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2억2000만 달러
베트남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이른바 ‘GAFA’로 불리는 미국 IT(정보기술) 공룡기업들에게 2억2000만 달러(약 2766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였다.6월 9일 아주경제지가 베트남플러스지의 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호득퍽(Ho Duc Phoc) 베트남 재무장관은 제15대 국회 3차 회기에 출석해 베트남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을 대상으로 5조1000억동의 세금을 징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경제위원회에 제출된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세무당국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4월까지 페이스북에 1조9700억동, 구글 1조9000억동, 마이크로소프트 6510억동 등을 징수했고, 지난해 총세수액은 2020년보다 15%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회계연도별로 살펴보면 당국이 전자상거래와 디지털서비스 분야에서 징수한 세금은 2018년에는 7700억동, 2019년 1조1680억동, 2020년 1조1430억동, 2021년 1조5910억동, 2022년 1~4월 4370억동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과 기업의 법률위반과 조세회피 사례를 발견해 지난해 7350억동을 추가로 징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득퍽 장관은 이날 경제위원회에서 “당국은 조세회피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징수원의 역량을 강화했다”며 “세수 창출의 기회가 늘면서 관련 세액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가 GAFA의 세금 징수와 관련해 각 기업별, 각 연도별 구체적 액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현지매체들은 베트남 정부가 GAFA에 세금 징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는 했지만, 구체적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GAFA와 날선 공방전을 벌여왔다.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GAFA가 베트남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 정작 세금납부에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베트남 국세청은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유튜브 와 기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베트남에서 세금 의무를 여전히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성장률이 두 자릿수로 껑충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베트남 전체 디지털경제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8% 늘어난 530억 달러다. 특히 베트남 최대경제도시인 호찌민시는 지난해 전체 경제규모 중 디지털경제의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 GAFA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의 네이버, 중국의 바이두(百度)처럼 자체 디지털 플랫폼이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베트남 국민이 구글과 페이스북 등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검색과 쇼핑을 한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베트남 정부가 GAFA가 베트남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에 비하면 여전히 적절한 세금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현지매체에 “페이스북과 구글 등 거대 IT기업들은 베트남의 매출액만 해도 수백조동에 이를 것”이라며 “이번에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이 세금으로 수조 동을 납부했지만, 이는 이들이 베트남에서 거둔 수익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전자상거래 선진국처럼 베트남은 관련 법안이 꼼꼼하지 못하다. 당국이 보다 체계화된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해 적절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기업 세금납부 웹사이트 등을 개설해 세수확보에 계속해서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그들의 세금납부 의무를 보다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외국기업을 위한 일반세무국 포털 웹사이트(etaxvn.gdt.gov.vn)를 개설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웹사이트는 외국기업이 온라인으로 직접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 내역을 추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또 과세표준을 통해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한 이중납부의 우려가 없다는 장점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응우옌반프엉 국세청장은 “지금까지 외국 기업은 베트남에서 제3자를 통해 세금을 납부했지만 이제는 직접 납부할 수 있다”며 “이번 시스템 개설을 통해 투명한 세정과 함께 세수증대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202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