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4,Sunday

한-베 수교 30주년 특집기고-​232년 만에 발견된 조선과 베트남의 교류 사료(史料)

-떠이선(西山) 왕조의 사신이 연경에서 조선 사신에 준 ‘한시’ 발견

-1790년 건륭제 팔순 축하사절로 간 판후이익 문중집에서 발견

-전 조선대 교수 안경환 KGS 이사장이 발견

 

조선과 베트남 떠이선 왕조(西山)왕조의 사신이 1790년에 연경서 주고받은 한시(漢詩) 2편이 232년 만에 발견되어 화제다. 전 조선대 교수로 베트남 연구가인 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 이사장은 판후이익(Phan Huy Ích:潘輝益)선생의 문중(門中) 집을 보던 중 한민족과 베트남 민족의 교류역사를 잇는 새로운 사료 한시 2편을 찾았다고 밝혔다. 안경환 이사장은 한시 2편의 내용을 지난 3월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한놈연구원이 주최한 판후이익 선생의 서거 2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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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한 한시 2편은 1790년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의 팔순 잔치 축하사절로 연경에 파견된 베트남 떠이선(西山) 왕조(1778~1802)의 사신 판후이익(1751~1822)이 조선 사신단과 박제가 사신에게 준 한시이다.

두 나라의 사신이 연경에서 만난 1790년은 청나라 중흥기를 이루면서 60년간 재위한 건륭제(1735~1796)의 팔순 잔치가 있는 해였다. 주변국에서는 건륭제의 팔순 잔치에 축하사절을 파견했고, 조선에서는 정사(正使)로 황병례(黃秉禮), 부사(副使)에 이조판서 서호수(徐浩修), 서상굉문관교리(書狀宏文館校理) 이백형(李百亨), ‘북학의(北學議)’의 저자인 실학자 박제가가 수행원으로 갔다. 베트남 떠이선(西山) 왕조에서는 판후이익을 포함하여 100여 명의 사절단을 연경에 파견하였다. 이때 판후이익 공(公)이 조선의 사신단과 시를 주고받았는데, 판후이익이 화답한 한시 2편이 그가 남긴 기행문 ‘성사기행(星槎紀行)’과 판씨 문중집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당시 청나라에서는 꽝쭝(光中)왕이 직접 입조(入朝)하여 축하하라고 요청하였지만 떠이선 왕조에서는 가짜 왕을 대신 파견하였다. 판후이익은 가짜 왕 팜꽁찌(Phạm Công Trị, 范公治)를 수행하여 온 사신이었다.

한시는 판후이익 공(公)이 박제가 사신에게 화답한 시‘(侍 宴 西 苑, 朝 鮮 書 記 樸 齋 家 攜 扇 詩 就 呈, 即 席 和 贈)’와 조선국 사신에게 보낸 시‘(柬朝鮮國使)’총 2편이다. 특히, ‘조선국 사신에게 보낸 시’의 내용에는 1597년 레(黎) 왕조(1428-1788)의 사신 풍칵콴(憑克寬)과 조선의 사신 이수광(李粹光)이 명나라 연경에서 만났던 사실이 시에 나오면서 사료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판후이익 선생의 초상화)

 

판후이익은 베트남 외교사에서 추앙받는 인물로. 떠이선 왕조에서 청나라에 파견한 가짜 왕을 수행하면서 탁월한 능력과 학식으로 청나라의 재침략을 막았으며, 수려한 문장으로 약 740여 편이나 되는 문학작품을 남겨 베트남 중대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안경환 이사장은 “판후이익 선생은 고려 시대 993년(성종 12) 거란의 침략을 외교술로 막아낸 서희와 비견될 수 있는 인물로 베트남 외교사의 보배이며, 베트남과 조선의 사신이 연경에서 만나 교류한 사실이 232년 만에 발견되어 그의 시를 한국의 유명한 홍동의(洪銅義) 서예가의 붓을 빌어 작품화한 서예작품을 판씨 종중에 기증한 것은 한‧베 두 민족의 교류사와 한‧베수교 30년을 기념하는 데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허 홍동의 선생의 서예작품 [사진=안경환 이사장]

 

아래는 1790년 판후이익 선생이 조선의 사신에게 준 한시 2편.

(출처: 판씨 문중집 2권 및 성사기행(星槎紀行) 

 

  1. 판후이익 공(公)이 박제가 사신에게 화답한 시

侍 宴 西 苑, 朝 鮮 書 記 樸 齋 家

攜 扇 詩 就 呈, 即 席 和 贈

(서원(西苑) 잔치에서 조선의 사신단 서기 박제가(朴齋家)가 헌시하자 즉석에 서 화답하다)

星 辰 旋 帝 座 성신(星辰)은 옥좌를 맴돌고,

翰 羽 上 仙 洲 날개를 펴고 오르니 선계(仙界)로구나.

曉 露 葱 蒼 柳 아침이슬 버드나무 가지에 총총하고,

天 香 紫 翠 樓 천향(天香)은 취루에 퍼지네.

歡 同 歌 鹿 席 시가(詩歌)는 녹석(鹿席)에 어우러지고,

彩 燦 舞 霓 秋 선녀 춤은 아름답기도 하구나.

子 我 相 逢 處 그대와 내가 만난 곳,

池 塘 一 刺 舟 연못의 한 조각 배에서로구나.

 

  1. 조선 사신단에 보낸 시

柬朝鮮國使(조선국 사신에 보낸 시)

朝鮮正使駙馬黃秉禮副使吏曹判書徐浩修書狀宏文館校理李百亨與我使連日 侍宴頗相疑合因投以詩

(조선 정사 부마(駙馬) 황병례(黃秉禮), 부사 이조판서 서호수(徐浩修), 서상굉문관(書狀宏文館) 교리 이백형(李百亨)과 연일 의기투합하여 시를 주고 받다)

居邦分界海東南, 사는 곳이 바다로 동과 남으로 떨어져 있으나,

共向明堂遠駕驂. 멀리서 수레를 타고 명당(明堂)을 향했네.

文獻夙徵吾道在, 문장에 밝고 유학에 밝은 이들 여기에 있으니,

柔懷全仰聖恩覃. 깊은 성은에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네.

同風千古衣冠制, 풍속도 같고 천년 의관도 여전한데,

奇遇連朝指掌談. 우연히 조선 사신 손 잡고 수일간 담론을 하였네.

騷雅擬追馮李舊, 단아한 품격은 옛날의 빙극관과 이수광을 회상게 하니,

交情勝似飲醇甘. 교분을 나눔이 향기로운 술맛보다도 좋구나.

*빙극관(憑克寬-레왕조 베트남 사신)과 이수광(李粹光-조선의 사신)이

1597년 연경에서 만나 필담을 나누고 시를 주고받은 사실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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