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우가 세계적으로 최고급 고기가 된 과정

최근 들어 한우는 한국의 자부심이자 최고급 식재료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과연 그 명성이 정당한 것일까요? 과거 농경사회에서 소는 귀중한 노동력이었고, 고기로 먹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은 1970년대까지도 이어졌던 관념입니다. 즉 쇠고기는 지금처럼 부드럽고 맛있지 않았죠. 그렇다면 어떻게 한우가 오늘날 최고급 식재료로 인식되게 되었을까요?
한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과연 실체를 반영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잘 갖춰진 마케팅의 결과일까요 이 번호 Food Story에서 알아봤습니다.

한우는 어떤 품종인가?
소의 품종은 다양 합니다. 세계 적으로 소 품종의 종류를 보면 소를 사육하는 목적에 따라 고기를 생산하는 순수한 육용종만도 46개 품종에 이르고 그 외에 육용종, 역용종, 겸용종 및 재래종을 합하면 무려 449개 품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우 (韓牛)는 당연하게도 대한민국에서 사육하는 한국의 토종 소를 의미합니다. 몸무게는 암컷 300kg, 수컷 420kg 정도이며. 한우는 보통 건강한 편이라 체력이 좋고, 거친 환경에서도 잘 견디어 번식력도 좋은 편입니다. 한우의 특징 중 하나는 젖꼭지 크기는 작고 우유 생산량도 적은 편이라는 점입니다. 과거 한반도에서 우유는 그다지 중요한 식품이 아니었고, 주로 소를 주로 경작에 사용한 데다가, 조선시대 이후 사상적인 영향으로 인하여 어미가 자식에게 주는 모유를 빼앗는 것을 터부시 했기 때문에 우유 생산을 위한 품종 개량에는 크게 힘쓰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다른 나라 소보다 뿔이 작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덕분에 소 뿔로 활을 만들던 조선시대엔 군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서, 각종 소 뿔을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했으며, 아예 뿔이 큰 외래종 소를 도입하려고 시도했으나 환경이 맞지 않아 번식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한우는 주로 지푸라기나 목초(풀)를 먹고 현대에는 곡물 배합사료를 함께 먹이면서 키우고 있습니다. 반추동물에 속하는 소는 반추위 미생물의 작용으로 풀의 영양소를 이용하여 체성장을 하고 젖을 생산한다.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은, 현대에 들어 소에게 풀이 아닌 곡물을 먹인다는 점인데 이는 소에게 급여하는 사료에 곡물이 추가되어 생겨난 오해입니다. 이는 소의 성장단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소의 활동량이 적을수록 마블링이 잘 형성되기도 하고, 국토 면적이 좁은 한국의 특성상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소를 대부분 축사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습니다. 초원에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특히 백화점이나 고급 식당 등에 납품하기 위해 높은 등급(다량의 마블링)이 나오도록 해야 하는 소는 활동량이 극히 제한될 정도로 매우 좁은 축사에서 키우며, 풀을 거의 또는 전혀 먹이지 않고 고칼로리 사료만 먹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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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개량은 전혀 없다… 한우의 아쉬운 점
한우는 본래 고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닌 농경용 가축이어서 살코기를 늘리기 위한 개량은 오랫동안 없었습니다. 원래 한우는 쐐기 모양(앞부분이 좁은) 몸매였으나 이런 체형은 고기를 많이 얻지 못해, 최근에는 육우와 같은 직사각형 또는 역 쐐기 모양으로 개량되고 있기는 합니다. 오늘날 육용종으로서 유명한 소들, 예를 들어 홀스타인이나 와규, 앵거스 등은 종 보호에 대한 인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생물학의 발달로 이종 교배가 유행하던 19세기와 20세기 초 무렵에 탄생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한우는 한반도에 유입된 이래 수천 년 동안을 사역용으로만 길러져 왔고, 일제강점기에도 품종 개량은 이뤄지지 않은 채 여전히 논밭을 가는 사역 및 전쟁 물자 공출 등으로 쓰이다가 1960년대 말에 와서야 한우개량사업의 일환으로 외래종의 소를 들여와 몇 번의 품종 개량이 시도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사람의 고정관념입니다. 즉 적갈색이 아니면 한우가 아니라는 세간의 인식이 너무나도 강했던 탓에 털 색깔이 다른 외래종과의 교배는 단발에 그치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한우의 품종 개량은 가장 확실한 품종 개량 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종과의 교배 대신 한우=앞으로 지켜야 할 우리의 토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료를 달리 하는 것 외엔 딱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한우의 역사


 

80년대부터 시작된 축산업 육성정책
한우라는 품종이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기 시작하는 역사적 지점은 비교적 최근인 90년대입니다. 80년대부터 축산업 육성정책을 시작한 정부는 의욕이 과해서 소의 수가 85년경에는 250만두까지 늘어나게 되고 이 후에 소 값 파동의 혹독한 수업료를 치러야 했던 한우농가들은 수년간 번식 의향이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한우 사육 두수는 88년 155만두로 최저점을 찍은 뒤 이후 공급물량 부족에 따라 산지 송아지가격이 서서히 오르면서 회복기에 접어듭니다. 더불어 1990년대는 1993년 UR(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로 본격적인 시장 개방이 시작된 가운데 한우가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품질고급화 등 차별화 사업이 본격화한 시기였습니다. 특히 국민들의 소득증가에 따라 한우고기 소비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실제 소비량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도약의 시기가 다가옵니다.

