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5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집권에 실패하고 야당이 될 운명에 처한 전진당(MFP)이 지지자들에게 사과하며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3일 보도했다.
이날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차이타왓 뚤라톤 전진당 사무총장은 전날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인 정부를 성공적으로 구성하지 못해 지지자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야당이 되더라도 평등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최고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은 태국 정치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지금부터 우리는 변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왕실모독죄 개정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운 전진당은 5월 14일 총선에서 151석을 차지하며 제1당에 올랐다.
이후 제2당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대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들의 반대로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의회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부 구성 주도권을 프아타이당에 넘겨줬다.
프아타이당은 전날 전진당을 제외하고 새롭게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왕실모독죄 개정 등의 개혁 공약으로 보수 세력의 미움을 받는 전진당과 결별하지 않으면 프아타이당도 집권이 불가능한 구조다.
결국 프아타이당은 기존 야권 연합을 깨고 친군부 정당들과 연대함으로써 집권이 보장되는 선택을 했다.
전진당은 피타 대표가 총리가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연정에서도 배제됨으로써 야당의 길을 걷게 됐다.
차이타왓 사무총장은 “전진당은 어떤 위치에 있든 우리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향해 최선을 다해 나아갈 것”이라며 “당은 지난 4년간 야당으로서도 여러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전진당의 좌절은 집권 무산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미디어 업체 주식 보유와 관련해 피타 대표의 의원직 직무를 정지했고, 판결에 따라 피타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
또한 헌재는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의 위헌 여부도 심리하기로 했다. 피타 대표의 정치 활동 금지와 전진당 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태국의 변화를 염원하며 전진당에 표를 던진 국민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군부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룰 꿈에 부풀어 있었으나 또다시 군부와 탁신 가문이 권력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전진당 지지자들은 전날 프아타이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당사 내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피타 대표가 총리가 되지 못하면서 시작된 전진당 지지자들의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20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