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인 걸로 기억한다. 두살 차이인 오빠와 나는 사춘기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서로 말도 없고 으르렁대기 바빴다. 하굣길에 마주쳐도 서로 남남인 듯 스쳐 지나가고 집에서는 식사 시간 외엔 각자 공간에서만 생활했다. 서로 말을 거는 것도 짜증 났고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다들 비슷하게 겪고 지나온 사춘기 모습이다. 하루는 우리의 모습이 심각하다 싶으셨는지 아버지가 가족회의를 청하셨다. 모두 어색한 분위기로 식탁에 둘러앉았고 엄마는 아끼는 크리스털 컵에 주스와 다과를 준비해 두셨다. 싸늘한 기운이 맴도는 가운데 아버지가 첫마디를 꺼내셨다.
“앞으로 우리 집도 민주적으로 주 1회 매주 수요일 오후 8시에 대화를 하겠다” 한 말씀 끝나고 또 적막이 흘렀다. 아버지가 이어서 말씀하신다. 아니 질문을 하셨다. 시선은 오빠에게 향한다.
아버지 : 그래. 주병태. 너는 요즘 문제가 뭐야?
오 빠 : (준비한 답변 하듯) 문제 없는데요.
아버지 : 뭐? 문제가 없어?
오 빠 : 예, 없습니다.
아버지 : 내가 봤을 때 문제가 있는데? (한숨을 쉬신다. 뭐라도 문제를 얘기해야 대화가 풀릴 텐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당황 하신 거 같다)
아버지 : (이어서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주아영. 너는 뭐야? 너 요즘 왜 그래?
나 : (반사적으로) 제가 뭘요? 뭘 어쨌다고 이러세요?
아버지 : (한숨쉬시며) 아이고…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내가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해도 너희 하는 거보면 도대체가 답이 없다.답이 없어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가신다)
어머니 : 너희들은 아빠가 물으면 뭐라도 대답을 하지
그랬어….쯧쯧쯧…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의 의도는 감사하다. 자녀와 가깝게 지내고자 용기 내어 손을 내밀었던 자리였을 것이다. 7살 때 할아버지를 여읜 아버지에게는 롤 모델도 없고 지금처럼 쏟아지는 부모육 정보도 없었다. 그러니 굳게 닫힌 자녀들 마음의 문을 넘어 생각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이다.
지난 호에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경청이라고 했다. 경청을 위해서는 자녀의 말에 답을 주기보다 감정 읽기가 우선되고 그렇게 말랑말랑해진 상태가 되었을 때 질문을 하는 순서가 되어야 한다. 딱딱한 돌에 바늘을 꽂게 되면 부러지거나 휘어지게 마련이다. 말랑말랑한 고무공만이 쉽게 바늘이 꽂히게 된다. 그러나 딱딱한 상태에 첫 마디마저 “문제가 뭐야”라는 질문은 마치 자녀가 문제가 있다는 전제를 두고
질문을 하는 것이므로 질문을 받는 이는 감정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먁약 위 대화가 아래와 같이 흘러간다면 어떨까?
아버지 : 요즘 공부하느라 고생하지? 또 사춘기라 감정들도 예민할거 란 생각이 들더라.
(상대공감) 그래서 그런지 둘의 관계를 보니 아빠가 좀 염려스럽다.(아버지 감정)
어떻게 하면 너희 둘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니?
오 빠 : 사실… 음…. 아영이랑의 관계보다는 제 공간이 확보되었으면 좋겠는데..어쩔수 없는거잖아요 (넉넉지 않던 그 시절엔 내 방을 가기 위해서는 오빠 방을 통과해야하는 구조였음)
아버지 : 아..아영이가 드나들 때 네 공간을 지나는게 불편했구나.
오 빠 : 네.. 그러다보니 자꾸 아영이한테 짜증을 내게 되고.. (사실 아영이는 잘못이 없는데..)
