를 마시거나 아예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보양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콩을 가공해 두부로 만들어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서양의 경우 우유를 가공해 치즈로 만들어 장기간 보관하며 먹는 문화도 보양 문화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개념에서, 귀족가나 서민가 할 것 없이 보양식이 하나의 음식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여러 부산물들이 들어가는 요리로 발전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보양식: 삼계탕
한국의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인 삼계탕은 우리 문화 안에서 태어나고 자리 잡은 음식입니다. 삼계탕은 닭을 통째로 조리하는 특별한 음식으로, 손질이 번거롭고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모양과 맛, 효능을 위해 선호되었습니다. 삼계탕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조선 초기에 출간된 ‘식료찬요'(食療纂要)에는 이미 삼계탕과 유사한 음식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출산 후 몸이 허해졌을 때 생백합과 멥쌀을 버무린 다음 닭 속에 넣고 삶아 익혀 먹으라고 권하고 있죠. 조선 후기에는 인삼 재배의 성공으로 고가 약재인 인삼을 보양식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갖춰졌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의 삼계탕과 더욱 유사한 형태의 음식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왜 보양식을 먹는가?
보양식을 먹는 이유는 다양하며, 시대에 따라 그 의미도 변화해 왔습니다
- 영양 보충
가장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특히 과거 영양 결핍이 심했던 시기에는 보양식을 통해 부족한 영양소, 특히 단백질을 보충했습니다. - 계절적 요인
한국의 경우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섭취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 체력 회복
질병이나 과로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었을 때 보양식을 통해 빠른 회복을 도모합니다. - 문화적 요인
보양식 섭취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정 시기에 특정 음식을 먹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관습이 된 것입니다. - 심리적 요인
보양식을 먹음으로써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고 건강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보양식의 의미와 주의점
현대 사회에서 보양식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양이 풍족한 현대인에게 고열량, 고지방의 보양식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통적인 보양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간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의 경우 단백질 섭취량을 제한해야 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보양식을 섭취할 때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필요를 고려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보양식 섭취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절한 운동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결론
보양식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녹아있는 특별한 음식 문화입니다. 과거에는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체력을 회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전통적인 보양식의 효능이 입증되고 있는 한편, 현대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 방식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보양식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양식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본질적인 목적 –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 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보양식의 가치를 이해하고, 개인의 건강 상태와 필요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베트남 전통 보양식
베트남의 다채로운 문화만큼이나 그들의 보양식 또한 독특하고 풍부합니다.
오늘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보양식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몽족의 카두(Ka Du) 요리
베트남 북부 디엔비엔성의 몽족 마을에서는 ‘카두’라 불리는 특별한 오골계를 키웁니다.
이 오골계는 뗏(Tet, 설)과 같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즐기는 귀한 음식입니다.
특징: 일반 닭고기보다 단단하고 풍미가 깊은 육질
조리법: 찜, 구이, 전골, 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
대표 요리: 카두호박찜 – 늙은 호박에 카두를 넣어 찌는 전통 요리법
카두는 임산부의 보혈과 어린이의 성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라우제 (Lẩu dê)
베트남의 궁중 요리에서 유래한 라우제는 왕족들이 즐겼던 고급 보양식입니다.
유래: 다산으로 인해 보양이 필요했던 왕비를 위해 만들어진 산후조리용 음식
재료: 13가지 약재로 만든 사골국물에 43가지 재료와 양고기를 넣어 끓임
특징: 한국의 신선로와 비슷한 탕 요리
오리 전골 (라우 빗 옴 사우)
하노이에서 유래한 이 전통 요리는 뱃살열매를
사용해 독특한 맛을 냅니다.
특징: 신선한 산미와 섬세한 달콤함
재료: 오리고기, 뱃살열매, 향신료, 코코넛 밀크 등
게살 전골 (라우 리에우 쿠아)
주로 갯게를 사용하는 이 전골은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가 어우러진 요리입니다.
하이라이트:갯게 고기와 갯게 알로 만든 황금빛 갯게 알
부재료: 쌀국수, 미나리, 바나나꽃 등
가오리 전골
붕따우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로,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가오리 고기가 특징입니다.
특징: 연골처럼 부드러운 육질
부재료: 쌀국수, 물 시금치, 바나나 꽃, 페퍼민트 등
그 외에 알려진 보양식
불도장(佛跳墙, 포탸오창) (중국)
광둥(廣東)요리와 푸젠(福建)요리 식 위츠탕(상어 지느러미 국)의 한 형태이다. 청나라(1644-1912)때 처음 만들어진 이래로, 그 풍부한 맛과 다양한 고급 식재료의 사용과 특이한 요리방법으로 인해중국 요리의 별미 중 하나로써 여겨져 왔습니다. 요리 이름의 의미는 “절의 수행승려가 담장을 넘는다.”로써, 절에서 채식을 하는 승려조차도 육식을 하도록 꾀어낼 수 있을 정도의 맛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주 재료: 많은 육류 재료를 포함하고 있으며, 요리의 완성에는 하루 내지 이틀이 꼬박 소요되고, 일반적인 레시피에는 메추리알, 비둘기 알, 오리알, 죽순, 말린 해삼, 말린 전복, 말린 가리비, 상어 지느러미, 상어 입술, 생선 껍질, 생선 부레, 말린 새우, 오징어 채, 닭 가슴살, 집오리 고기, 진화 햄, 돼지 심줄, 돼지 등심, 고려인삼, 말린 용안 열매, 말린 표고버섯, 토란, 연와, 구기자, 소흥주(紹興酒), 굴, 소스 등을 포함하여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일부 레시피에서 30가지에 달하는 주 재료와 12가지의 조미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주로 사용되는 주된 식재의 거의 대부분이 건어물이며, 기름이 나오지 않도록 고기는 살코기 부분을 이용합니다.
흑염소 탕 (한국)
흑염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하여 기력이 약한 노인이나 임산부에게 좋으며,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토코페롤(비타민 E)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미용과 노화방지에 좋습니다. 흑염소는 ‘검은 보약’ 또는 ‘신이 내린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불리며, 허약 체질인 사람에게 보약과 같은 음식이라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주로 약으로 복용하나 몸에 좋다는 이유로 탕을 만들어 오룡탕이라는 이름을 붙여 음식으로 파는 식당이 있습니다.
장어구이 (일본)
장어를 한입에 먹기 좋게 잘라서 구워먹는 요리. 장어는 담수와 해수에서 모두 서식하는 물고기로, 예로부터 정력 강화와 스태미나 증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어에는 단백질, 비타민A, 비타민E, 오메가3 지방산, 칼슘과 인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서식하는 환경에 따라 크게 민물장어와 바닷장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민물장어는 뱀장어과에 속하며 몸이 길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며 지방 함량이 높아 고소한 맛이 일품이며 비타민 A, 비타민E 등이 풍부해 피부 건강에도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추어탕과 함께 주로 가을 겨울 보양식으로 인식되나 일본에서는 여름 보양식으로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