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이 제1당 전진당(MFP)을 배제하고 차기 정부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프아타이당은 “전진당과 협의해 전진당과 협력하지 않고 차기 정부 구성에 나서기로 했다”며 부동산 기업가 출신 세타 타위신을 총리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촌난 스리깨우 프아타이당 대표는 “당으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보수 진영의 반대로 인해 연합을 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전진당은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이들의 단독 총리 후보로 나섰으나 지난달 13일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과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엿새뒤인 지난달 19일로 예정됐던 2차 투표에 야권 연합은 다시 피타 후보를 재지명했으나 보수 진영의 반발로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격론 끝에 표결로 한번 거부된 후보를 다시 지명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전진당은 제2당인 프아타이당에 정부 구성 주도권을 넘겨줬다.
프아타이당이 접촉한 보수 진영 정당들은 전진당이 포함된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등 진보적인 개혁 정책을 다수 내세웠고, 보수 정당들은 이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전진당을 포함한 기존 야권 8개 정당 연합 체제로는 정권을 잡기 어려운 프아타이당이 군부 진영과 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오는 10일 귀국을 예고한 배경에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탁신이 전진당의 전신인 퓨처포워드당(FFP)의 타나톤 중룽르앙낏 대표를 만나 전진당을 새 정부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두고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도 있었다.
프아타이당은 팔랑쁘라차랏당(PPRP), 품짜이타이당 등 현 정권에 참여한 핵심 정당들과 차기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가 임명한 상원이 총리 선출 투표에 참여하는 현 제도상 친군부 정당과 손을 잡으면 쉽게 총리 투표를 통과할 수 있다.
지난 20여년간 각을 세우며 태국 정치를 양분한 탁신계와 군부 진영이 공동 집권하는 형국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면에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전진당은 제1당 지위에도 불구하고 야당으로 밀려날 처지가 됐다.
이로써 민심에 역행한 군부 측 상원 의원들과 탁신계의 ‘배신’을 비판하는 전진당 지지자들의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피타 대표를 총리 후보로 재지명할 수 없다는 의회 결정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청원을 받아들일지 오는 3일 결정할 예정이다.
헌재가 이를 기각하면 의회는 4일 총리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