한우의 상품화는 1992년부터
1992년에는 현재까지 축산업 정책 중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쇠고기 등급제 제정되어 시범 실시됩니다. 쇠고기 등급제는 이듬해 고급 육 출하 장려금 지급 시행은 물론 소비시장에서의 안착과 맞물려 한우의 품질고급화를 빠르게 촉진시켜 나가고, 이때 무역문제가 대중적인 정치이슈로 떠오르면서 싼 수입농산품에 대항하기 위해 신토불이 운동이 퍼져 나가면서, 이때부터 한우가 본격적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합니다. 즉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음식이, 경제성장과 세계화로 농업의 브랜드화가 필요해지면서 한우의 상품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외환위기와 쇠고기 시장 개방의 위기가 엄습하며 홍수 출하와 암소 도축 율의 급격한 증가로 한우 사육 두수는 90년대 말 200만두 이하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간 소 사육기반 확대와 쇠고기 자급률 확보를 위한 정부와 농가의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불안한 한우산업 속에서 한우농가들은 스스로 뭉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위기감과 자생의 의지가 싹텄고, 마침내 1999년 9월 축산단체로는 막내 격인 ‘전국 한우 협회’가 태동하게 됩니다.

한우 고급화와 쇠고기 이력추적제
2000년대 들어 꾸준하게 지속된 한우의 품질고급화 노력으로 수소의 거세율은 2003년 27.9%에서 2008년 67.8%로 늘었고, 이에 따라 1등급이상 출현율도 33.3%에서 54.0%로 끌어올리는 고급화를 이뤄 나가며 한우고기의 차별화된 시장을 지켜 나갔습니다. 그리고 2009년 전면 시행된 쇠고기 이력추적제는 소비자 신뢰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한우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2016년 9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인 ‘부정 청탁 금지법’의 암초를 만나 소비 위축으로 인한 고전을 당했습니다. 한 때 무려 100만호에 달했던 한우농가 수는 현재 9만여호의 농가만이 살아남아 산업을 지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한우의 해외진출이 성공해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그 미래가 기대됩니다.

한우와 육우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소고기가 전부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운 한우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내법에 근거하면 육우라는 명칭은 한우가 아닌 소를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국내산 소고기라고 하는데 한우라는 말이 없으면 육우 혹은 젖소인 것입니다. 물론 원산지 표기법에 따라, ‘국내산 소고기’만 표기한 업소는 신고 대상입니다. ‘국내산 육우 우둔살’이라고 부위까지 모두 표기해야 합니다. 젖소 또한 마찬가지로 ‘국내산 젖소 등심’ 등으로 표기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국내산 소고기와 한우 소고기를 쉽게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판매업자들도 육우와 한우라는 명칭을 혼용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심한 구분과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무지함은 한우를 비싸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육점 등에 걸리는 고기의 표시를 보면 육우라고 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우는 육용종, 교잡종, 젖소 수소나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젖소 암소에서 생산된 고기를 총칭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젖소 수소(얼룩 수소)에서 얻습니다. 왜냐면 젖소의 경우 암소는 우유 생산의 기본이 되는 자산이지만 수소의 경우는 우유를 뽑지 못하는 그저 잉여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즉 닭도 암 닭이 귀한 이유가 계란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고기는 수컷인 이유와 같습니다. 그렇다고 암소만 낳게 만든다는 것도 사실상 힘들고 비육용 소(한우가 아닌 품종 개량을 통해 빠른 성장이 가능한 품종들)를 빨리 키워 빨리 잡는 경우는 정말 거대한 규모의 생산 기반과 유통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괜히 한우가 비싼 게 아닙니다. 왜냐면 한우는 기본적으로 비육용 소를 천천히 키우기 때문입니다.

육우로 쓰이는 젖소 수소는 젖소 출산(젖소는 항상 임신상태를 유지해야 우유가 나온다!) 때문에 공급량이 많고…물론 그냥 키우면 맛이 없어서, 대개 어릴 때 거세해서 육우로 키워 도살합니다. 다만 젓소를 키우는 비용은 한우와 차이가 없지만 품종이 한우가 아닌 육우면 어차피 제값을 못 받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고급 육우를 키우지 않아서 시중에서 고급 육우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육우를 일반에 소매로 판매하는 매장마저 거의 없는 형편일 정도입니다. 육우는 대부분 식당이나 단체 급식처로 들어간다. 육우 소비를 위한 단체와 홈페이지가 있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우는 왜 비싸나?

