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가이드의 아버지
‘미쉐린 가이드’ 와 기타 평가 업체
– 세계의 다양한 음식가이드는 어떤 것이 있나?
매출이 바뀐다! 고객이 몰려온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문화와 전통, 그리고 창의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세계 각지의 음식점들은 독창적인 요리와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음식점들의 가치를 평가하고, 전 세계 미식가들에게 지침을 제공하는 평가 업체들이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미쉐린 가이드부터 한국의 ‘블루리본 서베이’ 까지 다양한 음식점 평가 업체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떻게 세계 각지의 레스토랑을 평가하는지 그리고 각 업체의 평가기준과 방법을 통해, 미식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탐구해보겠습니다.
음식 가이드의 아버지 미쉐린 가이드
음식가이드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음식가이드의 창세기이자 아버지 같은 미쉐린 가이드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미쉐린 타이어에서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 주던 자동차 여행 안내 책자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쉐린 타이어 회사 부설 여행 정보국에서 프랑스를 여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 아래 무료로 배포되는 여행, 식당 정보 안내서를 펴낸 것이 지금 세계의 요식업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쉐린 가이드의 시발이었습니다. 이 책을 발간하기 시작한 앙드레 미쉐린은 미쉐린 타이어 창업자인 에두아르 미쉐린의 친형으로 당시 정부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이 책자의 발행이 가능했습니다.
초기에는 타이어 정보, 도로법규, 자동차정비요령, 주유소 위치등이 주된 내용이었고 식당은 그저 운전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차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해가 갈수록 호평을 받자 1922년부터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대표적인 식당지침서로 명성을 날리게 됐습니다. 그 후 100년의 세월 동안 엄격성과 정보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명성을 쌓아 오늘날 ‘미식가들의 성서’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1957년부터 국제화를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는 모나코,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베네룩스 3국, 독일 국가들에 대한 레드가이드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 이후로는 특별히 다른 국가편 레드가이드를 새로 발간하지 않았는데 일본, 홍콩, 마카오, 미국(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만)정도만 더 갔을 뿐입니다. 한동안 정체됐던 미쉐린의 국제화는 2015년 중국, 싱가포르, 대한민국이 추가되고 2017년에 브라질도 나오고 이후 태국, 대만, 러시아, 베트남이 추가됐습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숙박 시설과 식당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레드가이드>와 박물관, 자연경관 등 관광정보를 제공해 주는 부록 형태의 <그린가이드>가 있고. 이 중 흔히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듯 ‘식당에 별점 매기는’ 가이드는 <레드가이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레드시리즈’로서 1,3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책 머리에 간단하게 실려 있는 여행 정보와 레스토랑 선택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빼면 그 방대한 분량은 전부가 식당과 호텔 정보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빕 구르망? 더 플레이트?
오로지 맛을 평가하는 미쉐린 스타 외에 ‘빕 그루망’과 ‘더 플레이트’라는 평가 기준도 존재합니다. 빕 구르망은 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픽토그램으로 표시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상징합니다. 도시별로 구체적인 가격대(유럽 지역 35유로, 일본 5000엔, 미국 40달러)를 기준으로 부여하는데요. 서울 편에서는 평균 3만5000원 이하의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한해 빕 구르망 선정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미쉐린은 어떻게 공신력을 가지게 됐나?
미쉐린의 공신력은 ‘식당 바이블’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은 편입니다.미쉐린의 ‘스타(별)’은 셰프들에겐 큰 영광이자 자부심이지만, ‘스타’를 잃은 셰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극한의 스트레스이기도 합니다. 일본 최고의 스시집인 스시 지로는 너무 유명해져 일반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쉐린 별을 박탈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이유로 미쉐린은 자타가 인정하는 공신력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봅시다.
+ 신비주의
미쉐린의 이러한 공신력과 명성은 신비주의에서 나오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공신력의 근거는 누구인지도 모르게 오는 전문요원들의 평가, 그리고 최소한으로 공개된 평가기준입니다. 원칙적으론 가이드의 평가원(Inspector)은 요식, 호텔, 케이터링 업계 경력이 있는 미쉐린사의 정직원이고. 이들은 해당 지역에 대해 타당성 조사가 몇차례 진행된 뒤에 투입됩니다. 평가원은 절대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으며, 당연히 모든 요리 대금을 지불합니다.
