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품을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거나 가공하여 어떻게 먹는가 하는 여러 가지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한 민족의 식생활 문화는 식품의 생산과 조리, 가공, 상차림, 음식 먹는 습관, 용구와 식기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져 있으며, 각각의 요소마다 그 나라의 자연적, 사회, 경제적 조건과 그 민족의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
베트남의 음식문화의 요람인 후에를 중심으로 한 중부는 황족음식의 전당, 남부 사이공은 요리종합전시장으로 남부식 퓨전요리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베트남 음식문화가 다채롭고 풍부하며 개성이 강한 이유는 우선 지역마다 기후와 풍토 및 음식 성향이 달라 제각기 독특한 음식문화가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54개 종족이 살고 있으며 수천 년 동안 중국, 태국, 캄보디아, 프랑스 등 세계 각국과의 전쟁 및 교류가 빈번하여 세계각국의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유입, 동화된 점도 한몫 한다.
이번 호에는 베트남의 음식을 지역에 따라 체계적으로 알려달라는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인도차이나 반도의 ‘멜팅팟'(요리용광로) 베트남의 음식문화를 3회에 걸쳐 알아본다.
베트남 국토는 북부, 중부, 남부 세 지역으로 확연히 나누어지며 각 지역마다 기후, 풍토, 문화, 역사가 달라 음식문화 역시 지역마다 독특하다. 베트남 문화사가들은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사람들의 음식습관을 ‘레메'(lễ mễ; 엄격한 예법에 따름), 황도 후에를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의 경
우는 ‘끼우깟'(kiểu cách; 격식을 중시함) 그리고 천성이 쾌활하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남부사람(사이공)들의 음식습관을 ‘앙쩌이'(ăn chơi; 먹는 것을 즐긴다는 뜻), ‘앙응옹'(ăn ngon; 맛있게 먹는다는 뜻), 혹은 ‘앙노'(ăn no; 배불리 먹음) 등 세 가지로 표현한다. 여기에 지난 수천 년간 외적의 침입, 혹은 교류 덕에 프랑스, 중국, 인도, 캄보디아, 한국, 일본 등 동서양의 음식이 베트남에 유입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 외래 음식들이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동화됨으로써 베트남 음식문화가 한층 더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베트남 음식문화의 요람 북부
북부 사람들은 오랫동안 홍(Hồng)강 유역의 델타지역 혹은 하노이와 인근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살며 나름 독특한 음식 문화를 창조해냈다. 특히 북부 사람들은 하노이를 자국 음식문화의 발상지이자 요람으로 생각하여 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전통적으로 각종 예식을 많이 거행하기 때문에 각 계절이나 절기에 맞게 독특한 음식이 발달되어 왔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의 경우는 한정된 토지를 경작하며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살아야 하는 처지라 음식 자체가 단순 소박하다.
쌀국수 퍼(Phở)의 원조
북부에서 유래한 퍼(phở)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베트남 전통음식으로, 하양(Hà Giang)성 소수 민족들이 즐겨먹던 팃험(thịt hầm; 삶은고기)에서 유래한다. 100여년 전 이 지역 근로자들이 하노이, 남딘에 들어올 때, 이 음식도 함께 유입되었는데 당시에는 반다뜨이(bánh đa tươi; 가늘고 납작한 면)와 함께 먹었다. 한편 당시 베트남을 식민통치하던 프랑스인들은 이 음식을 ‘국수전골'(pot-aufeu) 이라고 불렀고, 베트남사람들은 퍼(Phở)라고 발음했다. 한편 초창기 하노이에서는 퍼찐(phở chín) 또는 퍼따이(phở tái) 두 종류밖에 없었으며, 여기 약간의 고기 몇 점과 파, 고춧가루 약간 뿌린 것이 전부였다. 결국 퍼는
남부지방으로 넘어오면서 화려하게 전성기를 맞게 된다.
분(Bún-쌀우동의 일종) 문화
북부 지방은 쌀이 귀하기 때문에 쌀밥 대신 분(bún; 쌀우동의 일종)이 보편적인 먹거리가 되었다. 실제로 쌀 1kg으로 분 3kg을 만들 수 있어 서민들의 경우는 대단히 효율적인 요리방법이다. 분 요리는 분리우(bún riêu; 게 쌀우동), 분옥(bún ốc; 소라쌀우동), 분목(bún mộc; 도가니 쌀우동) 등 단순한 것에서 분탕(bún thang; 삼겹살 등 20여가지 재료를 넣은 쌀우동), 분짜(bún chả; 튀김 쌀우동) 등 다소 조리법이 복잡한 요리가 있는데 이후 남부지방으로 전래되어 더욱 화려한 요리로 거듭난다.
반꾸온 (Bánh cuốn)
베트남 북부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하노이 사람들이 쌀국수와 더불어 아침 식사로 즐기는 음식이다. 건면이 아닌 생면을 이용하여 물기가 촉촉히 스며들어 있어 부드러운 음식이다.
북부 음식문화의 정화 야비( Gia vị;양념, 소스)
북부 사람들은 지나치게 맵거나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편이다. 또한 본래의 맛을 잊어버릴 정도로 지나치게 양념이나 소스, 혹은 향초를 많이 쓰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나름 음식마다 고유한 허브를 즐기는데, 예를 들어 띠어또(tía tô)는 죽, 티어(thìa)는 각종 분(bún: 쌀우동) 요리, 라머(lá mơ)는 개고기, 라농(lá chanh: 레몬잎)은 닭찜, 기타 맘또옴(mắm tôm: 새우젓갈), 매(mẻ), 염봉(giấm bổng: 식초)등과 같은 발효소스는 붕리우(bún riêu: 쌀우동), 붕옥(bún ốc: 우렁 쌀우동)에 자주 사용된다. 이외에도 북부에서는 째(chè: 차)가 발달하여 각 골목이나 사거리 모퉁이마다 유명한 찻집이 즐비하며 이와 함께 찹쌀주, 담배, 깨강정 등을 즐긴다.
서민들의 보양식 개고기 (Thịt chó)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사람들은 한국인처럼 개고기를 좋아하여 팃쪼(thịt chó:개고기)로 만든 각종 요리가 발달했다. 이들이 즐겨 먹는 개고기 요리는 루욱(Luộc:삶기), 짜(chả: 튀김, 구이), 요이(dồi: 순대), 즈어멍(rựa mận: 졸임), 싸오(xáo:무침), 짜오(chạo: 완자), 냄(nem: 만두) 등 7가지 방식이 있으며 귀한 손님이 방문하면 어김없이 개고기를 접대하는 성향이 있다 .
짜까라봉 (Chả cá lã vọng)
짜까라봉은 하노이 가물치 튀김의 원조이다. 뜨거운 기름 속에 가물치를 튀기다가 파와 야채 (달(Dill): 짜까라봉 요리의 기둥이 되는 향채소,챠빌(Chervil):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 한다, 민트: 박하향)을 넣어 화로에 튀겨 먹는다. 고기가 적당히 익으면 쌀국수와 함께 비벼서 먹는 음식이다.
쌀국수와 함께 하노이 음식을 대표하는 분짜 (Bún chả)
‘분-Bun’은 쌀로 만든 생국수이고 ‘짜-Cha’는 튀긴 군만두라는 뜻으로 숫불 돼지불고기와 삶은 국수, 군만두, 육수랑 함께 먹는 음식으로 외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 직화구이의 고기맛과 달달하고 냄새없는 육수와 쌀국수의 식감이 합쳐지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담아낸다
** 다음호에는 베트남 음식문화 2편 중부지역 호이안, 후에, 다낭을 대표하는 중부음식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