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해외에서 지낸 태국 국왕의 아들들이 연이어 모국을 찾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주 27년 만에 태국을 깜짝 방문해 화제가 된 둘째 아들에 이어 셋째 아들도 태국 땅을 밟았다고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이날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의 셋째 아들인 짜끄리왓 위왓차라웡(40)이 지난 12일 태국에 도착했다.
앞서 국왕의 둘째 아들 와차라렛 위왓차라웡(42)은 7일 태국에 왔다.
의사인 짜끄리왓 역시 태국 방문은 27년 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와차라렛은 애초 13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짜끄리왓이 오면서 며칠 더 머물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형제는 전날 135년 역사를 가진 태국 최초 병원인 방콕 시리랏 병원과 박물관 등에서 조부 라마 9세 등 선대 국왕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들은 12일에는 아유타야를 방문했으며 남은 기간 태국을 더 돌아보고 함께 미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왕실 지위를 박탈당해 왕자 신분은 아니지만 모국에서 환대받고 있다고 태국 언론은 보도했다.
왕실은 이들의 귀국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태국인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돌아온 ‘전 왕자’들에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은 네 번 결혼해 총 7명의 자녀가 있다.
이번에 태국을 방문한 이들은 국왕과 둘째 부인 쑤짜리니 위왓차라웡 사이에서 태어난 5남매 중 둘째와 셋째 아들이다.
쑤짜리니는 1996년 간통 혐의를 받고 당시 왕세자였던 국왕과 이혼하면서 도망치다시피 아이들과 함께 해외로 떠났다.
5남매 중 유일한 딸이 시리완나와리(36) 공주이다. 오빠들과 달리 그는 태국으로 돌아와 공주 칭호를 다시 받고 왕실의 일원이 됐다.
국왕의 7자녀 중 왕실 공식 직함을 가진 인물은 시리완나와리 공주를 포함해 3명이다.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검사 출신 장녀 팟차라끼띠야파(45) 공주는 지난해 12월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들로는 셋째 부인과 낳은 디빵꼰(18) 왕자가 있다.
27년 만에 태국을 방문한 국왕의 두 아들은 왕실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서도 주목받고 있다.
태국 왕실은 아직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1924년에 제정된 태국의 왕실법에는 국왕이 왕자 가운데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다.
다만 1974년 개헌 당시 추가된 왕위 계승 관련 규정으로 공주도 국왕의 정치 자문단인 추밀원의 추천과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왕위 승계자가 될 수 있다. 이 규정은 왕세자 또는 명백한 후계자가 없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공주도 후계자가 될 수 있지만 왕자에게 우선권이 있는 셈이다.
27년 만의 태국 방문을 후계 구도와 연결하는 것은 너무 앞선 예측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는 와차라렛 형제의 이번 방문이 향후 왕위 계승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