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총선에서 집권 연장에 나서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였다고 연합뉴스가 30일 보도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콘텐츠 감독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훈센 총리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계정 중단을 촉구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 계정의 콘텐츠를 조정하는 이 위원회는 2018년 11월 설립된 독립 기구로, 정부를 이끄는 수반의 계정에 대한 중단을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감독위는 훈센 총리의 계정을 최소 6개월 동안 정지시키고, 지난 1월에 게시된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 기구는 “인권침해의 심각성과 정치적 반대자들을 협박한 역사”를 들며 훈센 총리가 “위협 증폭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훈센 총리 계정이 폭력을 선동해 플랫폼 정책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메타는 검토를 거쳐 뉴스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계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감독위는 이를 뒤집은 셈이다.
감독위의 계정 중지 요구는 구속력은 없지만, 동영상은 곧바로 삭제해야 한다.
메타는 “감독위가 지적한 동영상은 삭제할 예정”이라며 “훈센 총리 계정 중단 등 감독위의 권고 사항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5년부터 38년째 캄보디아를 통치해 오고 있는 훈센 총리는 다음 달 총선에서 연임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계정 팔로워는 1천400만 명으로, SNS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1월 게시된 영상에는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법적 시스템”과 “방망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촉구하며 반대자들을 구타하고 반역자를 체포할 것이라고 연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감독위 위원이자 멕시코시티의 인권 변호사인 파멜라 산 마르틴은 이번 결정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메타의 플랫폼이 무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중지했다가 2년 만인 올해 초 해제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