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불면증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다?

불면증에 걸리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내일은 중요한 날이니까 오늘 반드시 푹 자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침대에 누우면 오히려 말똥말똥해지는 경험은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일의 스케줄에 대한 초조함을 키우며 시간을 확인하다 새벽 5시쯤 날이 밝아지는 걸 보며 잠들기를 포기하는 순간, 오히려 잠이 들어버리는 역설적인 상황.

잠을 못 자는 밤이 주 3회 이상, 3개월 지속되는 것을 의학적으로 불면증으로 정의한다. 그렇다고 의사가 “아직 수면장애가 3개월이 안 되었으니 불면증 치료는 하지 못합니다” 이러지는 않는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 며칠만 시달려도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노력 할 수록 멀어져 가고, 포기하면 가까워지는 것은 비단 잠뿐만이 아니다. 정신적, 감정적인 영역의 일들은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다. 틀리면 안 된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이어져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실수를 유발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또는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닐수록 상대는 도망가는 연애의 법칙과도 비슷하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기저에 완벽주의, 예민한 성격 등을 타고났다. 통제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 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후회, 불안 등의 부정적인 생각은 몸에 스트레스가 되어 코티솔을 상승시킨다. 코티솔은 우리 몸과 정신을 깨우고, 싸울 태세를 준비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정상적으로 아침에 높고 저녁에는 떨어져야 하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저녁에는 최대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본인 성격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스타일이라면 의식적으로 저녁이 되면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즐겁고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낮에 스트레스가 많았던 날이면 저녁 8시경 뇌의 스위치를 끄고, 좋아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귀여운 아기가 나오는 동영상을 보며 흐뭇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물론, 아무리 무던한 사람이더라도 트라우마가 될 만한 큰 일을 겪어 뇌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불안감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가 없으니 잠시라도 잠에 들 수 있도록 약물처방으로 돕는다.
숙면은 육체 및 정신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점차 입증되고 있다. 만성 수면부족은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비만에 악영향을 미치고 치매 유병률도 높인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감기 등 일반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으며, 몸에 각종 염증도 악화된다. 또한 집중력 및 일 생산성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5프로가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학의 수면에 대한 이해는 수박 겉핥기 수준이다. 불면의 장기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볼 때 약물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잠을 자는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결국 환자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잠을 잘 자기 위한 첫 번째 팁은, 낮에 바깥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최소 30분 이상 하는 것이다. 햇빛이 눈의 망막으로 들어오면, 뇌에서는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우울증 치료약들이 대부분 이 세로토닌을 증가시켜주는데, 그래서 바깥에서 해를 보는 것은 가벼운 우울감에도 자연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 해가 쨍쨍한 밝은 날과 우울한 이미지가 잘 매칭이 안되지 않는가? 따듯한 지역 사람들의 대체로 낙천적인 성향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이 세로토닌은 눈이 밤에 어둠에 노출되면 여러 과정을 거쳐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그래서 밤에는 집에 조명을 되도록이면 어두운 간접조명으로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핸드폰과 티브이 등 전자기기 화면에서 내뿜는 ‘블루 라이트’는 멜라토닌으로 전환을 방해하여 수면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자 화면을 피할 수 없다면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는 것도 의외로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팁은,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전환되는데 필요한 마그네슘, B6, 아연, 비타민C 등을 복용해보는 것이다. 또한 칼륨과 B1(티아민)은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필수적인 영양소이므로 긴장을 풀지 못한다면 보충을 권한다.
세 번째는, 최대한 자연적인 리듬에 맞춰서 잠드는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최소 밤 10시부터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여 11시면 잠이 드는 것이 좋다. 몸의 재생과 회복을 촉진시키는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팁은, 불면증의 원인이 될만한 다른 기저 질환(하지불안증후군, 우울증, 통증 등)이 있는지 병원에서 상담과 검사를 받아보고, 약물치료에 거부감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약물의 도움을 받더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일찌감치 끊는 것이 가장 좋다.
병원에 와서 상담과 치료를 받아 꿀잠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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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대표원장  가정의학과전문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취득
• 라띠엔느 피부과 부원장
• 속시원내과 부원장
• 미리내 가정의학과 원장
• 대한가정의학회 정회원/대한기능의학회
정회원/대한통증기능분석학회 정회원

 

 

삼성하늘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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