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안녕! 용문객잔’ 이라는 대만의 예술영화가 개봉합니다. 그 영화는 2000년대 들어가면서 대만에서 사라져가는 작은 극장들을 추억하는 영화였습니다. 몇 개 남지 않은 동네의 작은 영화관이 이제는 소외된 사람들의 장소가 되어버린 처량한 모습의 구식 영화관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그 안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는 1967년 개봉했던 전설의 대만 무협영화인 용문객잔입니다. 그리고 원작에 출연했던 배우가 등장하고, 그는 이 영화를 끝으로 사망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용문객잔’은 2023년 7월 그것도 타오디엔 중심지인 Xuan Thuy거리에 바로 오픈한 중식집입니다. 사실 이곳은 어찌보면 2003년 영화처럼 동네 골목 극장과 같습니다. 누구나 알아볼 듯 한 위치에 있지만, 동네에 있는 영화관처럼 해외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작은 등불을 이어가고 있는 이곳을 다녀왔습니다
왜 용문객잔을 선택했나?
이 가게의 이름 정말 특이합니다. ‘용문객잔 (龍門客棧)’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영화제목 그리고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그러나 사장님 말씀은 저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사장님은 영화의 존재를 전혀 몰랐고 단지 아는 지인이 용문객잔이라는 이름을 추천해서 매장이름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지금 배달이 아니라, 돈이 더 모아지면은 중식주점으로 할려는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본 매장의 명칭은 우연의 산물이자, 미래의 꿈을 담고 있는것 이었습니다. 참고로 현재 간판에 있는 용문객잔의 잔(殘, 잔인할 잔)은 잔(棧, 주막 잔)을 잘못 쓴 거라고 합니다. 식당앞을 지나던 중국인이 알려줘서 알았다고 합니다.
작지만 알찬 음식
이곳의 음식은 무언가 일본 드라마에서 나온 심야식당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주인을 가까이 볼 수 있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음식, 그렇다고 해서 매장 인테리어가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음식은 다른 어떤 곳보다 알차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2군 거주하는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인들에게는 마음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새롭게 문을 연지 이제 막 한달이 조금 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고객으로 온 본기자의 입장에서는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의구심의 마음을 가지고 삼선 짜장과, 차돌짬뽕 그리고 깐쇼새우를 시킵니다.
위 음식을 시킨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집에서 짬뽕, 짜장은 중국집 기본을 알 수 있는 요리이고, 깐쇼새우는 탕수육과 조리법이 비슷하지만, 새우가 많은 베트남에서 탕수육을 대신할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나온 음식은 바로 차돌 짬뽕입니다. 요즘 짬뽕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특히 매운 국물때문에 다양한 재료를 넣을 수 있는 범용성이 있어서 요즘 짬뽕혁명의 열풍이 부는 상황에서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합니다.
차돌때문에 국물의 맛이 매운 조개 국물같은 가벼운 느낌에서 사골에 사 나오는 묵직한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이집의 특성은 면인데. 면 자체가 탱글탱글하게 탄력이 있는데다가, 짬뽕국물이 어느정도 짜장과는 다르게 탄력있는 면발을 각자 분리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인지, 면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짬뽕이후에는 삼선 짜장이 나왔습니다. 사실 삼선 짜장은 짜장면에 익힌 해산물을 넣은 방식이어서, 본래는 물가통제대상인 짜장면은 국가에서 가격을 조절했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중국집에서는 수익률을 높이려고 개발한 음식이 바로 삼선짜장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삼선짜장은 해산물이라는 요리의 고급 이미지와 더불어 비싸게 받을 수 있지만, 조리가 간단하여 많은 중국집의 사장님들의 사랑을 받는 요리입니다.
짜장면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에도 유일하게 맞는 음식이 삼선짜장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나온 삼선짜장은 약간 느끼한 맛이 있지만, 쫄깃한 면이 맛을 보완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면은 특이 합니다. 짬뽕국물과 만나면 면이 쫄깃하면서 적절하게 끊어지고, 짜장과 만나면 찰지면서, 쫄깃한 맛을 내며, 왠만한 소스와 조화를 이룰 정도로 면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깐쇼새우가 나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탕수육처럼 즐길 수 있는 음식입니다. 베트남 답게 저렴하고 간단하게 중국음식의 또다른 정수를 즐길 수 있는 깐쇼새우 입니다. 또한 새우를 밀가루에 묻혀서 튀기고, 소스만 부으면 되기 때문에 탕수육과 더불어 주방의 기본 실력을 판단 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즉 해당 음식점의 기본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깐쇼새우는 무난했습니다. 새우크기가 크고 양도 많은 편이었고요, 시중에서 꽤나 가격이 높은 큰 새우를 사용한 느낌이었습니다, 소스도 무난하게 맛을 받혀주었고, 튀김의 상태도 소스가 안 들어간 부위는 적절히 바삭하면서, 소스가 들어간 부위는 적절히 촉촉한 맛이었습니다. 술안주로 먹어도 좋고, 배달을 시킬 때 탕수육 대신 반찬 대용으로 시켜도 되는 맛이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사랑스럽기를 기원하다
용문객잔은 사실 미약하게 시작한 곳입니다. 매장도 아직 잘 갖춰져 있지 않고, 주로 24시간 배달로 비싼 타오디엔의 임대료를 겨우 맞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가게의 위치는 본래 기꾸초밥에서 운영하던 가게였고, 어쩌다 보니까 그분과 인연이 있어서 가게를 받고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점이여야 할 곳에서 타오디엔에 어울리지 않게 배달 중국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장님 말로는 매장을 오픈한지 이제 한달 조금 넘었지만, 배달 덕분인지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면발이 맛있는 용문객잔, 이제는 ‘안녕! 용문객잔’ 영화에서 나온 동네 극장처럼 우리동네의 작은 영혼들이 적당히 쉴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 교민들의 성원이 필요한 곳입니다. 그동안 대형 고급음식점을 위주로 소개를 해봤는데, 처음으로 서민들에게 사랑받고 친근한 중국집을 안내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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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객잔 (龍門客殘)
주소 : 118 Xuân Thủy, Thảo Điền, Q2, TP. Hồ Chí Minh
전화(김종대 사장) : 0788278877
배달 K (앱) : https://www.deliveryk.com/shops/6871
가격대 : 식사(짜장,짬뽕) 13~20만동, 요리류 35~55만동
가장 비싼 메뉴는 135만동짜리 삼선누룽지탕
영업시간 : 24시간 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