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당기순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투자를 지휘했다는 베트남 화학공장이 회사 자금 사정을 악화시키면서다. 증권가에선 효성화학에 별도로 ‘자금 수혈’이 없으면 상반기 중으로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아주경제지가 3일 보도했다.
3일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2022년 효성화학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은 -294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당시 효성화학 자기자본 5015억원을 고려하면 해당 적자로 인해 효성화학 자기자본은 2000억원대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적자 누적으로 자기자본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효성화학 수익성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상승한 원가 부담, 베트남 PDH 설비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점검 가능성 등이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문제는 자기자본 2000억원 줄어든 상황에서 수익개선이란 터닝포인트를 찾지 못한다면 자본잠식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IB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이익 전망을 근거로 조만간 추가적인 자금 조달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화학이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상반기를 버티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며 “유상증자 방식이 유력하지만 필요한 금액도 상당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효성화학의 주가도 급락중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초 31만원까지 치솟았던 효성화학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9만6300원으로 68.94%가 폭락했다. 눈여겨 볼 것은 기관투자자도 외면했다는 점이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효성화학 주식을 13만 5329주 처분했다. 이에 따라 보유 지분율은 기존 12.16%에서 7.92%로 4.24% 감소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요 종목 88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으로 축소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달 2일 효성화학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베트남 화학공장)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는 대규모 투자 진행과 완공 이후 투자 성과 가시화 지연으로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베트남 화학공장 투자자금은 △2019년 4816억원 △2020년 5559억원 △2021년 3417억원 △2022년 3분기 누적 1301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효성화학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2018년 말 9827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2조8090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2020년 말 500%에서 지난해 3분기 1395.13%로 크게 치솟았다.
베트남 법인은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 반해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효성화학 연결기준 3분기 말 누적 영업손실액 -2411억원 가운데 베트남 법인 적자만
-1889억원 수준이다. 베트남발 영업손실액이 전체 손실액의 78.3%에 달한다.
베트남 화학공장이 효성화학 실적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빠른 이익개선을 고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 시장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투자를 지휘했다는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6년 베트남 방문 일정 과정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직접 만나 현지 투자를 논의하고 사업이 추진한 바 있다.
아주경제 20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