드 발간을 위해 편집자들과 평가원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별점 수여 여부를 결정하는 스타세션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은 만장일치가 원칙이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어도 세 차례 이상 다른 평가원들이 식당을 방문해 심사를 하게 됩니다. 다만, 위와 같은 절차는 어디까지나 ‘원칙’으로, 국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경우엔 한국 지사 정규 직원이 아닌 관련 업계 전문가를 계약직 평가원으로 고용하여 평가를 진행하며, 외부 전문가들도 평가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평가 결과를 놓고 여러 차례의 집단 토의를 하며, 평가 결과의 근거를 확보하고 보정하며. 참가한 직원 및 전문가들은 자신이 평가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평생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 별은 영구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2019년 1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소송사건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개살이 들어간 ‘치즈 수플레’가 ‘증거물’로 제출돼 눈길을 끌었다고 합니다. 피고는 ‘라 메종 데 부아’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셰프 마르크 베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사인 그는 지난 1월 미쉐린 ‘3스타’ 등급을 잃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등급을 내린 것인지 구체적인 평가 문건을 제사하라는 것이 그의 요구였습니다.
이렇게 소송이 날 정도로 쉐프들에게는 미쉐린 별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귀한 타이틀인지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미쉐린은 정기적으로 재심사를 걸쳐 재고의 여지가 있으면 별을 박탈합니다. 심지어 이러한 기준에는 고든 램지 같은 유명 쉐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러한 미쉐린의 행위는 고객에게는 엄격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업계에서는 말이 많은 편입니다. 특히 음식의 맛에 절대적 기준을 부여해서 등급을 나눈다는 발상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보통의 소비자는 본인의 주관과는 무관하게 고가의 음식이 맛있다는 심리적인 만족과 안정을 느낄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식당 매출을 급격하게 증가 시킨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미쉐린 스타 획득 순간 ‘미쉐린 효과’로 인해 예약이 몰리고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을 거머쥔 요리사'(총 32개)로 유명했던 프랑스 요리사 조엘 로부숑은 “미쉐린 스타 1개를 받으면 매출이 20% 상승하고, 2개를 받으면 40%, 3개면 100% 늘어난다”고 말한 바 있을 정도로, 미쉐린 별이 주는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미쉐린 별이 갖는 기저효과로 인하여 미쉐린 가이드가 식도락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미쉐린 외의 음식 가이드북
이렇게 미쉐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쉐린을 모방하거나, 평가 방식을 정반대로 뒤집어서 만든 음식 평가 가이드들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미쉐린외에 어떤 평가 업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일반인들의 손으로 만든 가이드북 – 자갓
자갓은 1979년 변호사 부부인 팀 자갓과 니나 자갓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에서 누군가 유명 일간지의 레스토랑 평가 기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직접 레스토랑을 평가해 정보를 공유할 것을 제안하게 되었는데요. 이후 200여 명의 일반인이 뉴욕 내 121개 레스토랑을 직접 방문해 평가했고, 자갓 부부가 이 서베이를 발행해 주변인에게 나눠주면서 자갓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자갓 서베이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구매 문의가 빗발쳤고, 1983년부터 정식으로 서베이를 출간했습니다.
자갓에서는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호텔, 리조트, 골프, 쇼핑, 음악, 영화 등 사람들의 일상생활 모두를 아우르며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지금도 연간 65만 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로 많은 미식가와 여행자들이 참고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식 가이드북 중 하나입니다.
