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출간된 후 98년도에 퓰리쳐상을 수상한 이래 빌게이츠, 유발하라리 등 수많은 명사들의 추천이 있었고, 한국에서도 2005년 출간된후 서울대 도서관 대출 최장기 1위, 국립 중앙도서관 대출 상위 10위 등 인문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힌 ‘스타 도서’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없는 책이지만, 그에 비해 완독한 사람도 드물다는 어둠의 서평을 가진 책이기도 합니다. 흔히 ‘총균쇠’ 하면 ‘벽돌책’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고, 수많은 독서가들의 베개 역할을 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단 13,000년 정도의 기간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섬을 시작으로 해서 농경이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지역, 유라시아 대륙, 오세아니아 대륙, 남북 아메리카 대륙, 아프리카 대륙까지 전세계 방방 곡곡 다루지 않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세계지도의 모든 곳이 등장합니다. 저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고작 ‘2장(80페이지경)’의 폴리네시아 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정신을 잃고 잠들어 버린후, 몇년간 이책을 쳐다 보지도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독서인은 ‘도대체 어디서 부터가 본문인가? 한줄평 : 상받은 책은 읽지 말아야 겠다’라는 블로그 글로 이책을 완독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는데, 이 책의 재밌는 부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페이지 정도는 참고 읽어야 한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역시 한번 포기했던 경험이 있는 책이라, 재미라는 면에서 일방적인 추천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지리가 문명을 결정한다’라는 주제와 제목 자체인 ‘총, 균, 쇠’의 관점으로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750페이지짜리 책을 읽지 않고도 이 리뷰를 통해 그 유명한 ‘총,균,쇠’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이 리뷰 역시 충분한 가치를 가질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조류학자인 저자가 남태평양의 섬나라 뉴기니에서 머물때 지역 정치인 ‘얄리’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물어봤던 ‘ 왜 당신들이 만든 물건들을 우리는 만들지 못하는 겁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 질문은 곧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확대가 됩니다.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총’으로 상징되는 군사력, ‘쇠(금속)’로 상징되는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과 쇠는 비교적 이해가 쉬운데, ‘균’이 유럽인이 가졌던 힘의 원천이라는 말은 좀 생소한 이론입니다. 그건 유럽인들이 농경생활과 가축화를 통해 발생한,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에 대해 오랜 적응을 통해 면역력이 발달한 반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원균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90%가 넘는 인구가 사망할수 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는 얘기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총, 균, 쇠’ 곧 ‘군사력, 면역력, 기술력’ 이 유럽인들이 세계를 정복할수 있었던 이유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럽에서 군사력과 면역력과 기술력이 발달할 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이 다시 나오는데 그것에 대한 해답으로 저자는 ‘지리’라는 환경결정론적 설명을 합니다. 농경은 흔히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불리우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쌀, 밀, 보리’ 등 농업에 적합한 식물종은 한정되어 있는데 강수량, 온도 등을 고려했을때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비슷한 위도를 가진 지역에서 재배가 유리합니다. 그로 인해 농경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방향으로 확대 되었고,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 등 거대한 문명을 비롯해, 농경을 바탕으로한 발달된 문명을 만들어 냅니다. 농경은 인구증가, 인구증가는 발달된 정치 체계, 문자의 발달 등 문명의 발달을 촉진시켰죠. 수렵을 포기한후 농경 문화 사람들은 소, 돼지, 양, 닭 등에 대한 가축화를 시도했고, 그 때부터 농경 문화 사람들은 소에게서 전염된 천연두를 비롯하여 가축에서 유래한 세균을 의한 전염병에 시달리게 되고, 그에 대한 거듭된 노출을 통해 어느정도의 면역력을 갖추게 됩니다. 반면 동서가 아닌 남북으로 기다란 축을 가진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는 위도 차이에 따른 다양한 날씨, 사막, 산맥 등에 가로막혀 쌀,보리,밀 등의 대표작물, 소,말, 돼지 등의 대표가축, 기술혁신의 전파가 이루어지지 않아 인구 증가 및 문명의 발달이 뒤쳐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축을 중심으로 발달한 여러 농경 문화 사회속에서도 유럽은 다양한 산맥과 강으로 분리된 자연 환경 속에서 개성있는 다양한 국가들이 발전할 수 있었고, 국가들간의 지속적인 전쟁과 무역을 통해 군사력과 기술력을 발달 시킬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과 비교를 하는데, 유럽 지역과 달리 통일 국가를 만들기 쉬웠던 중국의 경우 사회 안정을 위해 군사력 강화 및 기술 혁신을 장려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 18세기 이후 유럽이 중국을 앞서 나갈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중국에서 개발된 화약이 중국에서는 주로 불꽃놀이의 재료로 활용된 반면, 유럽으로 건너간 화약은 총포 기술에 활용되어 결국 세계 정복의 한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1453년 오스만 투르크의 비잔틴 제국 정복 이후 인도와의 무역통로가 막힌 15세기 이후 유럽인들은 인도와의 무역을 위한 신항로 개척에 나섰습니다. 그 때 그들이 가진 군사력, 기술력으로 많은 나라들이 식민지가 되었고, 농경 및 가축화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옮긴 세균에 의한 전염병으로 크게 인구가 줄게 되었다는 것이 ‘총,균,쇠’가 유럽의 세계 정복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입니다.
이 책이 화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유럽중심주의를 백인 우월주의에 근거한 ‘인종주의’가 아니라, 우연에 근거한 ‘지리’적 요인으로 설명해주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결론적으로는 또하나의 유럽 중심주의이기는 하지만, 지리적 위치에 따라 문명이 다른 속도로 발달했다는 이론은 신선했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리적 환경 결정론 또한 너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결과를 원인으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될 수 있으니 독자들도 그 부분은 조금은 비판적 시각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리 및 공간적 조건은 분명히 국가 및 개인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책이 주는 핵심적 교훈이고, 자신이 처한 지리 및 공간적 조건을 인식한 후에, 그것을 활용하고 극복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해야할 행동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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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