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독서 모임 ‘자작 공간’- 내년은 어떨것 같습니까?

 

바야흐로 연말연시입니다. 이맘때쯤 되서 어른들끼리 만나서 던지는 가장 많은 질문은 ‘내년에는 어떨것 같습니까? ‘ 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내년 사업계획서 보고를 마쳤을 겁니다. 각 개인들도 저마다 내년 경기를 생각하며 인생의 큰 일들에 대해 계획을 잡고, 시기를 당기거나 늦추며 조정해보고 있을것 입니다. 서점에서도 ‘2023 세계 대전망’, ‘ 2023 트랜드’, ‘ 한국 경제 전망’ 등 갖가지 예측서들이 진열대의 중심을 차지하는 시기입니다. 점집들이 가장  바쁜시기이기도 합니다.

회사원들이 가장 서류 작업이 많고, 머리가 아픈 시기가 다음년도 사업계획서를 쓰는 시기인것 같습니다. 신년 사업계획서의 기본 구조는 올해 리뷰, 시장 상황 및 전망, 내년도 목표로 이루어 집니다. 올해 성과가 나쁠수록 올해를 리뷰하는 부분의 페이지가 증가합니다. 성과가 좋으면 “목표 110% 달성” 한줄로 그 리뷰 부분을 끝낼 수 있습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면 숫자보다는 구구절절 써야할 말이 많아집니다. 경기 악화, 경쟁사의 공격적 영업, 트랜드의 변화 등 동원할수 있는 모든 핑계를 갖다 붙여서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열심히 해서 그래도 나니까 이정도라도 했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 및 전망 부분도 만만치 않은 파트입니다. 시장이 좋다라고 하면, 목표가 높아질 것이고 시장이 어렵다고 엄살을 떨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거나 부서가 없어질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 요소, 부정적 요소에 대해 7:3, 6:4 정도의 비율로 보고 하여 높은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본인에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결론격인 내년도 목표! 너무 낮게 잡으면 욕을 쳐먹을 수 있고, 너무 높게 잡으면 자승자박의 상태가 되어 1년 내내 등뒤에서 50 m 짜리 쓰나미가 쫓아오는 기분을 느껴야 합니다.  경험이 있는 노련한 관리자는 시장 상황 및 전망을 미디엄 웰돈으로 요리하여, 달성할 수 있는 예상치의  90%를 목표로 잡습니다.  무사히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내면 목표 ‘110% 달성’이란 결과로 다음 한해도 잘 넘길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올린 목표를 한번에 승인 받을 수 있을 만큼 회사는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업계획서에 올린 목표는 부장님,  상무님,  기획실을 거칠때마다 호가가 상승하여, 소더비 경매장의 잘나가는 현대 미술 작가 작품 낙찰가처럼 터무니 없는 숫자로 변해 돌아옵니다. 그리고 고난의 한해가 시작이 됩니다.

12월~1월의 서점에는 수많은 ‘ xx 대전망’, ‘ xx 트랜드’ 책들이 입구쪽 진열장을 차지합니다. 향후 1년을 예측하는 책이지만 4월만 되도 그런 책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1L 짜리 우유 신세가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만드는 예언서이지만, 세상은 항상 가장 똑똑한 사람들도 예측할 수 없는 일로 인해 요동을 칩니다. 가까이 2022년도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2021년도의 호치민 3개월간의 코로나 봉쇄, 2020년 코로나 발병 등 정작 우리를 크게 힘들게 한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예측이 안된 일들입니다. 속을줄 알면서도  매년 이런 책들을 사게 되는 것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본능적 욕구 때문인것 같습니다. 올해에도 많은 사람들이 용하다는 점쟁이에게 점을 치는 마음으로 ‘xx 대전망’을 구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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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개인들이 새해 계획을 세울것입니다. 사업계획서가 높은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본인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기만 행위의 설계도라면, 개인의 새해 계획은 본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스스로가 걸어들어간 절망의 호수에서 허우적 대는 기괴한 행동의 출발점이 됩니다. 12kg 다이어트라는 목표는  12개월로 나누면 한달에 1kg씩만 줄이면 되는 수학적으로 매우 간단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1년에 12kg 을 뺀 사람보다는 1년에 12kg을 찌운 사람을 더 많이 볼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먹는 것이 덜 먹는 것보다 쉽고, 편하기 때문이죠.  다이어트 중인 ‘나’는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결국 닭다리를 잡고 한입 베어물면서 원초적 기쁨을 느끼지만 이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리고 빨간색 콜라를 흰색 다이어트 콜라로 바꾸며 자신에게 벌을 줍니다. 그러면서 맥주는 아무 거리낌없이 마시죠. 불룩해진 배를 느끼며 내일 저녁은 적게 먹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내일의 나는 어제의 나와 한 약속따위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다중 인격자가 나오는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느낌입니다. 똑같은 이유로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도 어렵습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쉽고, 앉아서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는 게임을 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죠.  새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차가운 의지입니다.

매년 그랬듯이 올해에도 새해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올 것입니다. 경제활동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더 안좋을 것이라고 말을 하십니다. 이 와중에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어떤일로 더 큰 어려움이 올수도 있습니다. 불행을 이기는 철학이라 불리는 스토아 철학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스토아 철학은 자신이 바꿀수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자신이 바꿀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했습니다. 원하시는 모든 바를 이루시라는 무책임한 덕담보다는, 이루고자 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의지력을 발휘하시길 기원 드리겠습니다!

 

저자 – 독서 모임 ‘공간 자작’
이번에 본 칼럼을 시작한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은 회원수 xx명 규모의 2018년 말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씩 평균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고, 주제를 논하는 독서 모임이다. 이들의 칼럼은 ‘공간 자작’ 대표측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주에 한번씩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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