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필 칼럼-어른을 깔보지 마라, 너도 똑같이 당한다.

백세를 살다보니라는 책을 쓴 김형석 교수의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이가 백세 가까이 살다보니 대부분의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한국적인 정서인 듯한데, 누가 100세나 된 사람에게 반말한다고 타박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어느날 김형석 교수가 학교 모임에 나가 후배들을 만났는데 그중에서 한 후배를 두고 김교수, 이제 자네도 나이가 꽤 되었지 하며, 올해가 몇인가 하고 물었더니 그 후배가 하는 말, 예 “올해 아흔입니다 선배님에 비하면 아직 젊습니다” 하더랍니다. 10 살 차이면 중학교 때 위문 편지를 보내는 군인아저씨 정도의 관계인 듯하니 반말이 오히려 자연스럽긴한데 90세 노인에게 반말하는 어르신의 기분이 좀 묘했다는 말씀인 듯합니다.  

어느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밀려 나오는 지하철 문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20대 초반 정도의 어린 여성에서 그녀로 인해 인파의 흐름이 지체되자, 60대 어르신이 그 옆을 지나면서 “아 이시람아, 한쪽으로 좀 물러서던가 하지” 하며 한 소리하고 지하철을 탓는데 이 당돌한 여성 분, 바로 따라 들어와 그 어르신에게 당신이 먼데 나에게 반말이냐며, 사과하라고 눈을 치겨뜨고 다가섰다고 하데요. 그것을 본 목격자가 세상이 이리 막가도 되냐며 글을 올린 것입니다. 

내 후년이면 지공도사( 65세)가 되는 우리 동생,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서빙하는 종업원이 “몇 분이십니까” 하고 묻자, “응 4명인데 어디 앉으면 되나?” 하고 물었더니 이 종업원하는 말, “저기 앉으세요. 말 짧게 하지 마시고요”. 하고 가더랍니다. 기껏해야 한 30살이나 된 종업원의 되치기에 놀라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날 지경이라 하데요. 

60대 어른이 20-30대 젊은이에게 하라말라 하는 명령체도 아니고 친근을 표시하는 평서체를 쓴 것 뿐인데,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바로 채근당해야 될 일인가요? 

이 모두 정치권에서 젊은층 표를 얻기 위해 세대 갈등을 만들어 낸 탓입니다. 그러다보니 모두들 진짜 시니어 층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착각이 제법 큽니다. 

60대 이상은 절대 무시할 세대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는 투표율도 어느 세대보다 높습니다. 그리고 연구에 의하면, 이세대가 나라 재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밀레니얼 세대보다 재산이 18배 이상 많고, X세대( 65~ 75년 생)보다 2배이상 많다고 합니다.  요즘 모든 기업들이 오직 젊은 층을 위한 광고만 만들고 때려댑니다. 실로 멍청한 마케팅 입니다. 실제 구매력이 가장 높은 세대는 당연히 재산이 많은 60대 이상의 어른들입니다. 

이 세대의 인구 비중은 2030년이 되면 일본의 경우 38%, 독일은 34%, 한국의 통계는 확인 못했지만 요즘처럼 비혼 추세로 가면 아마도 40%는 될 듯합니다. 

이렇게 인구에서 메이저가 되고, 소비력에서도 절대 메이저가 되는 60대 이상의 어른들을 그저 노친네라며 이리 구박하고 살아도 되는가 묻고 싶습니다. 

50이상의 어른들 중 96 퍼센트가 소비시장에서 무시 당하고 있다고 느낀 답니다.  

실제로 이 사회를 경륜과 지혜로 이끌어가는 세대가 바로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인데, 그대들은 그들에게 걸맞는 대접을 하고 있나요? 

그들에게 대접을 해주어야, 그대들도 나중에 대접을 받고 삽니다. 군대 다녀오셨으면 압니다. 선임에게 깍듯한 대접을 해주어야 자신이 선임이 되면 같은 대접을 받습니다. 요즘 군대가 하도 자유판이라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몰라도 세상사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어른이 앞에 계시면 존중은 못해도 함부로 말 짧게 하지 말라고 고개 바짝 세우며 버릇없이 달려들지 마시라. 그러다 언젠가 자네도 그리 당하네 , 이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