아버지 : 아.. 그랬구나.. 그래 불편했을텐데 내가 그걸 신경쓰지 못했다. 참고 지내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우리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이렇듯 질문만 바꿔도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는 질문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그리고 질문을 하지도 않는다. 질문을 받게 되어도 손을 들고 내 생각을 나누는 것도 어색하다. 이렇게 질문에 인색한 문화에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질문이 어색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건 아니다. 우리 부모는 조부모로부터 우리는 부모로부터 또 우리 자녀들은 우리로부터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방식의 태도를 보고 학습 되어진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면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 자연스레 학습된 태도를 취하는 반복적 대물림이 되는 것이다. 보통 아이는 태어나 만 3세까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며 수동적인 학습을 한다.
그러다 3세 정도부터. ‘질문’ 을 활용하여 능동적으로 정보를 학습한다. “이건 왜 그런 거예요?” “이건 뭐예요?” “왜요?”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그들의 끝없는 호기심을 분출한다. 처음는 부모도 호기심에 가득한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다 어느새 지친다. 그러다 보니 질문에 반응하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을 때도 있고 하던 일을 하며 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귀찮아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 태도는 고스란히 전달되어 자녀의 뇌에 ‘질문은 잘못된 건가?’, ‘질문하면 상대가 귀찮아하는구나”. ‘질문은 실례구나’ 등 질문에 대한 부정 적인 이미지가 각인된다. 아이들이 가지는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호기심을 누르는 것은 그만큼 자녀의 지능 발달을 더디게 한다. 서양의 부모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녀 질문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질문하는 행위 자체를 격려한다.
그래서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할 수 있도록 한다. 자녀의 난해한 질문에 답을 해주려 애쓰기보다 자녀의 생각을 되물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이 방법은 아이가 답을 쉽게 구하기 전에 상상력을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
아이: 엄마.! 이건 왜 이런 거예요?
부모: 이거? 그러네! 왜 이럴까? 너는 왜 이렇다고 생각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자녀를 향해 우리도 질문은 한다.
“학교 잘 다녀왔니? “, ” 별일 없었어?” .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재미있었니?”, “친구들과 사이좋겠 지냈어?”
등등… 이 모든 질문은 ‘예’ 또는 ‘아니오’ 로 답을 하는 닫힌질문이다. 닫힌 질문은 자녀와 대화가 이어나가기 어렵다.
열린 질문을 하게 되면 이렇게 바뀐다. “오늘은 무슨 과목이 가장즐거웠어?” “요즘은 누구랑 시간을 많이 보내니?”,
“오늘 점심 메뉴는 뭐였어?” “학년이 바뀌고 어떤게 좀
달라졌니?”
서양의 소크라테스, 동양의 공자 그리고 유대인이 제자를
교육할 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끝까지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또 다른 질문으로 대답 한다. 이런 방식은 실제의 정답보다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더 훌륭한 방법이나 답이 창조될 수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살아갈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당연히 뇌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사고가
확장되어 또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생각의 폭과 깊이가 남달라 진다. 자녀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지금부터 질문에 익숙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습에서뿐 아니라 일상에서 다양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모가 빠르게 해결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훈육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큰아이가 만3-4세 때 일이다.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할 무렵이다. 식사 중에 물을 자주 엎질렀다. 그런 일로 화내는 엄마가 되지 않을거란 다짐했기에 그때마다 뒷수습을 하며 가벼운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하루는 아이에게 질문했다.
“이든아! 너 자주 물을 엎지르는데 어떻게 하면 물을 엎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엄마가 물을 이쪽에(자신의 왼쪽) 놔두면 되잖아. “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식판을 사용하지 않고 반찬을 중앙에 두고 먹었던 상황이라 아이의 위치에서는 반찬을 가지러 갈려 할 때 오른쪽에 놔둔 물컵을 그냥 지나쳐 가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엄마의 불찰을 아이가 찾아낸 첫 번째 기억이다.
첫 번째 힘 ―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두 번째 힘 ―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세 번째 힘 ―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네 번째 힘 ―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다섯 번째 힘 ―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여섯 번째 힘 ―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일곱 번째 힘 ―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출처 : 질문의 7가지 힘 / 도로시 리즈 저
(다음호에서 질문방법과 질문의 예시를 제시할 예정)
주아영
양육코칭/ 가족상담 /심리검사 /학습코칭
ETHNE VIETNAM 이사/ 대표코치
엄마의 질문수업 저자
미주장산대대학원 전문코칭학과 교수
MTLC학습역량진단검사 [교담]베트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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