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근력이 쇠퇴하여 맘대로 골프가 안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는 골프 실력을 공감하며 많은 부분을 이해하며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는 동반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골프 실력을 겨룰 수 있다면 생면부지의 사내라 해도 마다 않고 필드에 나섰지만, 나이가 차면 그런 넉살이 사라집니다. 아무래도 보여주기 싫은 것이 점차 많아지는 나이인데 남모르는 사람과 나 몰라라 하고 4-5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진짜 골프를 치고 싶어도 같이 갈 동반자 3명을 구하기 힘들어 골프를 못 칠 판입니다. 특히 한국은 한 팀은 4명을 채워야 된다는 골프장의 일방적 규율을 강요하고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골프 팀은 4명이어야 하나요?
물론 한 명이 도는 라운드는 게임이 아니라고 골프 룰에 규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골프를 친다 하면 무조건 4명의 팀원을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팀원은 4명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어왔던 셈입니다. 저도 그동안 별 생각없이 팀을 만들려면 4명을 채우려 노력해왔는데 엊그제 홍콩에서 온 동생과 달랏에 가서 4일동안 둘이서 라운드를 돌면서 느낀 일인데, 둘이 도는 라운드가 결코 심심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오붓하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하는 라운드인데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다만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닌 듯합니다. 서로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미모사 달랏이라는 골프객을 위한 호텔을 운영하는 유명한 골퍼 신도상 사장과 함께 AT 1200 골프장을 셋이서 돌았는데 딱 좋았습니다. 둘이서 돌 때는 100% 한 상대에게만 집중한다는 무언의 책임감 같은 부담이 있었는데, 셋이 함께 도니 적당한 휴식도 찾아오고 내가 잠시 딴 짓을 해도 된다는 자유가 허락되어 여유로운 기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4명이 되면 좀 사정이 달라집니다. 아무래도 둘로 나눠져 대화를 하게 되고, 4명이 전부 한 화제로 한 곳에 집중하기 힘들어 지기도 하고, 역으로 산만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아이디얼한 골프 동반자 수는 자신을 포함하여 3인이 적당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골프장의 입장에서는 4인이 가장 경제효율이 높은 팀이 되겠지만, 우리가 꼭 골프장의 이익을 위하여 그들이 원하는 인원을 다 채워 돌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보통 팀을 만들 때 2명이서 이해가 맞아 “한 번 칠까” 하며 시작하는데 추가로 두 명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면 마치 모자란 팀이 되는 듯한 느낌을 갖곤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두 명만 되면 둘이서 돌아도 되고, 누군가 한 명이 추가되어도 좋고, 두 명이 더 들어와도 좋다는 것입니다. 즉 팀원의 최소 인원이 채워지면 필요조건은 다 된 것이고, 그 외에 인원은 있으면 좋은, 우리의 선택 사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팀을 짜는데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그동안 골프장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강요한 풀 인원의 팀을 위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이런 의문에 대하여 인공지능에게 물었더니, 골프장의 입장에서는 4명이 이상적인 팀원이고, 골퍼들은 2명이나 3명을 가장 이상적인 팀원으로 생각한다는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규정에 잘 따르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4명으로 팀을 이루어 주세요 하고 골프장에서 요구하니,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며 4명의 팀을 짜는데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은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발전적인 변화를 위하여는 가끔 당연한 것에 대한 의혹을 던져 봄이 필요합니다. 사과나무가 땅에 떨어지는 당연한 사실을 의심한 뉴턴이라는 별난 인간이 중력을 발견했지요. 뭐 중력을 발견하는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3명의 팀이 더 이상적이라는 생각만으로도 팀을 짜는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보면 행복이란 결코 대단한 것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