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귀국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한국에서 일년 가까이 머물다 특별 입국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베트남에 들어갔었는데 그후 다시 일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밤, 늘 그렇듯이 늦은 밤에만 떠나는 한국 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대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한국에 드나드는 것은 그야말로 만만치 않은 일이 필요한 대형 일정입니다. 격리를 면제한다는 소리에 수고를 마다 않고 서류를 준비했는데 한국 정부의 한마디에 국민의 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래도 감히 한마디 저항도 못하고 한국 행 비행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급기야 입국합니다. 왜 한국 행 비행기는 남들이 다 잠자는 시간에 몰래 떠나듯이 그런 시간에만 배치되어 야반 도주하는 느낌을 주는지 참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이번에 귀국길에 오르면서 많은 것이 코로나로 인해 바뀐 것을 발견합니다.
공항이 코로나로 초토화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비행 서비스 역시 거의 자취를 감춘 모습입니다.
오랜만에 가는 한국행을 예약하며 코로나를 우려하는 아들애가 비지니스 좌석을 끊었습니다. 덕분에 타인과의 접촉도 줄이고 여러가지 편리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죠.
우선 라운지에서 편히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출발 시간을 기다릴 때는 역시 돈이 좋구먼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베트남에서 관리하는 라운지 운영은 코로나로 서비스가 더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뷔페식으로 음식을 나열하여 손님이 각자 접시에 담아 가져와 먹었는데 이제는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할 만큼 손님이 없으니 음식 샘플을 보고 오더를 하면 일하는 사람들이 테이블로 가져다 주는 주문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오히려 코로나 전보다 훨씬 좋아진 서비스입니다.
그런 반면 비행 시간 내의 서비스는 코로나를 핑계로 다 생략해 버린 느낌이 듭니다. 탑승 직 후 제공되던 음료 서비스도 사라지고, 비행시간내에 제공되는 승객용 음식이 전부 플라스틱 봉투에 담긴 낱개 포장으로 나옵니다. 플라스틱 봉투를 찢어내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정도였습니다. 마치, 예전에 멋진 레스토랑에서 숙련된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던 음식이 코로나를 핑계로 졸지에 편의점 이층에서 팔리는 간이 음식으로 바뀐 셈입니다. 그럼 요금도 그렇게 바뀐다면 그런대로 수긍을 하겠는데 요금은 오히려 비싸지지요?
참 인간들이란, 모든 환경의 변화를 자신이 유리하도록 만 활용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대한항공이 워낙 발빠르게 대처를 잘 하여,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꾼 회사다 보니 승객에 대한 서비스 역시 최대한 비용절감을 내세우는 행태로 바꾼 듯합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회사만 그런 것이 아니죠. 각국 정부 역시 이런 코로나를 국민 통제의 무기로 활용합니다.
그러고 보면 항상 일반 국민들은 참 반응이 늦습니다. 정부가 움직이고 그에 따라 기업들이 자기 살 길을 찾아가는데 일반 국민들은 그런 움직임이 다 정해지고 나서야 세상이 바뀐 것을 알고 허둥지둥하며 서비스가 바뀌었다 느니 하며 불평만 늘어 놓지요, 저처럼 말입니다.
격리 열흘을 집에서 시작합니다. 코로나 검사를 위해 외출을 하고 연말까지 이어질 격리를 어찌 보낼 까 생각 중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격리가 자의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거부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이런 격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런 격리기간을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완충시간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더운 베트남에서 겨울 바람 매서운 한국으로 들어왔으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환경에 맞게 변환될 시간이 필요하니,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서 수양을 할 수 있는 격리기간이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일단 격리에 대한 불만 사항이 사라지니 정신적으로 상당한 위로가 됩니다.
오늘부터는 한국에서 데일리 뉴스 글을 올려야 합니다. 지역적 차이로 인한 글의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베트남이라는 시각으로,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