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출장 오시거나, 처음 오신분이 베트남에서 생활중인 한국사람을 만났을때 흔히 나오는 대화 패턴입니다.
“베트남에 얼마나 계셨나요?”
” 네 3년정도 있었습니다.”
” 아, 그럼 베트남어 되게 잘하시겠네요?”
” 아, 그게 ……. ( 침묵 ) “
베트남어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베트남에 오기전에 많이 하고, 막상 베트남에 와서는 의외로 베트남어를 몰라도 생활이 되니 베트남어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살짝 나중으로 미뤄두게 됩니다. 그리고 생활한지 3년쯤 되었을때에 여전히 정착후 3개월 정도 됐을때와 변함이 없는 베트남어 실력때문에, 베트남어 공부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 왔을때는 베트남에 처음 왔을때라 베트남어 모르는것이 부끄럽지 않았는데, 몇년 살았는데도 베트남어를 여전히 못하면 약간 창피한 마음도 듭니다. 교민들의 베트남어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베트남어는 베트남에 오래 살았다고 잘하는 언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베트남에 처음 오면 언어 때문에 매우 불편합니다. 일단 간판을 읽을 수 없습니다. 간판에 써 있는 길이름을 외우기도 힘들고, 택시 기사에게 가자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베트남인 파트너나 고객의 명함을 받고 그 사람의 이름을 똑바로 읽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몇년을 같이 일한 베트남 직원의 이름을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택시를 타면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데 뭐라고 말을 할수 없어, 내내 불안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가고, 내려서도 마음이 찝찝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기사가 빙빙 돈게 아닐수도 있다는게 반전입니다. 한국에는 흔하지 않은 일방 도로였을수도 있고, 교통 상황상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어볼수 없고, 말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니 생기는 막연한 오해입니다. 회사에서는 한국어나 영어가 되는 직원들하고만 얘기를 나눌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했듯이 직원들하고 뭔가 속깊은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서로간에 짧은 영어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언제나 대화가 2% 부족한 상태로 아쉽게 끝납니다. 내용도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전하고 싶은 그 끈끈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이 전달됐기를 기대하는건 사치입니다. 직원과 함께간 현지 거래처 미팅 혹은 식사자리에서 안통하는 말때문에 투명인간 또는 꿔다논 보리자루가 되기도 합니다. 어색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몽짬뻥짬 ( một trăm phần trăm 직역하면 ‘100%’, 의역하면 원샷하자는 뜻 )’, ‘못하이바 요’ ( Một hai ba Yo ! 하나 둘 셋, 마시자! ) 를 외치며 술만 마시다 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베트남말만 되면 정말 날라다닐텐데!
베트남어를 잘한다고 하면 그 수준을 4단계 로 나눌 수 있을것 같습니다. 1단계 초급은 생활 베트남어입니다. 택시, 식당, 슈퍼에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기사 및 가정부와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읽고 쓰기는 잘못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 중급은 베트남 사람과 일상 대화는 나눌수 있지만, 여러명과 함께 하는 미팅은 못하는 단계. 베트남어 문자를 보낼수 있고, 간판에 나오는 베트남어를 읽고 구분할수 있는 수준입니다. 3단계 중상급은 다자간 미팅이 가능하고, 느리더라도 신문 및 계약서 독해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4단계 상급은 뉴스, 드라마, 책에서 정보를 습득할수 있고, 통역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베트남어를 몰라도 베트남에서 생활이 가능합니다. 굳이 설명 한해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겁니다. 그리고 베트남어를 잘한다고 베트남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언어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어를 잘하면 베트남에서 볼수 있고 할수 있는 것이 많아집니다. 생활이 편리해지고, 억울한 일이 줄어듭니다. ‘할많하않'(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 상황을 최대한 줄여서 홧병을 방지할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베트남 사람들과 만남이 늘면서 생활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3단계 수준 및 그 이상까지 가려면 학생 수준의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업무수준이 아니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목적이라면 2단계 수준이면 충분하고, 일반적인 사람들도 적당한 노력에 의해 도달이 가능합니다.
베트남어는 한국 사람이 배우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많이 듣고, 상대가 하는 말을 반복하여 따라하다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수준까지는 늘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어나 인도네시아어 같은 언어가 그런것 같습니다. 단어를 외우면 바로 써먹을수 있는 언어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어는 한국 사람에게는 낯선 성조라는 것이 있어서, 외운 단어를 바로 써먹지 못한다는 큰 장벽이 존재합니다. 책이나 학원에서 배운 베트남어를 식당에서 용기 있게 말했는데 베트남 종업원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못알아 듣는 경험을 몇번 하면, 학습 의지가 팍팍 꺽입니다. 어떤분들은 여자친구나, 내 직원들은 내 베트남말을 잘 이해하는데, 밖에만 나가면 말이 안통한다라고 남몰래 고민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이 새가 지저귀는 것 같다거나,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모든 원인은 한국어에는 없는 성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베트남어를 시작할때 성조 부분을 확실히 익혀야 중간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초기 정착기에 베트남어 학습을 도전하셨다가 좌절 끝에 포기하시고, 그러며서도 올해에는 꼭 베트남어를 공부해야지 하는 다짐을 반복하며 베트남어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안고 베트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베트남어는 어렵지만 낯선 개념인 성조만 잘 익히면 모두가 2단계 중급까지는 갈수 있는 언어입니다. 단언하는데, 독학이 절대로 안되는 언어입니다. 배우겠다고 다짐이 섰다면 초기에 과외 혹은 학원에서 좋은 선생님에게 발음과 성조의 기본을 잘 닦은 후에, 일상에서 많이 사용을 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수 있습니다. 베트남어를 할줄 알면 생활의 질, 업무의 질이 확실히 올라갑니다. 아직 베트남어에 대한 꿈이 남아 있다면, 다시 시작해 보세요. 좌절금지!
저자 – 독서 모임 ‘공간 자작’
이번에 본 칼럼을 시작한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은 회원수 xx명 규모의 2018년 말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씩 평균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고, 주제를 논하는 독서 모임이다 . 이들의 칼럼은 ‘공간 자작’ 대표측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주에 한번씩 연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