자갓 서베이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인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이에요. 10명의 편집 위원들의 평가를 거친 후 다수 일반인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입맛과 취향을 기준으로 한 서베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평가하는 기준은 맛, 실내디자인, 서비스, 가격인데요. 평가는 각 항목에 최저 1점부터 최고 30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한 후 평균점수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평균 점수가 16점 이상이면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점, 26점 이상이면 매우 좋은 음식점으로 소개돼요. 2011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구글에서 자갓 서베이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폰을 통해서도 9.99 달러 가격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이미 2006년부터 자갓 서베이의 번역판이 소개되었고, 2012년에는 자갓 서울 편이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 이탈리아 음식의 바이블 – 감베로 로쏘
감베로 로쏘는 이탈리아의 미식 평가지로, 이탈리아인의 기준에 맞춘 이탈리아 식당 가이드북입니다. 1987년 처음으로 같은 이름의 TV 채널, 와인로드쇼 등을 주관하는 업체인 ‘감베로 로쏘’ 에서 ‘이탈리아 와인’ 이라는 서적을 출판하면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영어와 독일어 버전으로 번역되어 발간된 ‘이탈리아 와인-감베로 로쏘’ 는 와인 생산지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소개해 왔는데, ‘이탈리아 와인-감베로 로쏘’가 이탈리아 와인의 상징으로 활용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1990년부터 이탈리아의 우수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감베로 로쏘’ 또한 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감베로 로쏘는 2012년부터는 이탈리안 파스타, 피자, 길거리 음식, 바 등으로 나눠 식당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 로마와 나폴리 등의 가이드북 외에 스페셜 에디션 또한 발간하는 데, 이 가이드북에서는 모든 지역을 통틀어 최고의 식당들을 선정합니다.
스페셜 에디션에서 감베로 로쏘는 식당에 60~100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하고, 최고의 식당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1개에서 3개의 포크를 부여해요. 감베로 로쏘의 기준은 매우 까다로워 2013년 ‘이탈리아 식당-감베로 로쏘’ 에디션에서는 2,015개 식당 중 오직 21개 식당만이 3개의 포크를 받았습니다. 감베로 로쏘는 2010년에 디지털 버전 가이드북 또한 출시했습니다. 이 디지털 버전 가이드북은 애플, 안드로이드, 아마존, 윈도우 8 등 여러 곳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AA Rosettes, 미쉐린을 영국에서 모방했다
AA 로제트는 1956년 영국에서 시작하여, 영국 및 아일랜드 레스토랑 요리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어워드로 시작하여 1967년 음식가이드를 펴내면서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미쉐린 만큼 영향력과 공신력을 갖춘 음식 가이드입니다. AA는 1967년부터 영국 호텔, 레스토랑 및 케이터링 협회 주관 하에 영국과 아일랜드의 호텔 및 레스토랑 가이드를 발간합니다. AA로제트는 미쉐린을 모방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평가는 영국 호텔, 레스토랑, 케이터랑 협회가 지정한 요원들이 익명 방문을 통해 평가합니다.
AA로제트의 레스토랑은 1~5개의 로제트 등급으로 평가되며, 미쉐린의 3스타 등급은 로제트에서는 5개 로제트와 같은 등급이며, 영국내에서도 로제트 등급을 받은 곳은 전체 요식업장의 10% 밖에 안될 정도로 미쉐린처럼 까다로운 평가를 기반으로 공신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한국판 맛집 가이드북 – 블루리본 서베이
지난 2005년 이후 국내 우수 레스토랑을 알리는 가이드북 ‘서울의 맛집’, ‘전국의 맛집’등을 출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첫 레스토랑 가이드북이에요. 2005년 11월에 최초로 발행된 평가서로 블루리본 사이트에 회원 가입한 누구나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총 5개의 등급으로 식당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늘색 배경의 NEW, 짙은 파란색 배경의 NEW 마크와 1개부터 3개까지 나뉘는 리본 개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늘색 배경의 NEW 마크는 주목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식당을 의미하고, 짙은 파란색의 NEW 마크는 오픈한 지 1년 내외의 식당으로 아직 평가 대상이 아닌 곳을 뜻합니다. 현재 블루리본 서베이는 2010년 9월 선보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서울, 수도권,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 등지로 나눠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내용은 유료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이런 업체 외에도 더 월드스 50 베스트 레스토랑, Gault Millau, AAA Diamond Rating, Forbes Travel Guide 등 여러 유명 음식 가이드 업체가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