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연애 드라마를 보면서 행복해지는 이유는, 편안한 쇼파에 앉아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느낄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연애에 수반되는 어떤 리스크( 시간, 비용, 거절에 대한 민망함, 나와 다른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감정 등등등! ) 없이, 연애를 하며 얻을 수 있는 소소하거나 격정적인, 때로는 파괴적이기까지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서로 상반되는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낄수 있게 해주니, 연애 드라마는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함께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쉽게도 연애 드라마가 아니라, 설레임이라는 감정입니다. 설레임이라는 감정에 대한 완급 조절 안에 어쩌면 우리 인생의 행복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0살이 채 안된 어린 아이였을ㅜ때 소풍을 가기 전날 너무 설레였습니다. 무슨 해외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크루즈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닌, 지금은 어딘지도 기억이 안나는 어떤 장소로 가는 그 소풍이 그 어린 마음을 그렇게 설레게 했습니다. 나이가 좀 더 드니 학원에서 자주 얼굴을 보는 어떤 이성 친구를 보며 설레였고, 남학교 여학교에서는 인기있는 미혼의 선생님들이 많은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유행하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영화관에 가기 전에 마음이 설레였고,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옷, 신발을 사러 가기 전에 설레였습니다. 첫사랑을 만나며 설레였고, 첫직장에 출근 하는날 설레였습니다. 지금은 남편이라 부르고, 아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때 얼마나 설레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원수가 되버린 ‘이놈의 자식’이 처음 우리 부부에게 왔을 때 느꼈던 그 설레임을 잊지는 않았나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별것도 아닌 일들에 고민하고, 분노하고,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던 그 아이들은 곧 어른이 되어 버립니다. 입시, 취업, 결혼, 육아라는 과정을 거치며 성공과 실패, 인생의 쓴맛 단맛을 보다 보면 어느새 철이 들어 버립니다. ‘어차피 세상은 이런곳이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사는게 다 그런거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이 익숙해집니다. 문자 그대로 철이 든다는 것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꾼’처럼 철로 된 심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재미도 없어지고, 설레이지도 상처받지도 않는 무난한 삶을 살게 됩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삶에는 설레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도전, 새로운 경험. 설레임의 본질은 ‘새로움’에 있습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새로운 경험, 그것이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온라인 쇼핑에서 주문한 택배를 기다릴때부터, 가보지 못한 나라에 가는 여행 계획을 세울때, 썸을 타던 친구와 연애를 시작할때, 회사를 나와 새로운 회사로 이직할 때,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거라 믿어지는 주식을 구입할 때 우리는 설레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모든 설레임은 대가가 있습니다. 먼저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포기해야 합니다. 감정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선 거절 당할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언젠가 올 수 있는 이별의 슬픔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든 투자는 경제적 손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두근두근 거리는 설레임이 조마조마함으로 바뀌고,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마비가 오는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현실속의 설레임을 피하고, 보단 안전한 설레임인 ‘간접 경험’의 세계에 머물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지나친 설레임을 추구하다 보면 ‘중독’의 세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면 뇌의 구조가 바뀐다고 합니다. 더이상 현실 세계의 일반적인 수입으로는 기쁨을 느낄수 없게 되고, 삶자체가 무료해지죠. 오직 도박판에서 좋은패를 기대하고 상대를 꺽어 일확천금을 손에 쥐는데서 오는 짜릿함에서만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알콜 중독, 약물 중독, 음식 중독 등 일상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설레임은 피해야 하는 나쁜 설레임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설레임을 지루함과 중독 사이의 한 지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종류와 강도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단 가슴이 뛰는 설레이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나에게 익숙한 편안한 삶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합니다. 이른 새벽 자기 전에 맞춰 놓은 알람을 듣고도 따뜻한 이불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익숙함을 벗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가슴이 뛰는 설레이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그것을 ‘개선’이나 ‘혁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건강한 설레임은 한 개인에게 삶을 자신이 이끌어간다는 자신감을 주고, 그에 따른 기쁨을 줍니다. 소소한 기쁨을 넘어가는 설레임에는 긴장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중독이라 불리는 나쁜 설레임은 가급적 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매일 매일 가슴이 뛰는 설레는 삶을 통해 매일매일 행복해 지시길 바랍니다.
저자 – 독서 모임 ‘공간 자작’
이번에 본 칼럼을 시작한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은 회원수 xx명 규모의 2018년 말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씩 평균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고, 주제를 논하는 독서 모임이다 .
이들의 칼럼은 ‘공간 자작’ 대표측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주에 한번
씩 연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