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소통의 기본은 경청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방향과 쌍방향의 가장 큰 차이는 한쪽만 표현하고 다른 한쪽은 듣기만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자녀간, 부부간에도 마치 한쪽은 생각하는 사람(기획자), 다른 한쪽은 실행자 같은 권위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부모‧자녀 간에 이러한 일방향 대화방식은 자녀의 한계점을 정해주거나 부모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입함으로써 자녀의 잠재력을 확장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갑자기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임기응변적으로 잘 대처하는 능력은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처럼 부모가 결정하고 부모가 지시,명령하고 부모가 책임지는 방식의 소통으로는 창조적 인재가 육성되기 어렵다. 쌍방향 대화에 익숙해져야 생각하고, 건의하고, 제안하고, 행동하고, 책임질 줄 아는 주도적인 사람을 성장할 수 있다. 그 시작이 바로 자녀의 말을 「진짜 경청」해 주는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하면서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아이디어)이 떠오르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하며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자녀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이야기할 기회를 줌으로써 극대화된다. 물론 경청 과정에서 질문을 활용해 다각도로 사고할 수 있는 개입은 필요하다. 경청이 어려운 이들의 사고방식에는 ‘내 생각이 옳다’라는 바탕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세상에 많고 많은 수많은 생각들 가운데 고작 하나다. 그래서 항상 습관적으로 부모는 ‘내 생각만이 옳은 걸까?’ 라는 여지를 가지고 ‘우리 자녀의 생각은 어떨까?’ 혹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뭘까?’ 하는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어야 할까? 또 뻔한 얘기들일텐데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청을 통해 자녀의 마음을 열고 표현의 욕구를 채워주어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비효율적인 시간만은 아니다. 스피치 학원에 보내서 말하기를 가르치고 논술 학원에 보내 사고력 확장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것 이상으로 자녀가 가장 소통하고 싶은 가장 우선 대상인 부모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가장 효과적인 시간일 수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 통제를 못 하는 상황으로 키우자는 말이 아니다. 저자 역시 바쁜 스케쥴로 인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소통의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나 이후 다과 시간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권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기억해뒀다가 그 시간에 마음껏 펼쳐놓게 되고 그때 가족들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면서 정보도 주고받고 어른들의 생각도 참고하며 자신의 의견도 조리 있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또 자신이 할 말을 잊어버릴까봐 메모하는 습관도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효과적으로 경청하기 위해서는 경청의 스킬이 필요하다.
아래의 3가지 대화를 살펴보자
대화1)
아이 : 엄마! 수학은 진짜 싫어. 너무 어려워
엄마 : 싫으면 어쩔 껀데? 못한데서 과외까지 시켜 줬는데 하는 소리하고는…
아이 : 휴~~~
대화2)
아이 : 엄마, 나 미술 학원 그만두고 싶어.
아빠 : 뭐? 처음에 네가 그렇게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 줬는데.. 벌써 관둔다고?
아이 : 별로 재미도 없고….
아빠 : 시끄러! 그렇게 끈기가 없어서야. 너 자꾸 그러면 뭐 해도 안되는 거야.
대화3)
아이 : 엄마, 저…. 있잖아…..
엄마 :(하던일을 계속하며) 뭐? 크게 말해. 엄마 지금 저녁준비하잖아.
아이 : 아니, 그러니까….
엄마 :(계속하던 일을 하면서) 빨리 말해. 뭔데? 바쁘잖아.
아이 : 아니야……
대화 1에서 대화 3까지 부모들은 아이의 이야기를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대화 1에서는 아이의 투정으로만 받아들이고 부모 입장에서 하소연을 한다. 이런 말을 듣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자신이 부족해서 부모가 비싼 과외까지 시켜 줬음에도 잘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상실될지도 모른다.
대화 2에서는 아이가 학원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의도에 대한 파악이 없다. 아이도 어렵게 그 말을 꺼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의 끈기 없음을 비난하고 미래까지 비관적으로 말한다. 이런 말을 들은 아이가 ‘그래 이렇게 쉽게 그만두면 난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 되니 더 열심히 해야겠어!’ 하고 마음먹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부모를 야속하게 생각하게 된다.
대화 3은 확연히 아이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엄마는 바쁜 일상에 몰두한 나머지 아이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있다. 이는 결국 아이가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 했던 마음까지 사라진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OO야! 엄마가 저녁 준비만 끝내고 얘기 나눠도 될까?”라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 때로는 경중을 따져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도 있다.
제대로 된 경청을 한다는 것은 들리는 것만 듣는 것을 뛰어넘어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고 진짜 원하는 숨은 의도를 파악하며 듣고 반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청도 훈련이 필요하다. 아무리 잘 듣겠다고 마음먹어도, 지금까지 습관 때문에 연습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연습은 마치 안 쓰던 왼쪽 근육을 쓰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 불편하지만 결국 반복만이 태도로 세팅될 수 있다.
적극적 경청의 태도는 Fact(사실)-Feel(감정)-Focus(숨은의도) 의 단계를 거친다.
예를 들어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 지금 몇 시야?”라고 묻는 자녀의 말에 일상적인 음성으로 “어! 9시”라고 반응을 보인다면 1단계 수준에서 마친 대화다. 3단계 경청이 이루어진다면 다음과 같다. (다급한 목소리로) “어, 9시! (Fact) 뭐, 급한일 있나보구나(Feel) 엄마가 뭐 도와줄까?” (Focus) 조금 더 자녀와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경청에도 유형이 있다. 다음 상황에서 경청 유형을 살펴보자.
<상황>
“엄마, 나 이번에 영어 말하기 대회 우리 반 대표로 나가게 됐는데 다른 반에 워낙 잘하는 애들이 나온다고 해서 큰일이야.
부모 1(격려형)
“이야, 우리 이든이 이번에 영어 말하기 대회 나가? 그것도 반 대표로? 그거면 됐지. 출전하는 데 의미가 있지. 너무 등수에 연연해하지 마.”
부모 2(이기자형)
“ 걱정 마. 엄마가 너 무조건 등수 안에 들 수 있게 선생님 알아볼게. 넌 할 수 있으니까 벌써부터 기죽지 마.”
부모 3(정보형)
“엄마가 심사 위원들 평가 정보 알아볼 테니까 거기에 맞춰서 함께 준비해 보자. 그것만 있으면 전략적으로 준비하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부모 4(코치형)
“이야! 우리 이든이 반대표로 선출됐다고? 대단하다(Fact). 그런데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질까 봐 걱정이 되는구나(Feel). 이든아! 선생님이 우리 이든이를 반대표로 선출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뭣 때문일까? 그리고 우리 이든이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뭘까?(Focus).
자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녀가 원하는 진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랑을 오히려 짜증 부리며 할 때도 있고, 기쁜 일이면서도 마치 대수롭지 않은 듯 표현할 때도 있고, 매우 화가 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표면적 메시지(Fact)만 듣지 말고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만 귀 기울여 듣는 노력을 한다면 자녀의 마음을 충분히 열 수 있다. 이것이 지금 당장은 어떤 효과가 없을지 모르지만 자녀가 성장하며 사춘기를 지내보면 이런 대화 습관이 부모,자녀간에 얼마나 끈끈한 연결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주아영
양육코칭/ 가족상담 /심리검사 /학습코칭
ETHNE VIETNAM 이사/ 대표코치
엄마의 질문수업 저자
미주장산대대학원 전문코칭학과 교수
MTLC학습역량진단검사 [교담]베트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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