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추진 중인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책임준공 의무 제공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에서 부동산 개발 및 건설사업을 보수적 관점에서 검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딜사이트지가 25일 보도했다.
하지만 부동산개발사업에서 발주처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보다 수월하게 받기 위해선 시공사의 책임준공 약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사업은 MOU 체결 후 타당성조사 등 연구용역과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부동산 기업 빈홈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삼성물산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 인근 오션파크 주상복합 개발사업 관련 MOU를 체결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타당성 관련 용역은 딜로이트안진과 MAT건축사무소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베트남 오션파크 주상복합 개발사업은 하노이 중심지에서 동남측 직선거리로 약 12㎞ 떨어진 자럼현 지역 신도시 사업부지 내 2개 필지에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공급한다. 개발하는 아파트는 37층 2개동, 38층 1개동 등 3개동에 총 3222세대로 계획 중이다. 사업비는 3361억원 규모다.
현지 기업인 빈홈은 베트남 굴지의 재벌 빈그룹의 부동산 계열사다. 주로 고급 주택단지와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시공을, KIND는 사업비 등을 출자 등 자금 조달을 담당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3사 관계자가 사업 예정지를 둘러본 뒤 사업 관련 독점적 교섭권 부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물산이 베트남에서 시행과 시공을 겸한 주거 개발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삼성물산이 협의 과정에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건설사는 통상적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사업승인을 얻어 공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는 책임준공 약정을 체결한다. 시행사가 부도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도 시공사가 건물을 완공해 사업비를 제공한 대주단에 담보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책임준공 의무를 지게 되면 시공사는 공사비를 떠안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공사를 기간 내 마무리하지 못하면 시행사가 대주단으로부터 받은 채무를 인수해 대신 상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책임준공을 꺼리는 것은 회사 내부의 보수적 사업성 검토가 가장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국내 민간개발사업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만큼 해외 주택개발사업에서도 동일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수주잔고를 살펴보면 전체 건설계약 잔액 29조원 중 주택사업 물량은 5조원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베트남에서 주택개발사업을 처음 진행하는 만큼 사업성 검토가 보수적이라 최대한 위험 부담을 피하려는 것 같다”며 “PF 대출을 활용한 사업비 조달을 위해서는 책임준공이 불가피한 선택이기에 컨소시엄 내부적으로 삼성물산 설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부사항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적으로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딜사이트 202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