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떠오른 가운데 베트남 항만 혼잡도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다른 동남아 항만의 상황이 개선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와 베트남 사이의 물동량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만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조선일보가19일 보도했다.
이날 물류 플랫폼 기업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항에서 베트남 호찌민으로 향한 선박은 접안을 위해 평균 137시간 대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12월 기준 116시간보다 18.1% 늘었다. 같은 기간 태국 람차방항(-25.5%), 말레이시아 클랑항(-15.1%),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10.9%) 등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지역 항만의 접안 대기 시간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접안 시간이 늘어난 것은 베트남이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해상 물동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베트남으로 향한 컨테이너 화물은 총 65만7963TEU(1TEU=20피트 컨테이너)로 사상 최대였다. 2021년 62만7667TEU보다 4.8%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62만8572TEU보다 많았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무역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대(對)베트남 수출은 609억8000만달러, 수입은 267억2000만달러로 역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대(對)베트남 무역 수지 흑자도 342억5000만달러(약 43조원)로, 베트남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국 자리에 올랐다.
해운업계는 앞으로 베트남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지역 항만 인프라 확보도 중요해졌다. 스위스 MSC는 베트남 국영기업 VIMC와 함께 호찌민시 껀저현에 6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을 오가는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드라이벌크선(건화물선)도 늘고 있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해운사마다 베트남 내 주요 화주를 확보하기 위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항만 인프라 투자는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공급망 강화를 위해 항만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업무보고 가운데 하나로 미국, 동남아 등 거점 항만의 터미널과 공동물류센터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도 진행 중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해양진흥공사가 해외 항만개발사업과 해외 항만물류사업에 재무적 투자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담겼다.
해양진흥공사는 법 개정에 발맞춰 국적 해운사들과 함께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아세안 지역, 특히 베트남은 앞으로 주요 공급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컨테이너 터미널 등 지분 확보에 나서는 국적 해운사에 금융지원을 해주거나, 국적 해운사들과 함께 직접 투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