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만든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집중해 만든 전기차 모델을 테슬라보다 ‘반값’에 파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중앙일보가 3일 미국 CNBC기사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베트남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는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개 판매지점을 동시에 열었다.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개장 행사에서는 이날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미국계 K팝 가수 알렉사가 축하 공연을 했다. 빈패스트는 올해 말까지 미국에 판매지점 30개를 열 예정이다.
CNBC는 ‘어떻게 무명의 베트남 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를 잡을까’라는 제목으로 빈패스트의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소개했다. CNBC에 따르면 빈패스트의 중형 SUV 가격은 4만700달러(약 5300만원)로 테슬라의 모델Y(9665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차량 최초 구매 가격은 더욱 내려갈 수 있다.
모델은 중형과 대형 SUV 두 가지만 냈다. 대형 SUV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594㎞를 달릴 수 있다. CNBC는 낮은 가격과 SUV 전기차로만 모델을 단순화하고, 베트남 현지보다 미국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점을 들어 빈패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빈패스트의 모기업인 빈그룹을 창업한 팜 넛 브엉(53) 회장은 라면 제조로 시작해 호텔·교육에 이어 스마트폰과 완성차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인물이다. 한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 인수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재계에서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린다.
현지 매체들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 기술이 들어가 간편하게 지붕과 공조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차량 내부를 상세히 보도했다. 스티어링휠(핸들) 뒤 계기판은 모두 없앴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로만 운행 상태를 알 수 있게 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15인치 터치스크린이 들어갔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궈쉬안(国轩) 제품이 들어간다.
빈패스트는 그동안 제너럴모터스(GM)와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 출신들을 영입했다. GM의 쉐보레 크루즈와 스파크를 개발했던 데이비드 라이언은 빈패스트 수석디자이너로 일한다. GM 북미지역 트럭 수석디자니어였던 라이언은 2005년 한국GM(옛 GM대우)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자인 총 책임을 맡으면서 한국에도 머문 적이 있다. 삼성전자와 GM 등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했던 한국인 임원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빈패스트의 기술 발표를 직접 맡아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