국내에서는 고기 소하면 흔히 한우를 떠올리기 때문에 육우에 대한 인지도는 한우에 비해 낮은 편이었지만 한우와는 달리 육우는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싼 한우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육우는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이 소매로 유통되는 곳이 거의 없는 데다가. 육우를 제값에 팔지 못하기 때문에 고급화에서 멀어졌다는 사정으로 인하여, 국내 소고기 유통은 한우를 중심으로 진행중입니다.

한우가 비싸진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한우가 비싸다고 인식이 생긴 이유는 한우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 한우를 유통하는 기업들의 고가 전략 때문입니다. 횡성한우, 강원한우, 홍천한우, 농협안심한우 등의 브랜드가 여기에 속합니다. 대부분의 개인 정육점이나 마트에서는 브랜드 한우가 들어오고, 그렇게 브랜드화 된 한우의 경우 2021년 하반기 기준으로 1등급 등심은 12,000원/100g 내외에, 1++ 등급 등심은 18,000원 ~ 20,000원/100g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번째는 일본 와규에 영향을 받은 마블화입니다. 한우는 본래 이런 기름소는 아니었습니다. 일소로 부리던 한우를 단기간에 육용으로 억지로 개량하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곡식과 사료를 먹이는 그레인페드 및 공장식 사육이 강요되는 한국의 사육환경, 마블링 위주로 평가하는 한국의 육질 등급제, 그리고 살코기 맛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지방맛에 열광하는 한국 소비자의 요구가 오늘날의 한우를 기름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소비자들이 기름 맛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본 와규의 영향을 받아서 “마블링=고기품질의 척도” 라는 통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일소로 쓰였던 역사가 있고 교잡으로 품종개량 하는 것을 터부시했던 한우 품종 특성상 스테이크와 같이 부드러운 맛을 내는 통 구이 서양식 고기요리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오래 익히는 탕요리나 작게 썰어서 구워 먹는 한국식 구이에 적합한데 스테이크처럼 큼직하고 두껍게 썰어 먹는 서양식 고기요리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에 맞게 개량하려고 하다 보니 고유의 육질 차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마블링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도 있습니다.

90년대~2000년대 초 까지만 해도 마블링이나 지방 맛에 대한 선호도는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 한우는 알아줘도 지금처럼 마블링이 많아야 무조건 좋은 고기라는 인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우=마블링이 높다는 기준이 생긴 건 최근의 일입니다.

한우를 즐기는 방식

기름 맛이 부담스럽다면 마블링이 적은 1등급 이하의 한우를 사서 먹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위에서 얘기하는 지방 맛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위를 잘 골라서 먹어보면 한우 특유의 풍부한 감칠맛은 살아있으면서도 느끼하지 않아서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질길 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육질 개량이 많이 이루어졌고 한우 품종 자체가 예전에 비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저 등급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게다가 저 등급 한우도 사육기간이 미국산보다 긴 편이라 마블링은 적지만 세밀하고 균등할 정도입니다. 한우가 수입산 소고기보다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원가입니다. 소가 먹는 사료는 크게 건초와 옥수수로 만든 곡물 사료로 분류되는데, 당연하지만 곡물 사료를 먹이는 기간이 길 수록 소고기 값은 올라갑니다.
소고기 값이 싼 것으로 유명한 나라로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있다. 하나같이 국토가 넓고 방목 환경이 좋은 곳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이러한 나라에서는 사료를 먹인다고 해도 사료값이 한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원가가 절감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파는 사람들 사정이고, 냉혹한 자본주의 시장인 대한민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가면서 구입해 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기간의 경기불황과 물가 폭등이 이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든 수준의 한우의 소비자가는 명백한 근거를 제시해도 도리어 한우라는 상품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우의 미래는?



이렇게 고급화에 성공한 한우. 신토불이의 승리이자, 이미지 마케팅을 잘한다면 평균적인 상품도 고급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품이 바로 한우입니다. 그러나 한우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새로운 세대가 더 이상 신토불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맛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블랙엥거스 수입산 소나, 혹은 와규의 맛을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됐습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기후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며 각 나라와 산업이 2050 탄소 중립 전략 이행을 위한 실천방안을 수립해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축산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인 것으로 오인받으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한우는 홍콩, 베트남, 캄보디아로의 수출을 통해서 새로운 활력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우의 미래는 아직 불확실 하지만. 세계적인 명품고기로의 도약이냐, 아니면 쇠락이냐 의 기로에 서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우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면서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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