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총선에서 승리한 태국 야권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하원의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고 연합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전진당(MFP)은 총리와 하원의장을 모두 노린다. 공약으로 내세운 각종 정책을 이행하려면 하원 회의와 안건 등을 관장하는 의장 자리도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제2당인 프아타이당은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연정의 총리가 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하원의장만큼은 내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26일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와 네이션 등에 따르면 시리칸야 딴사쿤 전진당 부대표는 “총리가 행정부를 이끄는 것과 동시에 개헌 등 각종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입법부도 전진당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아타이당도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희망을 꺾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며 하원의장 자리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지만, 프아타이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아타이당은 전진당이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 자리를 모두 맡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프아타이당 사무총장은 “총리로 피타 대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하원의장 자리는 다른 문제”라며 “전진당이 하원에서 과반을 얻은 것도 아니며, 연정 구성 양해각서에도 하원의장에 관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프아타이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전진당 주도의 연정에서 탈퇴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예비 집계 결과 전진당은 하원 500석 중 151석, 프아타이당은 141석을 차지했다.
양당을 중심으로 군소 정당 6곳까지 총 8개 정당은 지난 22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연정 구성 과정에서 주요 자리를 놓고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이번 갈등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프아타이당이 전진당과 연대하지 않고 군부 진영과 손잡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아타이당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이다. 2000년대 들어 한 번도 선거에서 패한 적이 없지만, 처음으로 전진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이번 총선에서 탁신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로 나섰다.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의 줄다리기 중에 패통탄은 해외 도피 생활 중인 탁신을 만나기 위해 전날 출국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탁신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7월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통신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