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September 8,Sunday

호모데우스 인간의 미래

우리는 항상 미래를 준비합니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것을 당연하게 여기지요. 현재의 삶을 즐길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올 기쁨을 위해 자발적인 고통을 택하거나, 미래에 올 고통을 대비하여 현재의 쾌락을 포기합니다. 짧게는 내일 회사에서 졸지 않기 위해 술자리에서 일찍 일어나는 친구의 모습에서, 길게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인생의 황금기를 5~10년간 금욕적 삶을 택하는 고시생의 모습에서 쉽게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를 읽으며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삶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교훈을 얻고, 어른들은 출근길의 지하철역 통로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지나치면서 약간의 연민과 함께 묘한 안도감, 현재의 ‘작은 불행’에 대한 위안을 얻습니다. 가만히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면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당장 닥친 ‘커다란 불행(교통사고, 건강이상, 감옥수감, 누군가의 죽음, 전쟁)’보다는, 지금 이것을 안하면 며칠 후에 혹은 연말에, 실직후에, 애들이 컸을때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알수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고 본능이고, 문화입니다.

그래서 미래를 다룬 책이 주기적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미래를 알기 위해 점을 보는 일도 좋지만,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미래학 책을 읽는 것을 권하는 이유는 검증된 미래학 책은 그 책 자체의 영향력으로 그 책의 내용이 곧 미래가 되는 ‘힘’을 갖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래라는 것은 누가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택한 현재의 합계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엘빈토플러의 미래의 충격(1970), 제3의 물결(1980), 권력이동(1990) 3부작이 미래를 다룬책의 대명사였다면 현재는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2011), 호모데우스(2017),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2018) 3부작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읽어야할 필독서 목록을 대체하였습니다. 엘빈 토플러가 기자출신의 저자로서 ‘당시의 최신 트랜드’를 중심으로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였다면, 유발하라리는 역사학자 출신의 저자로서 현재의 최신 트랜드와 함께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제시함으로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수 있게 해줍니다. 유발하라리의 미래학책인 호모데우스를 다른 미래학책들과 차별화해주는 가장 큰 부분은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인문학적 분석을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수정구슬로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관한 책이지만, 역사와 인문학적 지식이 어떻게 실용적으로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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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인간의 가장 큰 적이었던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한 21세기의 인간이 과연 어디로 갈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저자는 ‘불멸, 행복, 신성’을 인간이 나아가는 방향의 키워드로 제시합니다. 현대의 인간은 발달된 의학기술로 다양한 질병을 정복해 나가는 수준을 넘어, 인간이 결코 피할수 없는 운명인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의 길로 나아가는 가능성에 대해 저자는 긍정적인 의견을 갖습니다. 2200년전 진시황에게 불로초를 팔았던 도사들의 이야기처럼 다소 황당한 이야기인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젊어지고 예뻐지고 오래살게 하는 사업들이 성행하고 있으니 그냥 흘려들을 얘기는 아닌것 같습니다.

기아라는 절대적 불행의 선을 넘은 인류는 상대적 행복을 추구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 넷플릭스, 유투브로 대표되는 영상콘텐츠 사업들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하여 개인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적 규모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위 대중매체라고 불리우는 TV, 신문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고, 쇼핑도 검색 및 구매 내역을 바탕으로 점점더 정확한 추천을 해주는 온라인 쇼핑몰이 기존의 대형마트에 갈 일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트랜드에 대해 저자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개인정보의 누적이 자칫 사생활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포의 ‘빅브라더’가 될수 있는 가능성을 반복해서 경고합니다. ‘열길 물속을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사라져버릴 세상이 과연 천국일지 지옥일지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이책의 가장 흥미로운 키워드인 ‘신성’은 인간의 진화 가능성에 대한.

신선하고 대범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팔, 다리, 장기를 교체하고, 기계팔 기계 다리, 두뇌에 심어진 반도체 칩으로 사고력이 100배로 늘어난 인간을 10,000년후의 역사가들은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저자는 이러한 과학적 진화를 겪은 미래의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의 뒤를 잇는 호모 데우스(신) 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개개인으로 보면 진화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미래지만, 호모데우스들의 세상,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해보면 새로운 형태의 차별과 불행, 정치 체제와 전쟁의 모습 또한 함께 떠오릅니다.

불멸, 행복, 신성이라는 키워드는 그냥 그 단어만 놓고 보면 평범하거나 황당한 주제이지만 이책을 읽다보면 정말 진지하게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거나 불사의 세계로 갈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존 비소설 분야 최고의 저자라 할수 있는 유발하라리의 지식과 그 지식들을 엮은 결과에서 나오는 설득력, 그리고 탁월한 글솜씨에서 나온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는 그가 그린 인간의 미래에 대해 중립적인 위치를 잡습니다. 인간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가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역시 다수 인간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얘기죠. 역사, 과학, 의학, 트랜드, 마케팅 등 다양한 지식들을 맛볼수 있는 5성 호텔 부페 같은 책입니다. 꼭 읽어보실것을 권합니다.

 

 

* 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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