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총상금 170만 달러)에서 베트남 보트 피플의 손녀인 릴리아 부(26·미국)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 20년간 여자 골프를 쥐락펴락하던 한국 여자 골프는 18개 대회 무관에 그쳤다. 부와 끝까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하다 준우승한 태국의 신예 나타끄리타 웡타위랍(21)은 300야드에 이르는 장타 능력을 선보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던 고진영이 마지막 날 8언더파를 치며 공동 6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부는 태국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뽑아내며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 2위 웡타위랍을 1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해 상금 25만5000달러(약 3억3000만원)를 받았다.
3라운드까지 6타 차 4위였던 부는 이날 그린 적중률 61.1%에 그쳤지만 정교한 쇼트게임과 퍼트가 21개에 불과한 짠물 퍼팅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평균 274야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UCLA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부는 외할아버지가 1982년 보트 한 척에 의지해 가족들과 공산 치하의 베트남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 부모 모두 베트남 출신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부는 UCLA 골프부에서 활약했고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부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뒤 지난해 데뷔했다. 부는 “선두와 차이가 컸지만 끝까지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며 “첫 우승을 이룬 만큼 앞으로 더 자신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데뷔 첫 대회에서 우승을 바라보았던 웡타위랍은 국내 후원사인 KB금융의 모자를 쓰고 경기했다. 시원시원한 스윙을 하는 그는 웬만한 남자 선수와 비슷한 시속 160마일의 볼 스피드로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날렸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동남아 글로벌 사업 강화에 맞춰 아시아퍼시픽 아마추어선수권 준우승 경력의 웡타위랍과 지난해 초 3년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음식과 한류 팬인 그는 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김진섭 코치에게 어릴 때부터 7년 넘게 배웠다. 의류와 클럽 샤프트도 한국 브랜드를 사용한다. 애칭이 ‘심’이고 300야드를 쉽게 쳐서 별명이 ‘심 300′이라고 한다.
웡타위랍의 등장으로 LPGA투어의 태풍(泰風·태국 바람)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1위 에리야 주타누깐과 언니 모리야 주타누깐을 비롯해 2021년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패티 타와타나낏, 지난해 2승을 거둔 신인왕 아타야 티띠꾼에 이어 웡타위랍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이날 이글 1개, 버디 6개를 잡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페어웨이와 그린을 거의 놓치지 않던 컴퓨터 샷의 위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2위 넬리 코르다(미국)도 공동 6위였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전인지의 우승 이후 18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는 2007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27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하지 못한 이후 15년 만에 나온 한국 선수 최다 연속 무승 기록이다. 다음 대회는 3월 2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이며, 고진영이 지난해 우승했다.
조선일보 202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