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 우리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사자나 원숭였다면, 어딘가에서 바짝 업드려 지나가는 약한 동물을 기다리고 있거나, 숲속 어딘가를 배회하며 나무에 달린 과일을 눈을 부릅뜨고 찾아다니는 일상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생활이 위험하고 불안정했던 우리는 무리를 이루고, 사회를 만들고, 급기야 회사를 만들어 ‘일’을 창조해냈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옛날’에 태어났다면 요즘처럼 직업을 찾는 고민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타고난 계급에 맞추어 과거 시험을 준비하거나, 농사일을 하거나, 상인이 되거나, 어느 대감집에서 서비스 업무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신분제도가 없어지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갖게 된 오늘날에, 우리는 ‘좋은일’을 찾는 새로운 고민을 갖게 되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좋은일일까요?
사회 진출을 앞선 20대때에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무엇을 할것인가 하는 고민을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하는 ‘내가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야 하는가 ‘나를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야 하는가 고민과 비슷한 고민입니다. 40대가 되어 주변을 바라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20대때 ‘뽑아주는’ 일을 시작했다가 대략 20년 정도 그 ‘업’에 머물고 조직의 수장이 되는 길을 걷거나 그 경험을 살려 ‘독립’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뽑아주는’ 일이라는 것이 시대가 결정하는 일이라 20년전에 좋았던 ‘업’이 20년 후에도 좋은 ‘업’으로 남기는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장에서 모든 20대들은 모든 ‘상사’들에게 ‘옛날에는 참 좋았지’라는 말을 듣게 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무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 모든 부부가 행복할수 없는 이유도 비슷한 배경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운좋게 뽑힌 직장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됩니다. 내가 맡은 일이 보잘것 없게 느껴지는 일을 시작으로 (내가 이일을 하려고 그 세월동안 공부를 하며 고생했나?’) 부터, 불친절한 사수, 불공평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입에 달립니다. 세월이 흘러 일이 익숙해지는 순간부터는 말안듣는 후배, 시장의 변화, 끊이지 않는 업무에 힘들어하다가 그 파도를 넘기는 순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사내 정치나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구조 조정의 순간이 닥칩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직장 생활’의 본질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